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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니파더 Nov 06. 2024

해외 채권과 Duration

보험사 자산운용과 자금조달구조

해외 채권 때문에 정신없는 한 주였습니다.


그래도 한편으로 이 기회를 통해 어설프게 알던 부분에 대해 명확하게 그림을 그릴 수 있어서 개운하기도 합니다.


일을 통해 스스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그럼 업무에서 배운 해외채권과 Duration에 대한 정리를 해봅니다.


먼저 국내에서 가장 적극적인 해외채권 투자자는 누가 뭐래도 보험사입니다.


생보사 해외투자 80조 원대로 추락…2018년 이후 처음 < 보험 < 금융 < 기사본문 - 대한금융신문


최근 규모가 줄어들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보험사가 이 섹터에서 큰 손인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무엇보다 첫째로 알고 가야 하는 것.


바로 보험사가 해외채권을 구매하는 목적은 단순히 이자수익 획득에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정확히는 Duration 매칭이 주요한 이유입니다.


이걸 이해하기 위해서는 보험사의 자금조달 구조를 먼저 알고 있어야 합니다.


먼저 보험회사는 자금 조달이 은행과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은행은 만기 1년의 예금으로 자금을 조달하죠. (물론 은행채 발행도 있습니다만)


그런데 대출은 (기업대출) 보통 3년 이상입니다.


그러다 보니 Duration Gap (자산 듀레이션 - 부채 듀레이션)이 (+)가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듀레이션 갭이 벌어질수록 금리리스크에 노출되기 때문에 은행에서는 자산 듀레이션을 낮추거나, 부채 듀레이션을 늘리고자 하는 수요가 있습니다. (금리리스크가 증가하면 요구받는 자본금이 늘어나게 됨)


예를 들어 설명하면 장기 대출 비중을 줄이거나, 은행채를 장기로 발행해 듀레이션 갭을 맞추는 것들이 바로 그것입니다.


듀레이션 분석 - 나무위키


보험사는 은행과는 다릅니다.


보통 생명보험은 만기가 10년에서 30년, 혹은 종신까지입니다.


그런데 보험사 입장에서 보험료는 고객에게 받지만 다시 돌려줄 보험 부채, 다시 말해 부채 계정에 잡히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부채 듀레이션이 은행과는 정반대로 굉장히 길게 되죠.


일반적으로 Duration Gap이 (-)가 되는 구조.

역시나 듀레이션 갭이 벌어질수록 금리 리스크에 노출되기 때문에 보험사에서는 자산 듀레이션을 높이거나, 부채 듀레이션을 낮추고자 합니다. (은행과는 정반대)


예를 들어 설명하면 장기 투자자산 비중을 높이거나 채권을 단기로 발행해서 듀레이션 갭을 맞추는 겁니다.


하지만 보험사는 회사채를 발행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보통 채권은 단기 발행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자금 조달 목적에서는 보험료로 충분히 가능하고, 자본 확충 목적으로 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을 발행) 부채에서는 손을 댈 수가 없죠.


그렇다면 자산에서 조정을 해야 합니다.


바로 장기 투자자산 비중을 높이는 것.


가장 좋은 방법은 장기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하는 것인데 우리나라에서 이 상품은 은행이 꽉 잡고 있습니다.


일 처리 프로세스도 빠르고 무엇보다 금리가 더 낮기 때문에 보험사가 은행을 이기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안으로 기업대출이나 회사채 매입을 검토합니다.


그런데 국내 자본시장에서는 그 기간이 3년, 길어야 5년이라서 매칭이 절대 안 됩니다.


그렇다고 국채만 주야장천 살 수도 없죠. (포트폴리오 다변화 관점에서)


결국 국내보다 장기물 발행이 많은 해외채권으로 눈을 돌리게 되는 것입니다.


일단 이것이 큰 그림입니다.


두 번째 체크포인트는 해외채권을 매입하기는 했지만 FX Risk가 무섭다는 점입니다.


