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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다 아울렛과 인수합병

권오일, 인수합병 숨은 고수

by 고니파더

개인적으로 패션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첫번째 이유로는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중시하는 저에게, 트렌드에 민감하게 실적이 변동하는 회사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이죠.

두번째 이유로 제가 만났던 패션업계 CEO 분들의 좋지 않았던 인성도 한 몫 했다고 봅니다.

거만한 자세가 너무 꼴보기 싫었... (어느 기업이라고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런데 이곳은 예외입니다.

바로 오늘의 주인공인 대명화학.

더벨 - 국내 최고 자본시장(Capital Markets) 미디어


'패션그룹이라고 해놓고 무슨 화학기업을 이야기 하냐?'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확실하게 해 둘 것 하나.

대명화학은 이름만 화학 회사이지 실은 사업 지주회사에 해당됩니다.

물론 패션 브랜드도 가지고 있습니다.

'코닥'과 '마리떼 프랑스와 저버'가 바로 그것.

이외에도 많은 브랜드가 있다고 하지만 저랑은 관계 없는 것들이라 생략합니다. (골프용품 등이 바로 그것임)

재밌는 것은 계열 산하에 모다 아울렛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

저에게는 지방 출장 길에 늘 휴식을 취하던 '행담동 휴게소'. 거기에도 있는 '모다 아울렛'입니다.


처음에는 '누가 이런 곳에서 옷을 사나?'했는데, 이 기업을 분석해 보고 나서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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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다 아울렛 이라는 곳의 영업 수익률이 정말 장난이 아니더라구요.

심사를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철 지난 옷들을 엄청나게 싼 값에 사오는 것이 이 사업의 핵심입니다.

다만 다른 프리미엄 아울렛과 다른 것이 있다면 '저가'라는 컨셉에 제대로 포지셔닝 했다는 것.

또 그룹사 내에 패션 기업이 있기 때문에 그곳의 재고처리도 여기에서 쉽게 받아줄수 있습니다.

참고로 기업 분석이나 심사를 조금 했던 사람들이라면 '대명화학'과 '권오일' 회장은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만약 모른다면 '아직 내가 배워야 할 것들이 많구나'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실은 배우면 다 해결됩니다.)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면 업무를 하면서 권오일 회장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실은 딱 한번 있었습니다.

아쉽게도 후배가 저를 대신해 현장에 갔지만, 그때 자리에 가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후회가 될 정도로 이분 내공이 대단한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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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패션업계에서 보기 드문 회계사 출신 CEO입니다. (이론적 배경 탄탄!)

더불어 전업투자를 하면서 자산 규모 3조원인 그룹 집단을 만든 입지전적인 인물이기도 하죠. (실무 경험도 탄탄!)

동시에 절대 매스컴에 얼굴을 노출시키지 않습니다.

그래서 은둔 고수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어요.

'브랜드가 곧 나다'를 외치는 어느 3류 패션업계 사장님들과는 확실히 다른 행보입니다.

저는 이 점이 특히 마음에 들었던 것 같아요.

또 주목하는 것은 기막히게 돈 맥을 잘 찾는다는 것.

그러다보니 인수합병 레코드를 보면 거의 아트의 경지입니다.

아무리 회계사 출신이라고 해도 이 정도면 거의 신이 내렸다고 볼 정도로 잘 합니다.

그렇다고 인수금융 구조를 복잡하게 짜느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아래 기사처럼 항상 심플함을 추구하고 있죠. (Simple is b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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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셋+] [대명화학] 심플한 인수금융 구조…자신감 표현(?) - 딜사이트


또 기사에 있는 로젠택배도 예전에 인수했습니다.

(참고로 로젠택배는 로젠으로 검색해야 회사 재무제표를 볼 수 있음)

과거 3,500억 정도에 인수했는데 매년 EBITDA로 약 500억씩 나오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줍줍으로 알짜 회사를 가져갔다고 저는 생각해요.

인수 후 이제 한 4년 지났으니 인수대금의 50% 이상은 회수했을 것이라고 추정합니다.

[핀셋+] [대명화학] 로젠 품은 '알짜' 그룹 - 딜사이트


이제는 돈이 된다고 하니 보험업계에도 진출하는 모양새입니다.

자금을 또 어떻게 마련할지 문득 궁금해지네요.

대명화학, GA업계 ‘큰 손’ 등장하나 < GA < 종합뉴스 < 기사본문 - 보험매일


이 기업의 방향성은 제 기준에서 보자면 딱 하나입니다.

'돈이 되면 다 한다. 단, 무리는 안한다.'

물론 재무안전성 측면에서 봤을 때 '조금 위험한 거 아닌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부채비율도 200%가 넘어가고 차입금의존도 50%에 근접하기 때문이죠.

물론 차입금이 적다고는 할 수 없지만 장기차입금 세부내역을 보면 웃음이 나옵니다.

이유는 차입처 대부분이 산업은행이기 때문이죠.

이 말은 금리가 굉장히 낮을 거라는 걸 의미하는데, 만약 사실이라면 '돈을 정말 잘 쓴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위에서 '돈을 잘 쓴다'라는 표현은 무턱대고 보수적으로 기업을 운영하지는 않는다는 뜻도 담겨 있습니다.

더불어 항상 지주회사에 현금성 자산 2,000억을 묻어두고 있어요.

또 늘 강조하는 유형자산 재평가도 아주 이쁜 그림으로 잘 합니다.

진짜 속세를 초월한, 뭔가를 아는 사람들만이 짤 수 있는 전략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

오늘은 반드시 한번 만나보고 싶은 업계 고수 '권오일' 회장과 그의 회사, 대명화학을 다뤄봤습니다.

그러고보면 세상에는 정말 무림 고수들이 많은 것 같아요.

아직 배워야 할 것들이 많다고 느끼는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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