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 년 전, 나는 국악방송에서 리포터로 일했다. 국악과 관련된 다양한 소식들을 취재하며 전했는데, 그때 만났던 인터뷰이 중 특히 기억에 남는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어느 초등학교의 국악 오케스트라 단원들이었다. 젠틀한 선생님, 예의 바르고 또렷한 말투의 아이. 인터뷰가 끝난 뒤에도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 문득 그 기억이 떠올랐다. 우리 집에서 그 학교는 꽤 먼 거리였지만, 그때의 좋았던 인상이 계속 마음을 끌었다. 그래서 추첨에 도전했으나 결과는 탈락. 시험에 떨어진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아쉬움이 오래 남았다. 그리고 1년 뒤, 전입에 성공해 아이는 결국 그 학교 학생이 되었다.
전에 다니던 학교도 선생님도 친구들도 모두 참 좋았다. 그런데 나는 그 십 여 년전의 짧은 인연 하나만으로 이렇게 먼 거리를 마다 않고 아이와 함께 매일 등굣길을 달리고 있다. 생각해보면 참 웃기기도 하다. 그래도 다행인 건, 아이가 학교를 무척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한 학기가 흘러간다. 그라고 오늘 놀라운 소식을 들었다. 우리 아이는 피아노 외에 따로 악기를 배운 적이 없다. 전학 후 바이올린에, 소금에, 새로운 악기들에 적응하느라 꽤 애를 먹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아이가 국악오케스트라 오디션에 합격했다는 것이다.
순간 믿기지 않았다. ‘지원자가 없었나?’ 하는 의심도 스쳤고, ‘혹시 아이가 힘들어하면 어쩌지?’하는 걱정도 들었다. 그러다 문득, 내가 이 학교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떠올랐다. 바로 그 ‘국악오케스트라’.
그리고 이제 우리 아이가 그 일원이 되었다.
그래서 인생은 늘 재미있고 놀랍다. 마음에 오래 남은 장면 하나, 그 작은 기억에 나도 모르는 새 청사진이 되고, 소망이 되고, 결국 나를 그곳으로 이끄는 순간이 온다.
오늘도 다짐한다.
나를 위해, 우리 아이를 위해, 그리고 내 곁의 사람들을 위해.
예쁘고 좋은 생각들, 좋은 말들을 더 많이 건네는 사람이 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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