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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04 남자친구가 야동을 봤다고 했다

•이걸 왜 나한테 말해..?

by lune

내가 인간관계에서, 특히나 연애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을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나면서 깨달았다. 바로 나는 '거짓말'을 극도로 싫어한다. 사실 나도 사람이라서 가끔가다 거짓말을 하기도 하기에 모든 게 떳떳하다고 말할 순 없다. 그렇지만 연인 관계에서 거짓말은 우리의 신뢰를 모두 깨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더더욱 싫었다.


하지만 남자친구는 회피형 인간으로서 자신이 유리하게 상황을 가져가고 싶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었다. 툭하면 하던 말은 "너도 좋아할 줄 알았어." 뭐 이런 뉘앙스의 말이었다. 하지만 어디서 그런 글을 봤는데 상대를 위한 거짓말인 '하얀 거짓말'은 상대가 그 사실을 알았을 때 고마워하고 기뻐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남자친구에게도 이야기했다. "네가 그 거짓말을 함으로써 내가 기분이 좋아야 하지만 나 지금 기분이 나빠."라고


누구는 내가 예민하고 이상하다 나무랄지도 모른다. 나는 사랑하는 내 사람이 여자 아이돌이든 여자 연예인을 보고 좋아하는 거에도 질투를 느낀다. 어쩌면 이기적인 거일지도 모르지만 그 사람 인생에 여자는 나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군대에 있는 남자친구가 티브이로 여돌 틀어진 걸 보면 헤어지겠다고 말하기까지 했었다. (물론 나에게 안 본다 안심시켜줬지만 5개월간 본 사실을 들켜 크게 다퉜다.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다.)


하루는 남자친구와 통화하는데 갑자기 이야기를 꺼냈다. "사실 나 할 말이 있는데..."라고 시작한 말에는 "사실 널 속이고 지금까지 야동을 봐왔어.."였다. 연애초에 남자친구 갤러리에서 우연히 발견한 코스프레를 한 여자 몸 사진들을 보고 이런 걸 저장까지 하고 계속 본다면 너와 만나고 싶지 않다 이야기하고 남자친구는 그때 날 붙잡기 위해서 앞으로 절대 안 보겠다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나눈 날부터 1년 넘게 야동을 꾸준히 봐왔다고 한다. 너무 충격이었다.


남자친구는 야동과 여자의 몸매 사진이 하루에도 수십 번 머리에 떠오른다 하였고 여자 아이돌을 보고 성적인 흥분을 받았다는 걸 나에게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래서 나는 더더욱 거부감이 들었다. 그런 남자친구의 고백은 나의 자존감을 바닥 치게 만들었고 군대를 기다리는 입장에서 다른 여자를 머릿속에 떠오르며 하루하루를 보낸다는 것이 나를 지치게 만들었다.


그래.. 뭐 단지 보고 그러기만 했으면 넘어갈법한 이야기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내가 무엇을 중요시한다 했는가! 바로 '거짓말'. 남자친구는 군대에서 주어지는 개인정비 시간에 나랑 연락을 하는 시간에 피곤해서 잔다고, 씻으러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야동을 즐겨 봤다. 그것도 반년 동안.. 그리고 내 얼굴이 보고 싶다며 건 영상통화하는 순간에도 인터넷으로 비키니 입은 여자를 검색하여 본 기록을 내가 발겼했다. 배신감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그리고 사지방(군 안에서 컴퓨터로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공간)에서 공부를 하겠다며 연락하지 말라던 그는 사지방 컴퓨터로 유튜브를 틀어 여자 비제이 섹시댄스와 같은 영상들을 보곤 했다고 한다. 사회에 나와서 나와 잘 살고 싶다며 공부할 게 많다더니.. 연락 보내지 말라고 짜증 내더니 본인 그런 미디어 볼 시간에 집중력 방해된다고 여자친구를 저 멀리 밀어버린 것이다. 그때 남자친구가 공부하는데 왜 연락 바로 못 보냐고 뭐라 하냐며 나에게 화를 냈을 때 미안하다 사과했었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알고 나니 너무 화가 났다.


일명 '가스라이팅' 그거 내가 1년 반 동안 당한 거다. 남자친구는 본인의 씻는 시간, 수면 시간을 내가 방해한다며 나를 이상한 사람 취급했지만 사실 그 내면엔 본인 야동 볼 시간을 방해하지 연락 좀 자제하라는 뜻이었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아버렸다.


충격이 너무나도 컸고 주변에서는 이런 남자를 왜 만나냐 꾸짖기도 했지만 나는 남자친구를 사랑하는 마음이 더 컸나 보다. 다시는 안 보겠다는 남자친구의 말을 또 한 번 믿어주기로 한 거다. 어쩌면 난 호구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왜 그걸 나한테 이야기를 했냐고? 이 글을 읽는 남자들은 "저 친구 바보 아니야? 그걸 여자 친구한테 왜 얘기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 이유는


"너와 순수하게 사랑하고 싶고 점점 커지는 사랑에 미래에 계속 함께하고 싶은데 지금까지 계속 거짓말해온 나 자신이 너무 찔려서 다시는 그러지 않고 싶고 떳떳하고 싶어서 이야기하는 거야.. 용서해 줄 수 있어?"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본인의 애인이 그런다 하면 어떠실 것 같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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