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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진쎄미켐과 동진시장의 관계

기업의 재무융통성

by 고니파더

남들은 잘 모르는, 나만 아는 기업이 잘 나갈 때,


혹은 그런 기업의 주가가 올라갈 때는 기쁜 마음이 드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어제와 오늘 동진쎄미켐의 주가 변동성이 큰 걸 보고 있자니 마음이 복잡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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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단 하나.


바로 동진쎄미켐 주가 등락은 기업 자체 실적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 경영권 분쟁이 주요 이유이기 때문이죠.


잘 모르시는 분들은 아래 기사를 참고하시길.


일본이 장악한 반도체 소재 克日 한평생…이부섭 동진쎄미켐 회장 별세 | 한국경제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반도체용 감광액과 발포제를 생산하는 국내 소부장 업체의 대표주자인 동진쎄미켐은 꽤 괜찮은 기업입니다.


회사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대기업들을 1차 매출처로 두고 있죠.


아주 탄탄한 중견기업이라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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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삼성전자가 4% 정도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이기도 하죠.


기사에서처럼 최근 동진쎄미켐을 설립한 창업주 이부섭 회장님이 별세했습니다.


시장에서는 장남과 차남의 경영권 분쟁을 예상하면서 단기적으로 투기적 세력이 몰리는 모양새입니다.


씁쓸한 마음입니다.


참고로 이부섭 회장님과 개인적 인연은 없습니다만, 동진쎄미켐에 대한 여신을 검토하면서 간접적으로 전해 들은 회장님의 전설적인 이야기들이 떠오르는 오늘입니다.


먼저 이분은 자식들에게도 실력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분이라고 해요.


장남은 연세대, 차남은 서울대 출신인데 현재 대표이사는 차남이 맡고 있죠.


물론 학벌이 실력을 대변해준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장자 승계 원칙 따위는 이분에게는 해당되는 말이 아니라는 말.


그래서 멋있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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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 앉힌 SK, 장자 승계 LG…‘핏줄과 돈줄’ 대기업 뒷얘기 | 중앙일보


두 번째로 심사를 하면서 더 놀라웠던 점이 기억나네요.


제목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엄청난 대주주의 재무융통성이었습니다.


제가 이제까지 심사했던 수많은 중소, 중견기업들 모두 다 합쳐도 이분 재산에는 못 따라왔던 것 같아요.


회장님 이하 가족들의 주요 거주지가 연희동과 연남동 일대로 알고 있는데,


감정가격을 들으면 입이 떡 벌어질 만한 단독주택 소유는 물론이고, 유명한 연남동의 동진시장도 회장님과 사모님 소유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서울25]52년 역사 연남동 ‘동진시장’에 2025년 판매·업무시설 들어선다 - 경향신문


오해하실까봐 자세히 이야기 드리는데, 시장안의 조그마한 시설 하나가 아닙니다.


시장 전체, 그러니까 한 섹터가 두 분의 개인 소유라는 말. ㅡ,.ㅡ ;;


지금은 모르겠지만 제가 검토하던 시점에는 대출도 없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참고로 동진시장은 와이프랑 자주 산책가는 곳이라 좀 압니다.


이곳의 넒은 부지 면적을 감안했을 때 평단가 5,000만원으로 계산을 해도 200억이 넘어간다고 볼 수 있죠.


그런데 여기는 연희동 초입이라 위치도 좋아요.


만약 평당 1억이라고 하면 땅 값만 400억입니다. 그야말로 후덜덜한 규모.


개별 재무지표를 보면 작년 3분기 회사의 유형자산 규모가 약 4,000억 수준인데, 여기에 거의 10% 이상이 되는 개인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죠.


그것도 제가 파악한 것만 이 정도 수준이니 알려지지 않은 것까지 감안하면 어마어마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이 기업 심사할 때 '부채비율이 어떻고, 차입금의존도가 어떻고'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어요.


다시 말해 재무지표에 빠져서 심사하지는 않았다는 말.


이 이야기를 듣고 누군가는 '기업의 자산과 대표이사의 자산은 다르지 않느냐?'라고 비판할수도 있습니다.


일면 건전한 비판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체도 그런가요?


만약 그렇다면 채권단에서 받는 그 많은 대표자 연대보증계약서는 무엇을 의미합니까?


솔직히 우리나라의 경우 아무리 상장법인이라고 해도 중소, 중견기업은 대표이사 개인 회사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점을 감안했을때 회사 대표자의 재무융통성 파악은 채권보전 측면에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결국 하고 싶은 이야기는 '심사를 할 때 실질을 파악해보자는 것'.


동진쎄미켐 창업주의 사망 기사를 보고 문득 과거 기억이 떠올라 주절주절 해봤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P.S. 우리나라에세 보기 드문 제대로 된 소부장 기업 중 하나가 바로 동진쎄미켐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위기를 무사히 벗어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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