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을 하루 앞두고
고개를 살짝 들고 허공을 멍하니 쳐다보며
기억이 남아있는 어린 시절부터 더듬더듬 되짚어 보면
오롯이 내가 주인공인 행사를 한 적이 있었나 싶다.
당장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나와 나의 연인이 큰 용기를 갖고
앞으로 함께하기를 만인에게 공식적으로 공표하는 날이.
조금은 갑작스러웠을지도 모르지만,
나의 부름에 흔쾌히 화답해 준 덕분에
떨리는 마음에도 직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마치 맛있는 반찬들이 가득한 진수성찬을
매 끼니마다 대접받는 것처럼
호사로운 순간들로 우리의 시간들을 채워왔다.
물론 가끔은 토라지고, 다투기도 했지만
그 시간들은 우리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줬다.
가끔은 놀라울 때가 있다.
내가 나 스스로를 위하고 사랑하는 것만큼,
어쩌면 어떤 부분에서는 그보다 더,
좋은 것들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제야 나 태어난 이유를 알 것만 같다는
김동률의 노래 <감사> 속 가사가
사무치게 공감되는 시점이
이 결혼을 확신하게 된 순간이 아닐까 싶다.
서로가 서로에게 선한 영향력을 주고,
또 스스로가 그 자체로 살아갈 수 있게
늘 옆에서 응원하는 사이가 될 것이다.
이 글을 남겨 둠으로써
내 인생의 중요한 페이지에
출사표를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