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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당신이 누군지 알고 있습니다#6

6화 - 그림자

by 카도

TV를 켜자 또 그 뉴스였다.
서울 전역에서 벌어진 ‘10명 동시 자살 사건’.
자막이 요란하게 깜빡였다.


[사회적 충격… 자살 직전 전 재산 기부, 사이비 단체 연루 가능성 제기]


뉴스 화면 속에서 기자는 계속 떠들었다.


“일각에서는 일종의 사이비 종교나 극단적 가스라이팅 범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이 죽기 전에 공통적으로 기부를 했다는 점이 가장 수상한 부분입니다.”


나는 TV를 꺼버렸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사이비...? 가스라이팅...?”


딱 나를 말하는 것 같았다.

회사에서도 소문은 퍼져 있었다.


“야, 그거 봤어? 열 명이나 동시에 죽었다는데, 다 기부까지 하고.”
“이상하지 않냐? 무슨 집단최면 같은 거 아냐?”
“나도 그 기사 봤는데... 누가 뒤에서 조종하는 거 같던데.”


옆자리 과장이 내 쪽을 힐끗 보며 중얼거렸다.


“요즘 세상에 별의별 연쇄살인마가 다 있네. 경찰도 못 잡고 있으니.”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나는 최대한 무심한 척 고개만 끄덕였다.
하지만 속으로는 땀방울이 줄줄 흘렀다.

집에 돌아와 핸드폰을 열었다.
악마 이미지 위에 찍힌 숫자가 보였다.


453


3일 전보다 또 줄어 있었다.
불길한 기분이 목덜미를 잡아당겼다.


“안 돼... 연장해야 해. 안 그러면 끝이야.”


그날 밤, 나는 또 거리를 헤맸다.
범죄자를 찾아야 했다.
적어도 이번엔 아무나 건드려선 안 된다.
무고한 사람 열 명이 내 손에 죽어버린 게 아직도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타이머는 냉정했다.
줄어드는 숫자가 곧 내 목숨줄이었다.


편의점 앞에서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는 남자를 발견했다.
점원이 고개를 숙이며 계산을 하고 있었다.
나는 남자의 뒤로 다가섰다.
스마트드랍을 켰고, 곧 그의 기기가 떴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이번이면... 하루 더 연장된다.”


나는 조심스레 전송 버튼을 눌렀다.

그 순간, 등골을 타고 싸늘한 기운이 흘렀다.
거울처럼 반짝이는 편의점 유리에 낯익은 얼굴이 비쳤다.
멀리서 나를 주시하는 시선.


‘저 사람...’


얼마 전 집에 찾아왔던, 방민호 경사 옆에 있던 젊은 순경.
이준동이었다.

그가 휴대폰을 귀에 댄 채, 시선을 내 쪽으로 고정하고 있었다.

심장이 폭발할 듯 뛰었다.
내가 누군지 모를 리 없었다.
분명히 뒤를 밟고 있었던 거다.

나는 황급히 편의점을 빠져나왔다.
발걸음을 재촉해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뒤를 돌아보니, 순경의 그림자가 점점 따라붙고 있었다.

숨이 막혔다.

“여긴 더 이상 안전하지 않아.”


집에 돌아오자마자 나는 가방을 꺼냈다.
옷 몇 벌, 노트북, 현금.
급히 짐을 챙기며 거실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흔적들을 쓸어 담았다.

숫자가 다시 머릿속에 떠올랐다.

줄어드는 시한폭탄.

나는 거울 속의 나를 노려보았다.
눈 밑은 검게 팬 채, 피곤과 광기로 얼룩져 있었다.

여길 떠나야 한다. 당장.

나는 그렇게, 내 삶을 뒤로하고 달아날 준비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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