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동생 문화
후배 이야기를 듣고 각색해서 글을 씁니다.
모든 조직이 그렇지만 인사가 문제네요.
그런데 따지고 보면 인사를 잘한다는 조직은 본 적 없어요.
그만큼 인사라는 것이 제대로 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겠죠.
제가 생각했을 때 잘한다는 소리는 못 들어도 그나마 욕먹지 않는 인사는 '공정한 인사'입니다.
예를 들어 '저 사람이 정말 싫은데 실적이 좋다?' 면 인정은 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것도 저것도 아닌데 승진을 한다? 그리고 그에 대해 별도 이야기가 없다?
혹은 CEO와 같은 교회를 다닌다는 이유로 승진을 한다?
그러면 조직 자체가 신뢰를 잃게 되고 그다음부터는 안 봐도 비디오입니다.

이와 관련된 직장 썰입니다.
후배가 일하는 직장 (저의 예전 직장)에는 지역 유지의 아들이 있었습니다.
그 지역은 외딴섬이라 지역민들끼리 유대관계가 꽤 깊었다고 해요.
모두가 '형님! 동생!'을 외치는...
그 지역 유지 아들이 어느 날 신입으로 입사를 합니다.
당시 부행장과 심사부장도 해당 지역 출신이었는데 지역 유지 아들 앞에서는 상사처럼 한없이 고개를 숙였답니다.
많게는 20년, 적게는 10년 후배인데 말이죠. 지역 유지 아들의 파워를 실감하게 되는 순간.
암튼 지역 유지의 아들은 별 어려움 없이 지점장으로 승진합니다.
시험이나 자격증 같은, 객관적인 데이터로 판가름 나는 과장 승진은 늦었지만 비재무적인 (이라고 쓰고 알음알음이라고 말함) 부분이 작용하는 지점장 승진은 엄청 빨리하게 된 것이죠.
사실 업무로 만나본 이 친구는 괜찮은 직원이었습니다.
물론 영업 능력이라는 것도 집안 도움을 받아서 유지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제 기준에서는 그래도 괜찮은 딜을 가져오는 책임자였죠.
그런데 주변에서 하도 난리를 치니까 (물고 빨고) 오히려 그 능력이 퇴색되는 느낌입니다.

물론 이른 나이에 승진도 하고 그러니까 자기 자리는 빨리 잡을 수 있겠지만 옆에서 오버해서 다루니, 주변인의 반감만 생기는 모양새.
더 심각한 문제는 잘못된 인사가 미치는 영향입니다.
'능력이 있어도 빽이 없으면 계속 물먹는다'는 것이 인사발령으로 인해서 확정되니, 여기에 불만을 품은 일 좀 한다는 젊은 직원들이 자기 길을 찾아서 나가버리거나, 휴직에 돌입한 것이죠.
아쉽고 안타까운 점.
이와 관련해서 선박 수리업체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연안을 운행하는 비교적 큰 배의 경우 작은 구멍이 생겨도 한동안 운행하는데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해요.
다만 조금씩 물이 새는 순간을 캐치하지 못하고 그대로 놔둔다면 큰 사고로 이어진다고 합니다.
인사도 그런 것 같습니다.
당장 잘못되어도 기업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그것이 계속 반복되다 보면 결국 걷잡을 수 없게 되는 것은 똑같은 것 같아요.
돈 없고 빽 없지만 실력은 있는 언더독들이 인정받게 되는 사회가 되기를 희망하며.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