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입금이 없는 회사
오늘은 과거에 주목했던 기업을 다시 리뷰하는 글입니다.
시작하기에 앞서 여신이나 대출, 그리고 투자라는 말은 결국 '남에게 돈을 빌려주는 행위'에 속하죠.
관련 일을 20년 동안 해오다보니 아이러니한 것이 오히려 대출받는 것, 투자받는 걸 안 좋아하게 되었다는 겁니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남의 돈' 잘못 끌어다 써서 망한 기업들 사례를 많이 봐서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암튼 그러다보니 점점 '차입금이 없는 기업', 혹은 '부채비율이 낮은 기업'에 초점을 맞추게 되는 저를 봅니다.
Debt Side 투자자로서 안정성을 중시하니 나오는 성향인데 반성해야 할 점.
오늘은 이와 관련된 기업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좋아하게 된 곳으로, 상장사는 아니지만 우리 주위에 많아서 매우 친숙해진 아성 다이소입니다.
관련하여 박정부 회장이 쓴 책 '천원을 경영하라'를 작년 초에 읽었습니다. 책 관련 리뷰는 아래 참고.
그때도 읽으면서 '여기 괜찮은데?'라는 생각을 했는데 올해 실적은 왠지 모르게 더 좋아질 것 같습니다.
이유는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한 친구가 제일 먼저 가고 싶어하는 곳으로 두 군데 중 한 곳이 다이소이더군요. (다른 하나는 올리브영)
그만큼 이제는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모습입니다.

먼저 사업 경쟁력 측면에서 보자면 과거 '저가형'이미지에서 탈피한 것이 주효했습니다.
이제는 '트렌드를 제대로 읽는', 혹은 '가성비' 있는 소비가 가능한 곳으로 소비자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있죠.
인식 전환에 성공한 케이스.
‘10대들 백화점’ 떠오른 다이소, 비결은 트렌드 읽기|동아일보
탄력을 받아서 지난해 3조를 웃돌던 매출은 올해 4조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저가형 상품이 주를 이룬다는 걸 감안하면 엄청난 성장세라고 볼 수 있죠.
아시다시피 일반적으로 성장세 높은 기업들은 낮은 재무안정성을 보여주기 마련입니다.
왜냐하면 높은 성장세 유지를 위해 필요한 자본적지출을 위한 자금을 외부에서 끌어오기 때문이죠.
그런데 다이소는 재무안정성도 엄청 탄탄한 기이한 (?)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가 끌리는 이유.
최근 3개년 주요 재무지표를 보겠습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매출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매년 앞자리가 바뀌고 있죠.
동시에 매입채무 등이 증가해서 부채비율도 증가하고 있습니다만, 여전히 100%를 하회하고 있습니다.
재밌는 부분은 차입금이 3개년 연속 "0"이라는 점입니다.
숫자가 잘못된 거 같아서 개별 감사보고서도 살펴봤지만 맞네요. (헐)

사업에 필요한 모든 자금을 자본으로 충당하고 있는 모습인데, 이런 재무제표는 국내에서 처음 보는 듯 합니다.
성장세를 유지하면서도 차입금을 제로에 가깝게 유지하는 구조라...
참고로 23년도의 자본총계 감소는 자기주식 취득 5,352억을 반영한 것입니다.
자본적정성이나 지배구조 측면에서 봤을 때 이 전략 역시 매력적입니다.
추가로 다이소의 지배구조는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최상단에 (주)아성이 있고 그 다음으로 일본 수출 및 유통을 전담하는 (주)아성에이치엠피, 그리고 국내 다이소를 운영하는 (주)아성다이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주)아성 → (주)아성에이치엠피 → (주)아성다이소]
다이소 지분 인수에 5000억 투자한 아성HMP 자금력은? - 아시아경제
지주와 중간지주회사 모두 재무 안정성이 탄탄합니다. 그 와중에 이익소각까지 했으니...
이런 말 하기는 그렇지만 갑자기 투자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군요. (장외주식 기웃기웃)
...
국내에는 미국처럼 투자할 곳이 마땅히 없다고들 하는데 이렇게 찾아보면 비상장회사에서도 좋은 곳들은 많습니다.
보험사에서 근무할 때 상장사나 신용등급이 있는 기업들만 투자 대상으로 삼던 프런트가 문득 생각나네요.
다이소에 대한 그녀의 투자의견이 궁금해지는 하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