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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대출 Part 1

반복되는 금융사고에 대한 개인적 생각

by 고니파더

최근 심심치 않게 올라오는 금융권, 특히 은행의 직원 횡령사고와 관련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금감원, '100억 횡령' 우리은행 검사 확대 | 연합뉴스 (yna.co.kr)


먼저 배경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요?


우선 은행에는 지급 결제 시스템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증권사도 관련 기능을 보유하고 있지만, 은행만의 특색을 찾는다면 직접 계좌로 돈을 받고 돈을 송금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을 첫 번째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고객의 돈을 가지고 놀 수 있는 (?) 기회가 많이 생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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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시스템 리스크라고 이야기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일단 배경이 그렇다는 거.


그래서 이런 지급 결제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는 금융기관은 더 타이트한 금융 규제가 필요합니다.


최근 이런 사고가 은행에서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나름 정리해 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https://magazine.hankyung.com/business/article/202406134656b


첫 번째로 처벌 수위가 낮은 경우입니다.


예전 은행에 있을 때 일입니다.


서류를 조작해 가족 일부를 대표이사로 앉힌, 임대법인을 만든 팀장이 있었습니다.


이 친구는 부동산 상승기에 해당 법인으로 대출을 실행했습니다.


50억 건물 사는데 40억은 담보대출, 5억은 신용대출로 건물을 매매.


조금 있으니 그 건물이 80억이 됩니다.


빚을 갚고도 30억이라는 돈이 남는 상황.


'장사가 되겠는데?'라는 생각을 가지고 이번에는 장모님을 대표이사로 앞세워 법인을 설립합니다.


대출을 또 집행.


그 사이에 필요한 서류들 역시 거짓으로 작성하는 것이 반복되죠.


사실 이런 행위 오래가지 못합니다.


왜냐면 은행에서는 지점감사라고 해서 일정주기로 입점감사를 나 가거든요.


결국 3~4년 차에 감사 지적으로 발각되었습니다. 다만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는 것이 문제이죠.


이 당시 사기성 대출 규모는 약 100억 수준이었고 이 친구가 올린 수익은 약 30~40억이라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처벌수위는 어땠을까?


은행마다 다르겠지만 잘못을 저지른 친구는 징계면직을 받고 끝났습니다.


담당 지점장은 오히려 본부 팀장이 되었죠.


고객 돈 사용해서 자기 이익을 편취했고 그 결과 직장인이라면 생각하지 못할 규모의 이득을 가져갔습니다. 그런데 그냥 징계면직받고 끝.


관리자는 많은 사람들이 가고 싶어 하는 조직의 핵심 부서 팀장으로 전보.


이때 조직원들에게 나온 이야기가 바로 '해당 직원에 대한 부러움'이었습니다.


'이럴 거면 나도 사고 칠걸?'이라는 생각을 갖게 만드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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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이 무너지는 시발점입니다.


두 번째로 성과 평가체계에 있습니다.


대부분 금융기관의 성과 평가는 단기 이익 추구 맞춰져 있습니다.


이복현, 은행장들 만나 고강도 비판…"실적주의·윤리의식 문제" ::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 (newsis.com)


물론 이걸 비난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여긴 현실세계이고 교과서 기준을 들이밀기 어렵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 여러분이 은행장이나 C 레벨의 임원 입장이라고 생각해 봅시다.


임기 내 성과가 나오지 않는 장기 프로젝트 따위는 신경 쓰고 싶지 않습니다.


비용만 나가고 성과는 후임 임원이 챙기게 될 테니까요.


그래서 단기 성과에 치우칩니다.


이렇다 보니 일단 리스크가 있어도 돈이 되는 것에만 추구합니다. 이건 뭐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죠.


문제는 그다음에 있습니다.


이렇게 단기 성과에 치중해서 리스크가 큰 투자건에만 집중한 뒤 승진을 합니다.


임원 승진 뒤 본인이 직원 시절 투자 했던 건들이 부실 자산이 됩니다.


본인에게 미치는 영향? 없습니다.


이미 임원으로 승진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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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인 해결방안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실행의 문제일 뿐.


후배들과 이야기했던 방법 중 하나를 제시해 봅니다.


단기 성과에 치중해 임원으로 승진했다 하더라도 이후 투자건이 부실이 된다면 책임을 묻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승진을 취소하거나, 혹은 업무에서 배제하여 그가 담당했던 투자건을 최종적으로 책임지게 만드는 것이죠.


전무나 부행장급인데 일은 대리급 일을 하게 하는 방법도 하나의 해결책이 됩니다.


하지만 이런 정책을 실현하는 곳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왜냐면 지금 임원 자리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그런 식으로 승진했기 때문이죠.


이 성과 평가 체계를 뜯어고치지 않으면 답이 안 나올 거라 생각해요.


세 번째로 형식적인 감사의 문제에 있습니다.


