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님 저는 억울해요.."
여느 때와 다름없던 주일. 모든 게 평화로울 거리라 생각했던 어제의 우리와는 다른 공기가 감싸왔다. 별 거 아닌 거에 서운해하는 건 "나". 약간의 원인제공과 미안하단 말을 이야기하는 "남자친구". 우리의 도돌이표 일상이 다시 찾아왔다.
나는 어떤 갈등 상황에서도 미안하단 말을 듣기 위해서 사과를 요구하는 게 절대 아니다. 단지 공감을 바랐다. "이러이러한 부분이 너를 속상하게 한 것 같아서 미안해.. 기분 풀어라~"와 같은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너스레를 떨며 애교 섞인 말 한마디. 사실 이거와 함께 사랑한단 말 한 마디면 내 마음은 창가에 닿아 바로 녹아버리는 눈과 같아진다. 하지만 남자친구는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사람이다. 모든 남자들이 그렇듯이 "사과했으면 됐잖아. 왜 기분을 안 푸는데?"라는 말이라던지 "근데 나만 잘못 있어? 네가 더 잘못한 거 아니야?"와 같이 책임전가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명백히 남자친구가 잘못한 상황을 예시로 들었을 때 남자친구의 저런 말들은 과연 우리 관계에 도움이 되는 말들일까? 아니다. 하지만 남자친구는 모른다. 말을 해줘도 사실 모른다. 이해하려 하지도 않고 받아들이려 하지도 않는다. 받아들였다 싶으면 다시 제자리다.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 숨이 턱턱 막힌다.
그런데 입장을 바꿔 보자는 거다. 나에게도 잘못이 있다. 하루에 많게는 4-5번 서운한 게 생긴다. 이 서운한 감정을 다 달래줄 이는 이 세상에 어디 있을까? 부모도 못해줄 거다. 하지만 남자친구는 그럼에도 노력을 해왔고 나는 그 노력에서도 나에게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거기에 또 서운함을 느끼게 되어 하루에 4-5번의 서운한 일이 생기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내가 조금 더 내려놓으면 편해질 관계일지도 모른다. 쉽게 가는 방법을 아는데 내 욕심에 붙잡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판사님 저는요 억울해요.. 그냥 사랑을 원했고 사랑을 주고 싶었어요. 그 사람을 웃게만 해주고 싶었고 그 사람과 미래를 그리고 싶었어요. 단지 그뿐이에요. 그런데 왜 제가 그렇게 말을 했고 행동을 했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억울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