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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vate Debt Fund

금융자문과 한국의 사모대출시장

by 고니파더

최근 외국계 기관 금융 자문을 할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1~2시간 정도 궁금한 부분에 대해서 답변을 해 준 것 같은데 꽤 많은 걸 물어보더군요.


생각해 보면 요새는 이런 서비스 제공자가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그간 시장 조사라는 기관들이 너무 사악한 가격을 업체에 제시해서 이런 기회가 생긴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그들도 전문가라는 사람들을 개별적으로 접촉해서 관련 정보를 얻어내는 것일 텐데 가격이 비싸잖아요.


이런 식의 지식과 정보 공유에 대한 접근이 앞으로도 많아질 거라는 생각이 자문을 하는 내내 들었습니다.


참고로 요즘에는 대화를 하면서 상대방 질문의 퀄리티를 유심히 들어보고 판단하는 편입니다.


듣다 보면 대충 느낍니다.


'상대방이 얼마나 진심인지, 얼마나 준비를 해왔는지' 말이죠.


자문을 의뢰한 곳은 해외 금융사였던 것 같습니다. (추정)


아시아 시장 중 한 곳으로 국내 시장을 Target으로 하는 모양인데, 질문의 깊이와 범위가 상당히 넓어 보이더군요.


만약 현실화된다고 하면 '국내 금융사들에게는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해외서도 눈독 들이는 韓사모대출 시장...국내 연기금은 여전히 '신중론'.해외 전문투자사 국내 기관 접촉하며 韓 진출 타진


해당 회사는 특히 국내 사모 대출 시장 중에서도 동산 금융 시장에 관심이 많아 보였어요.


처음에는 '왜 하필?'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대기업 여신과 주택 담보대출 중심으로는 은행이 워낙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어찌 보면 방향성을 이렇게 설정한 것도 이해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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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크게 섹터를 1) 건설기계, 2) 선박금융, 3) 의료장비, 4) 통신 타워로 나눠서 설명해 달라고 하더군요.


4) 통신 타워는 경험해 본 적도 없거니와, 국내 시장에서 활성화되고 있는 것도 아니어서 제외했습니다.


나머지는 제가 경험했고 아는 한도 내에서 설명했습니다.


과거 은행에서 심사하던 순간이 문득 떠올라 저로서도 의미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먼저 건설기계에서는 자동차 금융과 같은 캡티브 금융사, 캐피탈사와의 경쟁이 불가피하다고 이야기해 줬습니다.


또 최근에는 건설 경기 하락의 영향으로 연체율 체크도 필수라는 점도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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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금융에서는 특히 연체율에 관심이 많더군요.


다만 실제 경험해 본 바에 따라 연체율이 높다고 하더라도 회수율이 낮지 않기 때문에 회수 부분에 신경만 쓴다면 괜찮은 투자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을 줬습니다.


또한 대형 선박 위주가 아닌 중소형 선박 위주로 시장에 접근하는 것을 추천했습니다.


국내 대형 은행 중심으로 선박금융이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는 의미에서는 조금 맞지 않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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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상대방이 흥미를 갖는 부분은 의료기기 시장이었습니다.


생각보다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인데 한국의 사회환경에 대한 (출생률 하락, 노인 인구 증가) 이해가 조금 부족한 것 같아서 이 부분을 추가적으로 설명해 줬습니다.


추가로 주요 고객사들이 의사들이기 때문에 실제 연체율이 타 산업 대비 낮을 거라는 것도 (물론 체크는 다시 해야 합니다!) 하나의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저도 자문을 하다 보니 생각이 정리가 되더군요.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국내 금융기관들의 한국 Private Debt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입니다.


해외서 성장세 가파른 사모대출펀드(PDF), 국내선 자리 잡을 수 있을까-인베스트조선


무조건 해외 PDF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도 그렇고, 직접 대출이나 투자가 아닌 Fund 출자만 고집하고 있는 것은 너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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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개별로 Credit을 살펴보는 것들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만큼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을 겁니다.


또 회사 내부로도 Track Record가 쌓이는 것이기 때문에 잃을 건 없어 보이는데 말이죠.


결국 금융에서도 진정한 '발전'이나 '혁신'은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고 그걸 실행하는 능력에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 하루입니다.


국내 사모 대출 시장의 성장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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