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은 정리했지만, 매주 몇 일은 수업을 한다.
나를 찾아주는 곳이 꾸준히 있다는 건 분명 감사한 일이다.
학원을 운영할 때는 하루에 네다섯 타임씩 수업을 하고 상담까지 이어도 크게 버겁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 하는 수업은 이상하게도 준비 과정부터 마음이 무겁다.
‘내 자리’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차이일까.
수업 자료와 노트북을 챙겨 강의 장소로 가면,
건물에 들어서기 전부터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래도 이건 기분 나쁜 긴장감은 아니다.
새로운 얼굴들을 만난다는 생각에 여전히 마음 한쪽이 설렌다.
수업이 시작되면 나는 곧바로 몰두한다.
시간은 어김없이 후루룩 지나간다.
문제는 수업이 끝난 뒤다.
늘 불편함이 조금씩 남아있다.
나는 습관처럼 ‘강의 평가’를 한다.
그리고 하루 종일 그 생각을 곱씹으며 스스로를 몰아붙인다.
“아까 그렇게 하지 말 걸.”
“다음엔 저건 빼야겠다.”
‘강의’라는 본질은 같은데,
내가 서 있는 자리의 변화는 마음가짐을 완전히 다르게 만든다.
학원을 정리한 뒤 두 달 정도는 글쓰기에만 몰두했다.
그땐, ‘수입 없음’이 곧 ‘생산적이지 않음’으로 이어져 마음이 불편했다.
그런데 지금은 반대다.
꾸준히 강의를 하고 있음에도
‘글을 제대로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라는 생각이 마음 한구석을 차지한다.
생산성에 대한 강박은 우울증의 신호라던데,
혹시 나도 그런 건 아닐까.
어떤 자리에 서 있어도, 불편한 마음은 매한가지다.
작은 일에서 행복을 찾는 사람이 되고 싶지만,
내 마음은 늘 그 다짐을 조금씩 놓쳐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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