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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Q와 기업어음

신종금융상품의 출현

by 고니파더 Mar 18. 2025

재밌는 금융상품을 만난 하루입니다.


주인공은 바로 치킨 브랜드 BBQ 자회사인 에이치와이인터내셔널의 지급보증부 기업어음입니다.


아마도 에이치와이의 이름은 윤홍근 회장의 이름에서 따온 거라고 추정해 봅니다. (왜 이런 것들이 궁금한지 모르겠습니다만...)


CP 관련 신평사의 파일은 나이스 신용평가, 혹은 한신평 등 신평사에서 자료 찾아보시면 될 듯 합니다.


저도 이번에 알게 된 사실인데 에이치와이인터내셔널은 BBQ 가맹점들에게 생닭과 함께 식용유 등을 납품하는 회사로 보이더군요.


프랜차이즈 치킨집의 MRO 버젼이라고 생각됩니다.


참고로 보통 이런 곳은 '교통세', 혹은 '통행세'를 받기 위해 만들어진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그 교통세와 통행세 수익률이 만만치 않은 경우가 많고 대부분은 지배주주에게 흘러들어가는 구조가 되죠.


아래 기사에서처럼 우리나라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치킨 브랜드는 이런 기업들을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습니다.


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290403

프랜차이즈 치킨 브랜드의 주식 투자자로서는 짜증날만한 상황이지만 (대상회사 수익이 고스란히 흘러들어가기 때문. - 주식농부 박영옥은 이런 현상을 한국 기업 특유의 터널링으로 표현함) 통행세를 받는 회사에 돈을 빌려주는 금융기관 입장에서의 시각은 사뭇 다를 수 있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이 통행세 기업에서는 굉장히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역시나 예상대로 이곳도 규모는 작지만 아주 짭짭할 수익을 거두고 있었습니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아래 주요 재무지표를 보니 위에서 말했던 것들이 그대로 실현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네요.


들쭉날쭉하지만 영업이익률이 나쁘지 않은 모습입니다. 


사실 오늘은 이 기업 자체의 분석은 아닙니다.


제목에서처럼 이번에 대상 기업이 발행한 1년짜리로 기업어음에 대한 이야기가 메인 주제입니다.


해당 기업어음의 만기 수익률은 3%인데 눈길을 끄는 것은 전액 신한은행 보증이라는 겁니다.


역시나 특이한 거래, 금융상품을 볼 때는 '왜 이런 구조를 짰는가?'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시작해야 합니다.


첫번째 가졌던 의문은 대상 기업 자체의 차입금이 많기 때문에 대상 기업의 신용도만으로는 추가 차입이 어려울 것이었다는 가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찾아보니 대상 기업의 차입금의존도는 그리 높지 않더군요.


또 금융기관도 대부분 메이저로 구성되어 있더군요.


다만 눈길을 끄는 것은 재무제표의 주석에 나와 있는 은행 차입금의 금리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신용대출을 주로 사용하는데 별도의 지급보증 없이 약 4% 후반부터 5% 중반대의 이율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이 딜을 기업 입장에서 생각해봤습니다.


금번 거래의 지급 보증 수수료를 감안해도 (아마도 1.2%?) 타 차입금 대비 낮은 금융비용이 나가기 때문에 남는 장사였을 겁니다. (Total 4.3% 정도?)


지금 당장 자금 50억 조달은 하고 싶은데 싸게 할 방법이 없나 고민하다 이 지급보증을 선택했겠죠.


보증을 제공한 신한은행 입장에서 생각해봅니다.


자금을 태우지 않고 1.2%라는 수수료 수익을 수취합니다.


ROE 측면에서 웬만한 대출보다 수익성이 나오게 되니 역시나 남는 장사가 됩니다.


마지막 트라이앵글인 투자자 입장에서 생각해 봅니다.


대상회사 신용도를 감안하면 금리를 더 받아야겠지만, 큰 금액을 태울 수는 없습니다.


규모도 작고 외부 신용등급도 없기 때문이죠. 말 그대로 리스크가 크다는 말.


그런데 이 중간을 기가 막히게 은행 지급보증서가 파고듭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비록 에이치와이인터내셔널의 신용도는 아쉽지만, 뒷 배경이 신한은행이니까 그걸 믿고 3% 금리를 수용합니다. 


이렇게 되면 RWA, 즉 리스크 감안한 자본적정성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아서 (AAA 채권으로 분류되기 때문. 여기서는 CP이기 때문에 A1의 평가를 받게 됨) 투자자 입장에서도 이득입니다.


거래에 참여한 셋 모두 만족하는 딜 성사.


사실 이런 기회는 꽤 많습니다.


문제는 대출은 무조건 본인들의 자금을 태우고, 지급보증과 같은 수수료 수입은 수출입금융거래에서만 일으킨다는 잘못된 선입견 때문에 활성화 되지 못했을 뿐이죠. 


참고로 그동안 은행에서 지급보증이라고 하면 수출입금융이라고 부르는 신용장 거래에서 나오는 수수료 수입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혹은 제가 은행에 있을 때 심사했던 상조회사를 대상으로 한 지급보증서 발급이 있죠.


하지만 이런 딜들은 많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제 지급보증의 업무 범위도 슬슬 넓어지는 느낌입니다.


바로 이렇게 CP 발행에 대한 지급보증까지 은행에서 참여하니 말이죠. 


그러다 보니 은행의 지급보증액은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아래 기사를 참조하시길.


은행 지급보증액 75조 돌파, 환율 급등에 ‘골머리’…보증규모 하나·신한·국민 순 - CEOSCOREDAILY


'왜 은행의 지급보증 규모가 증가하고 있나? 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뇌피셜이긴 하지만 최근 3~4년 PF나 브릿지론을 통해서 받았던 많은 부동산 취급 수수료를 이제 더는 기대할 수 없는 것이 출발점이지 않을까 싶네요.


더구나 정부에서는 가계대출에 대한 금리 역시 내리라고 압박이 들어오고 있는 상황.


이런 환경을 감안할 때 새로운 먹거리를 선제적으로 찾아 나서는 곳은 그래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겁니다.


바로 이번 딜의 신한은행처럼 말이죠.


그렇지 않고 대출과 예금 영업이라는 기존 영업형태만 답습하는 곳은?


경쟁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


'굉장히 신박하다'라는 생각으로 한참 딜 구조를 분석한 하루입니다.


다만 투자자 입장에서 경계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무조건 지급보증처의 신용도만 보고 투자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겁니다.


핵심은 대상 기업 자체가 괜찮아야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나서 보증처의 신용보강이 있다면 금상첨화라는 것이지, 은행이나 증권사가 보증 확약을 했다고 해서 무조건 투자를 결정하면 안됩니다.


어쨌든 앞으로도 이런 딜들이 자주 시장에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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