은행권은 여전히 공채 문화, 기수 문화가 남아 있는 조직입니다.


더불어 순환보직이 일상화되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감사조직도 정치적으로 변해 갑니다.


지점 감사를 나갔는데 내가 잘 아는 사람이 지점장으로 앉아 있으면?


'형님!~동생' 하면서 감사는 뒷전이 됩니다.


감사하는 시간이 30분이면 술 먹는 시간이 3시간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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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은 물론 피감사대상인 지점장이 법인카드로 책임집니다.


이 같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외부에서 채용한 감사인이 독립적으로 감사를 진행하는 방법이 한 가지로 거론될 수 있습니다.


또한 감사를 진행했는데도 불구하고 (사고가 터지기 전) 관련 지점에서 사고가 났다면,


부실 감사를 이유로 관련인을 문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하지만 감사가 정치화되어 있는 곳에서 이런 방법 역시 쉽게 시행하지 않습니다.


최고 경영자의 의지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업무 환경과 연관이 되어 있습니다.


제가 대리 때 경험한 일입니다. 당시 영업점이 1층과 2층으로 분리되어 있었죠.


기업금융을 담당하는 저는 1층에 있었고 저와 10살 이상 차이가 나는,


말 안 듣고 통제 안 되는 말년 대리가 2층에서 개인사업자를 담당하고 있었죠.


문제는 이 대리만 혼자 2층에 있었다는 겁니다.


담당 팀장도, 지점장도 이 사람을 상대하기 싫으니까 그냥 눈에 안 보이는 곳에 치워버린 것인데 문제는 이때 발생합니다.


대출이 필요해 지점을 방문한 개인사업자들을 상대로 흔히 말하는 '뽀찌'를 먹기 시작한 것이죠.


10억 대출이면 백만 원, 20억 대출이면 3백만 원을 가져와라 하는 식으로 아주 자기만의 왕국을 건설하고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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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법무사도 본인이 지정해서 해당 사무장으로부터 일감 몰아주는 대가로 상품권을 수취하게 됩니다. CCTV가 있었는데도 말이죠.


제가 이 걸 알게 된 것은 그 말년 대리가 인사 발령이 난 뒤로,


정상적으로 일을 처리하고 고객을 보내는데 봉투를 내미는 게 아니겠습니까?


'선생님. 이러시면 저 여기서 계속 근무 못합니다.' 하고 돌려보냈습니다.


그랬더니 이후에 고객분이 하는 말과 행동이 더 충격이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더 신경 썼어야 했는데. 이번에는 더 넣었습니다.'라고 하면서,


저번 대비 2배 많은 현금 봉투를 가져오는 게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둬서는 안 되겠다 싶어 당장 그 말년 대리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현금 착복한 거 CCTV에 저장이 되어 있습니다. 수수료 명목으로 가입시켜 놓은 보험들 추천인 번호도 알고 있어요. 이번달 말까지 관련 건들 다 해지시키고 고객들 손해 본 금액들 처리하세요. 원래대로 돌려놓지 않으면 감사실에 신고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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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연차로 누르려고 하던 말년 대리.


이후에 말을 안 듣자 자기가 아는 사람을 통해서 저에게 압박하더군요.


즉시 고객을 불렀고 그 자리에서 다시 한번 스피커 폰으로 말년 대리에게 전화해서 위 내용을 전달했습니다.


"똘아이 같은 놈~!"이라는 비명을 지른 뒤에 전화를 끊은 대리는,


주변인들에게 제가 진짜로 행동을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는 곧바로 전화를 해서 사과하더군요.


이후 잘못된 거래들은 정상화되었고 고객들도 그제야 저에게 제대로 (?)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재밌는 것은 그 말년 대리가 아직도 그 조직에서 버젓이 활동하며 조직을 좀 먹고 있다는 겁니다.


위에서 이야기했던 처벌수위가 낮은 문제 때문이기도 하겠죠.


아쉽고 안타까운 점입니다.


...


오늘은 최근 은행 횡령 사고가 많아지고 있는 것 같아 관련 글들을 생각나는 대로 두서없이 적어 봤습니다.


결국 해결하기 위해서는 Top-Down으로 움직이는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조직 문화 개선과 성과 평가 체계 개편이라는 두 가지 틀 안에서 뜯어고쳐야 하는데,


이런 건 결론적으로 생각 있는 CEO 한 사람의 굳은 의지가 결국 첫 시작점이 되기 때문입니다.


금융권은 무엇보다 신뢰를 먹고사는 조직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이제는 횡령 사고의 문제점에 대해 깊게 생각해 봐야 하는 시점이지 않나 싶네요.


신뢰가 돈이 되는 시대.


횡령이라는 장애물이 주는 타격감은 생각보다 너무 클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P.S : 횡령사고 100억 났는데도 불구 본인 연임만 생각하는 웃어른들의 잘못된 행태가 고쳐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글을 썼습니다. 다만 모든 분들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해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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