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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대출 Part 2

접대, 실사, 그리고 골프회동

by 고니파더

'이상한 대출'들에 대해 시리즈로 계속 올리고 있습니다.


예전에 근무하던 은행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해마다 5월이면 갑자기 바빠지던 몇 명이 있었죠. (어쩌면 지금도 바쁠지도...)


그것은 바로 기업실사를 빙자한 '접대 골프' 일정 계획을 세우던 사람들.


위에서 시킨 건지 알아서 조공을 (?) 바치려고 한 건지 아직까지 진실은 모릅니다.


다만 이유가 어찌 되었든 접대를 받은 사람도, 제공한 사람도 문제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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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게도 이런 건 언제가 되었든지 간에 반드시 터지기 마련입니다.


아래 기사처럼 말이죠.


(단독) 판 커지는 새마을금고 비리 수사… 박차훈 회장 측근 압색 (lawtimes.co.kr)


특히 이 시기에 골프장이나 리조트 같은 건들이 심사 대상으로 올라오면 그야말로 배정받은 심사역은 죽을 맛이었는데요.


업체 관련 심사 서류를 보기도 전에 미리 '기업실사'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던 일들.


윗분들이랑 해당 사업장에 가서 골프를 치거나 무료 숙박 찬스를 누리던 사람들 때문에, 제대로 된 심사를 할 수가 없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세상에 공짜 없다고, 접대를 받다 보면 아무래도 해당 업체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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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실수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여러 가지 방법을 고안해 냈던 것 같습니다.


(심사하기도 바쁜데 이런 것에도 신경 썼다니... 지금 돌아보면 참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많았네요.)


그중 첫 번째는 문제가 될만한 (?) 심사건이라는 판단이 되면 집에 서류를 들고 가서 보는 한이 있더라도, 혹은 주말에 일을 하더라도,


해당건을 미리 파악해서 다양한 공격 및 설득, 강압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해 두는 것이 저의 First way였습니다.


다들 알다시피 어떤 심사건도 완벽하게 장점만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특히 이런 건들은 경험상 큰 문제들이 곳곳에 숨겨진 경우가 대다수였죠.


그렇기 때문에 그걸 숨기기 위해 접대에 그렇게 열을 올리는 걸지도 모릅니다.


암튼 사전에 최대한 단점 등을 파악해 놓으면 중요한 결정의 순간에 '사실 이 업체는 이런 문제가 있습니다 '라고 이야기하면서 회의의 방향을 틀 수 있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앞서 이야기했듯이 해당 기업에 대한 재무와 산업에 대한 분석은 필수입니다.


늘 강조하는 부분.


경남도 지방에 있는 리조트 심사를 할 때는 서점에 가서 책까지 사서 보고, 관련 논문도 찾아보고, 암튼 난리도 아니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골프장 한가운데에 분양형 리조트가 존재했는데 나중에 문제가 될 소지가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대처가 잘되었고 결국 문제가 많았던 사업장에 여신을 지원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는 위에서 외압이 내려오기 전에, 혹은 같이 실사를 가자고 하기 전에 미리 실사를 다녀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저의 소중한 주말을 기꺼이 (?) 희생한 적도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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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마음은 편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주말 현장 실사를 미리 다녀오면 그 다음날 월요일에 항상 이렇게 묻는 사람들이 있었죠.


'이 심사역. 이번에 올라온 골프장 관련 현장 다녀왔어? 언제 가지?'라고 물어보면,


'아. 주말에 근처에 갈 일이 있어서 미리 다녀왔습니다. 생각보다 사이트가 그리 좋지 않더라고요.'라는 말로 위기를 (?) 벗어날 수 있었죠.


세 번째는 기업실사를 가서도 절대 '골프장 코스를 돌아본다'는 핑계로 라운딩을 한다거나, 혹은 '실내 숙박시설을 점검한다는 목적으로 숙박하지 않는 것'을 철칙으로 삼았습니다.


이때는 골프를 치지 않는 것이 매우 큰 도움이 (?) 되더군요.


'골프장 심사를 하는 사람이 골프를 치지 않아서 제대로 된 심사가 되겠냐?'는 협박 멘트와 회유에는,


'골프를 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더 골프장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라는 말로 넘겼습니다.


숙박업 체도 마찬가지.


이렇게 이야기하고 보니 제가 무슨 성인군자 같아 보이는데, 바로 잡아서 다시 이야기할 것이 있습니다.


저 역시도 비록 골프 접대는 아니지만 여러 가지 접대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거래처와 함께 하는 식사부터, 값비싼 식당에서의 저녁 자리 나 기타 편의 제공 등.


안 받았다고 하면 거짓말입니다.


하지만 항상 원칙으로 세웠던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접대를 받아도 항상 그 순서를 '일이 다 마무리되고 나서'로 두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심사를 하는데 영향을 적게 받기 때문입니다.


또한 결과가 좋게 나오면 서로 기분 좋은 자리로서 일종의 ceremony의 일환으로 참여하는 것은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경우에도 과한 요구는 절대 안 됩니다.)


재밌는 것은 심사하는 과정에서 결과가 나쁘게 나와도 접대 자리를 마련해 주는 몇몇 분들이었습니다.


열이면 아홉은 부결 맞으면 쌀쌀맞게 돌아서기 마련인데,


1~2명의 고객은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아도 저를 만나서 '그래도 애써줘서 고마웠다'라는 말씀을 해주시더군요.


일하는 보람을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민감한 주제일 수도 있지만 한 번은 다뤄봐야 하는 문제라는 생각에서 이야기해 봤습니다.


뭐든 과하면 문제가 된다는 걸. 모든 사람들이 잊지 않고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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