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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03 깨진 유리 조각

•나=너

by lune

유리그릇을 실수로 떨어뜨려 쨍그랑 깨져버렸다. 그 그릇을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리려 이리저리 붙여보았지만 겉으로 보기에도 금이 선명히 보였고 그 금 사이로 열심히 담은 음식들은 조금씩 새어 나오기 시작한다. 그러다 다시 깨져버린 그 그릇을 보며 느낀다. 원래의 용도로 쓰일 수 없다는 것을.


연인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뭘까? 사람들마다 중요시하는 가치관이 다 다르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그래도 "신뢰"이지 않을까 싶다.


누군가를 믿는다는 건 그 사람을 많이 사랑하고 있다는 뜻이고 그 믿음에 조건이 없다는 건 그 사람을 의지한다는 의미다. 결국 연애에서는 늘 "나=너" 이 공식이 적용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하지만 그 공식이 성립되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 나에게 현실로 찾아왔고 그의 거짓말과 거짓된 행동들에 밤, 낮으로 울고 실망하며 우리의 모든 순간들이 부정당하는 것 같아 괴로웠다.


남자친구를 용서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 과정에 나도 나대로 상처를 받았지만 그도 많은 상처를 받았다.


그래서 나는 그 유리 조각들을 녹여 새로운 그릇으로 만들었다. 더 튼튼하고 더 깊은. 그래서 우리의 사랑이 얄팍하게 채워지는 게 아니라 더 단단하고 많이 채워질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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