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냥?똥냥 2부 1화
2부 육묘담, 1화 그래서 입양 시 가장 중요한 게 뭔데?
뚱냥? 똥냥! 2부는 고양이 키우며 느끼고 생각한 이야기를 적어보려고 합니다.
2부 육묘담
1화, 입양 시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
글에 들어가기에 앞서, 고양이는 모두 다 예쁘다. 어린 냥이는 깜찍하고 귀엽고 활기차서 사랑스럽고, 다 큰 냥이는 또 어른스럽고 이해심 많고 너그럽고 멋있어서 사랑스럽다. 품종이 있든 없든, 어떤 품종이든, 성별이 어떠하든, 나이가 어떻든, 크기가 어떻든, 고양이는 다 사랑스럽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예쁜 고양이는 바로 내 고양이인 법이다.
오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입양 시의 유의점이랄까.
정말 다양한 경로로 아이를 데려와 키워 오면서 느낀 바를 조금 적어보고자 한다. 나는 내가 아깽이 때 분양을 받은 극소수의 고양이를 제외하면 정확하게 아이가 내 품에 들어오기까지의 경로가 명확하진 않기에, 이는 그저 나 개인의 생각에 불과하다는 걸 먼저 언급해두고자 한다.
일단 길냥이 구조에 관해서 말해보자면, 길냥이는 대체로 건강하지 않다. 건강한 고양이를 입양하고 싶다면 직접 구조보다 구조되어 치료가 끝난 후 분양을 시도하는 아기를 찾아보길 권한다. 길 위에서 사는 아이에게 진드기가 붙어 있는 건 특이한 일이 아니고, 많은 길냥이가 구내염을 앓고 있다. 아깽이의 경우에 위험한 전염병이 발병하는 경우는 꽤 흔하다. 혹시 직접 구조하게 되었다면 직후 병원으로 직행하여 건강 검진을 실시하고 컨디션을 보아 접종 일정을 잡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큰 고양이의 경우도 길냥이일 때는 접종을 해주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체격도 좋고 외견 상 아주 건강해 보이는 길에서 냥줍한 꽃길이는 위장이 안 좋아서 구토를 정말 많이 하고, 전체적으로 면역이 약한 게 느껴지는 게, 집 안에 전염병이 돌면 누구보다 빨리 누구보다 오래 아프고, 약을 먹이는 것도 손쉽지가 않아서 병원에서도 약 먹이기를 포기했을 정도다. 나에게는 순해서 내가 설득하고 사정하면 약을 먹어주니 그나마 다행이랄까.
가정 분양을 가장한 소규모 동물 판매업자를 통해서 아이를 데려오는 건 유료분양 중 가장 저렴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가장 비추하는 방식이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건 유감스럽지만 그만큼 관리가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거의 대부분 아기냥이의 필수 접종은 전혀 되어 있지 않다. 아이는 관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참 커야 할 때 작고 귀여워야 분양이 되기에 영양분 섭취도 충분히 되지 않아 체구도 작고 잔병치레도 많다. 아름이처럼 평생 고치기 힘든 피부 질환을 갖고 있는 경우도 있고, 새론이처럼 어린 나이에 구내염과 자가면역성 질환으로 평생 케어를 필요로 할 수도 있다. 가정 분양이니까 더 소중하게 기르지 않았을까 싶었으나, 두 마리 다 키워보고 절감했다. 가정 분양이 아니라 가정을 가장한 소규모 분양집이라는 걸. 그들에게 아가들의 위생, 건강 같은 건 죽거나 팔지 못할 하자가 아닌 한 중요치 않은 문제였구나 싶었다.
펫샵은 적어도 1차 접종은 해서 보낸다. 하지만 소규모 동네 펫샵의 경우는 대개 경매장 고양이를 사 와서 중개한다고 들었다.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건강 상태가 양호하지 않다. 펫샵에서 분양해서 키우다가 파양 되어 우리 집에 온 아이들, 가온이는 허피스를 달고 살았고, 심장이 안 좋아서 주기적으로 심장 검사를 하고 보충제를 먹으며 케어하고 있다. 그리고 마루는 어린 나이에, 심지어 코로나 바이러스 접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복막염에 걸려서 두 달 넘게 매일 같은 시간에 동물병원에서 주사를 맞으러 다니며 힘든 시간을 극복해야 했다.
