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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업자 정신

같이 삽시다!~

by 고니파더

얼마 전, 전 직장 팬클럽 (?) 후배들과 즐거운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회사를 옮긴 뒤에도 끊임없이 연락을 주고 받는 사이라 이제는 그 추종을 감사하게 생각하는 녀석들이죠.


술이 들어가자 갑자기 '조직의 건강함'로 이야기가 흘러가기 시작하더군요.


참석 멤버들이 대부분 심사역들 혹은 심사역 출신 지점장들이라, 심사 및 투자와 관련된 것들이 주요 주제였습니다.


샐러리맨 입장에서 직장이라는 것이 다 똑같지만, 그래도 '어떤 직장/어떤 조직이 건강한 조직이냐' 는 것이 메인 테마였죠.


무엇보다 '돈을 버는 것이 주요 목적'이라는 기업의 설립 이유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이견이 없었습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나의 실적 > 조직의 실적' 보다 우선시 되어 잘못된 판단이 들어설 여지를 준다는 것이 이날의 메인 토픽.


과거 은행에서 일할 때를 돌이켜 보면 마찰이 많은 부분이 영업조직과 미들오피스인 심사부서가 되곤 했었습니다.


관련해서 술자리에서 나왔던 '동업자 정신이 파괴된' 이야기 소개합니다.


최근 후배가 경험한 사례 1)


평소에 심사 관련 서류를 매우 잘 챙겨주는 oo지점이 있었음.


해당 지점에는 k 대리가 있는데 일을 매우 잘한다고 소문난 친구였음.


A 요양원에 대한 심사건을 배정받은 후배는 서류를 보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함.


보통 KCB라고 부르는 외부 신용등급 점수가 기재된 자료가 없었던 것임.


'해당 자료는 왜 빠진거냐?' 물어보자 K 대리는 대답을 회피함.


이상함을 감지한 심사역이 KCB 외부 신용등급 점수표를 뽑아보니, 무려 9등급 차주였다고함. (이정도면 불량한 등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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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 빠른 분들은 느끼셨겠지만 해당 자료 누락은 실적에 눈이 먼 지점장과 팀장이 '의도한 것'이었고, 이에 분노한 심사역은 더이상 영업점에서 접수되는 문서를 못 믿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이후부터는 심사 서류를 스스로 다시 출력하고 뽑는데 많은 시간을 허비하게 되었다는 슬픈 이야기.


'개인의 이익 > 조직 전체의 이익'에 해당되어 눈앞의 것만 보고 행동한 전형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동시에 같이 일하는 조직원에 대한 동업자 정신이 상실된 케이스라고도 볼 수 있죠.


최근 후배가 경험한 사례 2)


법인 요양병원에 대한 심사를 하던 심사역 B는 해당 요양병원 원장과 인터뷰를 함.


해당 요양병원 원장은 서울대 의대 출신의 엘리트였음.


후배 상대방의 학벌에 마음이 흔들림.


마음속으로 80% 이상은 승인이라고 외치며 별 고민없이 돌아섰다고 함.


그런데 이상하게 걸리는 부분이 있었음.


그것은 요양병원의 화려한 시설과 어울리지 않는 음산한 분위기였고 더불어 정원이 100명이 넘어가는데 비해 충원 환자가 50명도 되지 않았다는 부분임.


갑자기 등골이 싸해 역시나 대표이사의 신용정보를 조회함.


대표원장은 서울대 의대 출신은 맞으나 개인회생 신청중이었음. 즉, 한번 망했다가 다시 돌아왔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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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왜 해당 정보를 자료에 포함시키지 않았냐고 영업점에 항의하자 돌아온 답변.


"법인과 개인의 신용도는 다르지 않습니까?"


그야말로 "헐"인 상황.


이후 해당 심사역은 법인 심사시에도 반드시 영업점에 해당 대표의 CB자료를 요청하고 있다고 합니다.


술자리에서 오고 갔던 이야기들이지만 이런 일들이 계속해서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개인의 이익만을 앞세우다 보니 '나만 아니면 돼'를 외치는, 동업자 정신의 부재에서 시작된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같은 조직에서 같은 월급받고 일하고 있는데 '너를 죽여야 내가 산다' 식으로 상대방을 대하다 보면,


결국 둘 다 죽는 결과가 나오는 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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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 입장에서만 이야기 했지만 프론트를 대하는 일부 심사역들의 고압적인 자세도 문제는 분명 있습니다.


리스크 하나도 없는 심사 대상만을 원하는 직원?


심사역의 자질이 없습니다.


그런 것에 대한 투자 의사결정은 초등학생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리스크가 두렵다면 대한민국 국채와 미국 국채만 사도 됩니다.


그런 의사결정 하라고 높은 월급 주는 건 아니니까요.


...


동업자 정신에 대해 썰을 풀어봤습니다.


의사결정은 판단의 영역이기 때문에 항상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 잘못된 결과가 나쁜 의도로 의도된 것이라면, 반드시 처벌해야 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같은 조직에서 더불어 살아간다는 동업자 정신이 조직에 널리 퍼질 때, 하나의 기업이 옳은 방향으로 갈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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