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이것 봐요. 얼마 전에 넘어졌는데 이렇게 찢어졌다니까요. 지금 다쳤으니 망정이지 10년 전에 이랬으면 시집도 못 갔을 뻔했어.”
어제 친한 언니를 만나 하소연을 했다. 며칠 전 넘어진 자리에 크게 흉이 남아 속상하던 차였다. 투정을 부리듯 푸념을 하고, 둘이 웃으며 헤어졌다. 그런데 오늘 아침, 언니에게 전화를 받았다.
“지금 좀 와줄 수 있어? 나 지하주차장에서 넘어졌는데 몸을 못 움직이겠어.”
내가 바로 출발해도 45분이 걸리는 거리였다. 결국 근처에 있는 다른 지인에게 부탁하고 마음을 졸이며 연락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설마 큰일이야 있겠어.” 스스로를 안심시켜 보았다. 그런데, 오후에 온 연락은 예상 밖이었다. 복숭아 뼈 세 개가 부러져 바로 수술을 하고 며칠 입원해야 한다는 소식이었다. 퇴원 후에도 일상으로 돌아오기까지 몇 달은 걸린다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어제 투정을 부리던 내 모습이 부끄러워졌다. 또 멀다는 이유로 달려가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사람 일이란 한 치 앞도 모른다. 내가 가볍게 내뱉은 말 뒤에, 언니에게 큰 사고가 닥쳐올 줄 누가 알았을까. 그래서일까, 오늘따라 ‘말’의 무게가 유난히 크게 느껴진다.
오늘 저녁에는 언니를 찾아가야겠다. 다친 것을 탓하지 말고,그저 곁에서 따뜻하게 위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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