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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바람

<나의 바람>_BTOB

by 김단

내가 평생 바라온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단지 내가 나로 존재하는 것이었다. 다른 무언가에 의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 내 두 발로 서는 나. 하지만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어릴 적 나의 꿈은 경찰, 검사, 조종사 같은 것들이었다. 어느 날 엄마가 나에게 말했다. “너 어린이집 다닐 때 항상 경찰이 되고 싶다고 적더라. 로봇 공학자 하고 싶다면서.” 그때 아이들은 모두 경찰이 되고 싶어 했기 때문에, 그들의 꿈을 자연스럽게 내 것으로 받아들였다.


검사의 꿈도 그렇다. ‘정의’가 옳고 옳은 것은 실천해야 한다는 믿음. 사회가 나에게 주입한 그 정언명령은 검사라는 직업을 동경하고 꿈꾸게 했다. 그렇지만 그것이 내가 진정 원했던 바였나.


그럴 듯했던 나의 이유들은 내 안의 것이 아닌 것도 많았다.


그러던 와중에 나는 조종사의 꿈을 새로 키웠다. 비행기 조종사는 나의 바람을 향한 첫 전환점이었다. 검사라는 꿈을 단숨에 놓고 떠날 만큼 비행기에 끌렸다. 내가 진정 원했던 것이었다. 그래서 더 깊이 알아 보고, 미래의 나를 그리게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것이 내 온전한 꿈이 될 수는 없었다.


막대한 교육비와 불확실한 전망, 조종사가 곧 사라질 것이라는 남들의 말 속에서 내 꿈은 흔들렸다. 그렇게 나는 전투기 조종사가 되기로 했다. 공군사관학교에 가는 편이 그나마 안정적이고 비용이 덜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나의 꿈은 거센 바람을 맞았다. 고등학교 시절 갑작스레 찾아온 기흉 때문에 조종사 꿈을 포기해야만 했다.


지금 나의 관심사는 항공기와 우주 탐사선이다. 먼 길을 돌았지만 나의 꿈은 다시 비행체로 향했다.


연구직은 평생 내가 바라왔던 것들과는 다른 일이었다. 그럼에도 그것으로 하여금 내가 나일 수 있게 된다면 마다할 이유는 없다. 또한 이것이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일임은 분명하기에 나아갈 힘을 얻고 있다. 아직 나의 마음 속 한 켠에는 잊히지 않은 조종사의 꿈이 남아있다. 그렇지만 내가 나로서 살아가다 보면 언젠간 그 바람도 이루어질 날이 올 것을 믿는다.


어떤 바람이 오더라도 그 바람은 날아 오를 힘을 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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