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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니파더 Nov 19. 2024

이직의 사유

모멸감, 퇴직, 그리고 이직

요즘 브런치스토리에 글도 올리고 올라오는 글도 자주 읽고 있습니다.


다양한 글을 읽으면서, 세상에는 많은 '고수'들이 있음을 다시금 느끼며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최근에 이직 사유와 관련된 글을 읽었는데 '이거 딱 내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퇴사라는 살의(殺意)


위 글에서는 사람이 회사를 옮기는 다양한 이유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연봉, 기업문화, 사람 문제, 미래 발전성, 회사 네임밸류, 직업 안정성... 그리고 또 뭐가 있을까?


근데 사실 이것들은 표면적인 이유라는 것.


실제는 이것들과 더불어 사람이 느끼는 감정, 다시 말해 '모멸감'이 이직의 방아쇠를 당긴다는 말.


이 말을 듣는데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예를 들어봅니다.


사실 직장생활 20년 차에 대기업 내의 이동이라면 계약연봉이 아무리 작아도 경쟁사와 비교해 보면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저의 경우엔 많이 주는 곳은 2,000만 원? 정도 더 받는 제안이었던 것 같네요.


물론 외벌이 입장에서 한 달에 200만 원씩 더 받는 것이니 누군가는 많다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게 좋은 직장을 포기하고 다른 곳을 선택할 만한 명분이 되어 주기는 힘들다는 것이 개인적 생각입니다.


또 계약 연봉이 작다고 하더라도 그 외의 것들이 보완된다면 이직 마음이 사라질 것이라고 봅니다.


학자금을 비롯한 기타 복리후생이 좋다든가 하면 말이죠.


그런데 계약연봉도 낮고 복리후생도 안 좋다면 슬슬 생각합니다.


'이 기업은 나를 이렇게 밖에 생각하지 않는 건가?'


그런 중에 상사가 한마디 던지는데 이게 방아쇠가 되죠.


'회사 그지 같지? 그래도 어쩌냐? 우리가 그렇다고 이 나이에 다른 곳 갈 능력도 안되잖아! 그냥 버텨!!!'


이런 말을 들으며 생각했습니다.


"왜 우리라는 범주에 내가 들어가야 하는 거지?"


그 순간 모멸감이 찾아오고 커지면 결국 떠나게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머릿속을 사로잡게 됩니다.


또 다른 예.


9시에서 출근해서 6시 땡치면 집에 가는 흔히 말해 '워라밸' 좋은 기업에 다닌 적이 있었습니다.


'진짜 이렇게 편한 회사는 없다'라는 생각이 3개월 갔나?


다음부터는 두려워지기 시작하더군요.


'난 더 일할 수 있는데 이대로 뒷방 늙은이가 되는 건가?'


혹은


'편한 만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 되겠구나'하는 괴로움.


동시에 '나의 능력을 펼치지 말라는 대가로 받는 돈이 바로 급여겠구나'라는 한탄.


물론 누군가는 이러한 환경을 부러워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결론은 직장은 단순히 돈 버는 곳도, 복리후생이 좋은 곳도, 워라밸만을 챙기는 곳도 아니라는 것.


중요한 것은 '의미 있는 일 없는, 안전하고 보장된 삶이 과연 행복할까?'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여기서의 일은 돈을 벌기 위한 일이 분명 아닐 겁니다.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과 내가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동시에 내가 속한 조직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핵심입니다.


내가 받는 급여가 위에서 말한 '내 능력을 펼치지 못하는 대가'로 인한 것이라면, 그것은 모멸감과 직결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나의 쓰임새'에 대해 다시금 고민하게 된 날입니다.


'핵심은 맞지만 그 부분은 이야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당장 개선될 수 없는 거잖아요'


'좋은 아이디어지만 부서 간 R&R 이슈가 있으니 미들 파트는 뒤에 빠져 있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직은 이런 이야기에 '이직과 모멸감'을 운운하는 거 보니 철이 없는 것도 맞는 듯.


다들 무탈한 직장생활 이어나가시길 바라며, 아직은 배가 고픈 40대의 고민하는 하루가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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