집에 들어와서 크게 병치레를 하지 않은 아이는 해랑이와 찬들이 정도다. 해랑이는 벵갈 캐터리를 하시던 분이 종묘로 해외에서 수입한 아이라고 했고, 찬들이는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지만, 노르웨이 숲의 특징을 아주 선명하게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서 아마도 내게 찬들이를 보내주신 분께서 비싸게 입양하지 않았을까 싶다. 매우 유감스럽지만, 치명적인 유전질환을 보유하는 경우가 많은 품종묘의 유료 분양의 경우, 가격은 건강 상태와 크게 관련되어 있다.
만약 건강한 아이를, 특정한 혈통의 품종묘를 원한다면, 나는 해당 고양이 품종의 캐터리를 찾아가 입양하시는 걸 추천드리고 싶다. 일단 제대로 된 캐터리는 4개월 이상의 접종 상태가 어느 정도 진행되거나 완료된 아이를 분양시키는 경우가 많고, 종묘가 임신 와중에도, 출산 직후와, 육묘 과정에서 아이들의 건강을 매우 신경 써 관리한다. 1,2,3차 접종을 하고, 때로는 중성화 이후의 아이를 분양시키는 경우도 제법 된다고 알고 있는데, 병원비와 기타 케어가 가격에 반영되어 있다고 한다면 캐터리의 분양가는 절대로 비싼 게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냥 데려온 아이들을 돌보는 와중에 발병한 병을 치료하면서 든 돈은 분양가의 적게는 몇 배는 더 들었기 때문이다. 아이가 아픈 건 돈만 나가는 일이 아니다. 일단 간병하는 동안 행여 정든 아이가 잘못될까 봐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된다. 일상이 망가지는 건 순식간이다. 이기적으로 말해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아이들을 데려오는 건 아닌가. 물론 병을 치료할 수 없어서, 치료하기 싫어서 버리는 이들의 마음 따위는 헤아리고 싶지도 않지만, 나 역시 내가 키우는 아이들이 아플 때마다 잠도 못 자고, 일상도 무너져 내릴 만큼 집중을 할 수 없고, 안절부절못하고, 초조해하며 힘들어했다. 아픈 아이를 돌보는 엄마의 마음은, 특히 내 아픈 아이가 말도 할 수 없는, 그래서 정확히 어디가 어떻게 얼마나 아픈지 표현할 수도 없는 고양이일 경우, 보호자의 마음은 지옥 그 자체다. 차라리 내가 대신 아팠으면 좋겠다고, 몇 번이나 소원을 빌 정도로.
나는 반려 동물과 함께 하는 반려자이자 보호자이신 모든 분들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희망한다. 아이를 어떤 경로로 데려오는지, 그건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아픈 아이에게 손을 내밀어 줄 수 있는 아름다운 마음은 정말 숭고하다. 그리고 수 십 년 동안 아프고 다친 아이들을 구원하여 돌보시는 선한 분들의 위대함에 진심으로 존경을 표하고 있다. 하지만 아픈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의 고통을, 아픈 아이에게 손 내밀기 전에 진지하게 고민해 보셨으면 한다. 아파서 밥을 먹지 못하고, 화장실에 제대로 가지 못하고, 움직이지 못하게 되고, 나중엔 물까지 거부하고 웅크리고 있는 아이를 지켜보는 모든 순간은 보호자에겐 산지옥이다. 아픈 아이를 한층 더 괴롭게 만드는 온갖 검사와 투약, 주사 처치, 산소 주입, 삽관 튜브 장착. 그 모든 결정에 극심한 자괴감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치료해 주고 싶어 하는 일이 도리어 아이를 힘들게 한다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을 때,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선택장애를 겪을 수밖에 없다. 입원장에 주렁주렁 온갖 관을 달고 있는 아이를 두고 병원을 나설 때 마모되는 마음을 미리 앞서 수차례 겪어본 사람으로서 간절히 말씀드리건대, 부디 어떤 선택을 하든 반드시 건강한 아이를 만나시길 바란다. 고양이의 건강은, 바로 반려자의 삶의 행복과 직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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