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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동안 병원을 네 번이나

by 담유작가




“병원은 왜 갔어?”


카드 결제 내역을 본 남편이 놀란 듯 물었다.




별일은 아니었다. 다만 요즘 부쩍 병원에 갈 일이 많아졌다.


어제는 혈압약이 떨어져 약을 타러 간 김에 혈액 검사를 했다.


오늘 그결과가 나왔는데, 고지혈증이란다.


약을 복용해야 한다고 다시 내원 일정을 잡으라고 했다.




고혈압 약도 버거운데 고지혈증 약까지 먹어야 한다니.


내 몸을 이리도 안 챙겼나, 자책이 밀려왔다.




오늘은 도저히 안 될 것 같아 안과에 들렀다.


며칠 전부터 다래끼가 올라오는 느낌이었는데, 이러다 또 째게 될까 봐 걱정이 됐다.


간단한 치료를 받고 약을 처방 받아 나오는 길, 피부과 간판이 눈에 띄었다.




“그래, 몸이 이렇게 망가져 가는데… 겉이라도 젊어야지.”




아침 10시, 내가 그 피부과의 첫 손님이었다.


보톡스만 맞으려고 했는데 ‘이달의 이벤트’에 홀려 레이저까지 결제해버렸다.




돈을 못 모으는 사람들의 흔한 변명이


‘나를 위한 투자’라던데,


오늘만큼은 그 변명이라도 붙이고 싶었다.




호사 치고는 너무 아팠다.


레이저가 이렇게 아픈 거였나.


화상을 입은 듯 얼굴이 화끈거려


마스크로 가린 채 집으로 향했다.




집에 와선 대충 청소를 하고 오전 시간을 흘려 보냈다.


아이를 데리고 와서는 세 번째 병원이 기다리고 있었다.


며칠 전 동생 가족이 불법 유턴하던 트럭과 충돌해 네 식구 모두 입원했다.


병실 안까진 들어갈 수 없어 잠깐 얼굴만 비추고 아이들을 위해 준비한 케이크만 두고 나왔다.




오늘 하루만 병원을 세 군데나 돌았다.


아니, 어제까지 포함하면 네 군데다.




이제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올해.


병원 갈 일 없이 지나갔으면 좋겠다.


나도, 내 주변 사람들도


부디 건강하고 따뜻한 연말연시를 보낼 수 있기를.




…아, 그러고 보니 고지혈증 약 타러 또 가야 한다.




#일상에세이

#육아엄마

#아플시간도없다

#병원투어

#지친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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