IFRS17 대비하다가...보험사 해외채권 외환손실 '비상등' < 은행 < 금융·증권 < 기사본문 - 이코노믹리뷰


따라서 대부분의 보험사는 투자한 해외채권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FX Hedge를 하게 됩니다.


해외에서 외화 차입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만기 시 환율변동성에 노출되는 것이 위험하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파생상품거래를 하는 것이죠.


그렇다고 30년물 미국 국채를 샀다고 30년 통화스왑을 하면서 Full Hedge를 할 수도 없습니다.


관련 상품이 시장에 많이 나와 있지 않기도 하거니와 비용이 상당하기 때문이죠.


대안으로 짧게 1년, 보통 3년 ~ 5년 Cross Curreny Swap을 하면서 롤오버를 (연장) 하는 구조인데,


우리나라에서는 2013년까지 Hedge 기간만큼만 해외채권의 듀레이션을 감독당국에서 인정해 줬습니다.


이 말의 의미는 30년 미 국채를 투자했다 하더라도 관련 Hedge 기간이 3년이라면, 해당 국채에 대한 만기는 30년이 아닌 3년으로 계산이 되는 것.


이 제도 안에서는 듀레이션 매칭 자산 목적으로 해외채권의 매력도가 떨어집니다.


그런데 2013년 10월 보험사 자산운용 규정이 바뀝니다.


1년 이상 환헤지만 하면 전체 듀레이션을 인정해 주는 것.


그러자 해외채권 투자가 증가합니다.


2017년 6월에는 환헤지 여부와 무관하게 듀레이션을 인정해 주는 것으로 대폭 규제를 완화합니다.


그러자 2017년부터 2020년까지는 국내 보험사들이 해외채권을 무진장 담기 시작하죠.


문제는 국채를 소화해줘야 하는 보험사가 해외채권에 열을 올리자, 감독 당국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겁니다.


보험사에 규제를 가하자니 외국에 눈치 보이고, 가만히 있자니 국채 수요가 줄어들어 금리가 올라갈 것 같고....


그러자 20년 6월.


감독당국이 새로운 방안을 내놓습니다.


바로 채권선도 계약도 듀레이션으로 인정해 주는 것.


채권 산다고 약속만 해도 보험사 RBC 오른다 < 보험 < 금융 < 기사본문 - 대한금융신문


이 제도로 보험사들은 유동성 혜택을 받게 되는데요.


제도 도입 이전에는 듀레이션 갭 매칭을 위해 장기 해외채권 매입에 1조 원의 원금을 투입했는데,


이제는 국내 채권을 앞으로 사겠다는 채권선도계약 그 자체만으로도 장기 투자라고 인정해 주는 것이죠.


예를 들어 보험사 입장에서는 1조 원의 자금을 그동안 해외채권 투자에 투입했는데,


이제는 증거금인 1천억만 채권선도계약에 투입해도 1조 원의 가치를 인정받게 되는 것이니 운용할 수 있는 자금이 남게 됩니다.


이 자금으로 국내 회사채권을 사거나 기타 대체투자 자금으로 사용하는 구조.


그러자 해외채권에 대한 수요가 2020년 이후 최근까지 쭉 감소하게 되었습니다.  


긴 이야기인데 결국 국내 보험사 입장에서 해외채권은 Duration Gap 매칭 자산으로서 유용하다는 것.


다음으로는 외부 감독당국의 규제에 따라 (ALM 매칭 자산으로서 인정 여부) 전체 규모가 변동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오늘은 한 번에 이해하기 힘든 자산-부채 듀레이션에 대한 설명을 해봤습니다.


서두에 이야기한 것처럼 그동안 어설프게 알아왔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히스토리를 제대로 파악하게 된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작업이었습니다.


보험회사 자산운용과 듀레이션 매칭과 듀레이션 갭에 대해 궁금해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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