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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정해져 있었단 듯이,

<My Destiny>_Lyn

by 김단

언젠가 힘든 이별을 한 적이 있다.

서로 좋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나는 그 상황을 바꿀 방법이 없었기에 그 사람을 놓아줄 수밖에 없었다. 역시 만남은 타이밍이 중요하구나 하고 깨닫는 순간이었다. 차라리 한 사람의 마음이 떠났더라면 정리하기가 더 쉬웠겠지만, 울음으로 이별했기에 마음이 더 힘들었다.


그때 엄마가 내게 한마디를 건넸다.


“만나게 될 사람이라면 언젠가 다시 만날 거야.”


물론 그 이후로 그 사람을 다시 만나진 못했다. 하지만 그 이별로 나는 한층 더 성장했다. 특히 그때 엄마의 말은, 시간이 지나 운명에 대한 내 시선을 바꿔 놓았다.


어떤 만남이 운명이려면 상당히 많은 조건이 필요하다. 특정한 시점에 특정한 장소에 있어야 하고, 그 사람과 나 사이의 상호작용이 있어야 하며 서로가 깊은 인상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서로가 서로에게 운명적인 사람으로 남을 수 있고 관계가 발전할 여지가 생긴다.


하지만 그렇게 절묘한 ‘쌍방’은 쉽게 오지 않는다. 만약 그런 상황이 설계된 것이라면 굉장히 높은 확률로 복잡하게 꼬여있을 것이다.


어쩌다 운명이 정해져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단지 겪을 뿐이다. 그러므로 그것이 정해져 있다는 것도 알지 못한 채 살아가지 않을까.


따라서 나는 그냥 운명을 만들어 간다고 믿고 싶다.


운명이 정해져 있든 말든 우리는 ‘필연적인 만남’을 기대한다. 하지만 그게 불가능하기에 필연적인 것처럼 보이는 만남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우리의 운명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변화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건 물리 법칙에서도 알려진 바가 있다. 온도가 낮을 때보다 높을 때 분자의 운동이 활발해지므로 서로 충돌할 확률이 높아진다. 같은 원리로 평소에 가지 않던 곳도 가보고 새로운 것도 도전하다 보면 운명처럼 보이는 만남이 생기지 않을까. 하다못해 새로운 취향이나 관심사를 찾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그렇게 조금씩 나아가다 보려 한다. 그러가 보면 언젠가, 필연이라 부를 수 있을만한 만남이 내 앞에 나타나리라 믿는다. 그렇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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