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업계 싸움 최종승자는?
재밌는 지분 투자 기사가 하나 떴습니다.
https://www.chosun.com/economy/tech_it/2025/03/13/YNQ3EJQLRBHIBCAD7AYHU3JGUE/
대한전선과 LS전선이 한판 붙었네요.
업계 이야기를 조금 해봅니다.
먼저 LS전선은 전선업계 독보적인 1위 업체이고 대한전선은 이제 막 호반그룹에 편입된 2위 업체입니다.
일전에 블로그 글에서 한번 언급한 것처럼 대한전선은 정말 어렵게 어렵게 심사를 했던 (출자전환 등 과거 재무제표가 매우 지저분함) 기억이 있는 업체입니다.
참고로 3위 업체는 가온전선인데 대부분 주식을 LS전선이 보유하고 있는 걸 감안했을 때, 국내 전선업계는 LS전선과 대한전선 두 곳으로 나눠진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렇게 써 놓고 보니 정말 LS전선은 과점을 넘어 독과점 지위를 보유하고 있네요)
이번 기사를 통해 내용을 파악해 보면 2위 업체 모회사인 호반그룹에서 1위 업체인 LS전선의 지분을 장외에서 3% 취득했습니다.
이건 조금 의미하는 바가 큽니다.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 주식을 취득했다고 보면 감이 오시려나?
언제나 그렇듯이 취득 목적은 '단순 투자'라고 했는데 이 말을 그대로 믿는 사람들은 이제 없을 거라고 봅니다.
https://alphabiz.co.kr/news/view/1065569087283444
뇌피셜로 왜 호반그룹이 LS전선의 지분을 취득했는지 따져봅니다.
첫 번째 이유는 전선업계가 돈이 된다는 걸 호반그룹에서 제대로 인지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다들 알다시피 호반그룹은 건설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요새 굉장히 문제시되고 있는 대방건설 방식으로 (?) 큰 그룹이라고 볼 수 있죠.
물론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그러니 비판은 삼가주세요.

https://www.newspim.com/news/view/20250307000354
뉴스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오는 건설경기 침체는 이제 어제 오늘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호반그룹은 대부분의 매출과 이익이 건설 쪽에서 나오는 구조이죠.
그러다 보니 규모가 조금 있는 타 산업을 키우는 게 그룹의 핵심 목표였을 겁니다.
매년 사업 계획 같은 걸 할 때 'Cash Flow 다각화' 뭐 이런 걸로 타운홀 미팅 같은 걸 했겠죠. (기획팀 여러분 수고 많으십니다. ㅎㅎ)

그런데 전선업에서 뜻하지 않은 좋은 성과가 터졌습니다.
'이거 돈이 꽤 되네?'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고 그렇다면 조금씩 시장에서 포지션을 늘려나가자는 순진한 생각의 끝에 (?) 투자를 감행했을 거라고 봅니다.
두 번째는 소송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함입니다.
이 두 기업은 그동안 특허소송 및 기술 침해 관련된 내용으로 계속해서 싸워왔는데요.
이번에 2차 판결이 나왔는데 법원은 LS 전선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20525
배상액은 사실 얼마 안 됩니다. (15억)
하지만 늘 그렇듯이 이런 판결 결과는 시장에 주는 시그널이 꽤 큽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금 유동성이 빵빵한 호반그룹에서 협박의 선빵을 날린 게 아닐까 합니다.
참고로 아래는 호반그룹 현금성 자산에 대한 규모인데요. 대략 2조 가까이 됩니다. 어마어마한 규모.
세 번째는 조금 놀라운 부분이긴 한데, 말 그대로 이번에 대규모 인수합병을 추진할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호반그룹은 과거에도 한진칼 지분 투자와 같이 이런 전략적 투자를 잘해오긴 했지만 이번에는 같은 업계에 대한 지분 취득이기 때문에 시사하는 바가 조금 큽니다.
https://www.chosun.com/economy/money/2022/03/29/ZDBOLS7DJFAZPGDHJRZYSPT4YI/
또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는 LS그룹의 지분구조를 제대로 파고 들어간다면?
결과는 아무도 모릅니다
명확한 것은 이번 지분 투자를 통해 호반그룹이 시장에, 그리고 LS그룹에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분명해 보입니다.
그것은 바로 '너희들 계속 까불면 회사 사버린다!'라는 경고이죠.
...
고려아연과 영풍, 그리고 MBK를 보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경영권 분쟁이 일상화되는 듯합니다.
인수금융을 통해 우리나라 인수합병 시장을 보면서 최근 드는 생각 중 하나는 뭐니 뭐니 해도 '현금이 짱이구나'라는 것입니다.
전선업계의 라이벌전이 어떤 결론을 맺게 될지 문득 궁금해지는 하루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