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회장님 대출 Part 4

우리은행은 정말 괜찮을까?

by 고니파더

'이상한 대출' 혹은 '부당 대출'에 대한 마지막 시리즈물입니다.


눈길을 끄는 기사와 함께 시작합니다.


우리은행,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naver.com)


우리은행, 내부선 횡령 밖으론 부정 대출… 사고엔 '땜질 처방', 몸집 불리기만 '급급' [뉴스+] (naver.com)


수많은 금융권 사고가 있었지만 직원 횡령만큼 임팩트 (?) 있는 경우는 드문 것 같습니다.


이제는 직원을 넘어서서 한 조직의 수장이 연계된 부당 대출이라니요.


갈 때까지 간 모습이라고 볼 수 있죠.


sticker sticker

참고로 심사역 생활을 꽤 오랜 기간 하면서 늘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공정함'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부족한 인식이죠.


늘 강조하는데 지키기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보통 위에서 'Top down' 형태로 내려오는 딜 치고 좋은 딜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것 같습니다.


좋은 딜이었으면 이미 프런트를 통해서 소문이 났거나 심사 절차를 탔겠죠.


늘 문제가 되는 것은 이렇듯 이상한 조건의 거래입니다.


제대로 된 심사 프로세스에서는 승인받기 힘들기 때문에 윗분 라인을 타고 우회해서 들어오는 것들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경험상 이런 경우 대다수는 승인이 납니다.


윗분들의 의중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다가는 샐러리맨 목이 날아가기 때문이죠.


하지만 정말 큰 문제는 이건 하나가 아니라 그 이후에 퍼지는 분위기입니다.


'심사에서 승인을 안 해주면 행장한테 가면 된다'라는 식으로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그리고 그 일을 실행한 사람이 승진하거나 한다면,


그때부터 심사역의 역할을 그냥 거수기에 지나지 않게 됩니다.

sticker sticker

이런 환경에서라면 제대로 딜의 리스크를 볼 수 없게 될 겁니다.


조직이 망해가는 지름길이자 가장 큰 문제입니다.


이런 것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심사가 무조건 경영진으로부터 독립되어 있어야 합니다.


비토권도 있고 동시에 인사 권한도 독립되어 있으면 금상첨화입니다.


동시에 발생한 부실에 대해서는 심사 쪽에도 강력한 신상필벌을 부여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기준이 바로 설 겁니다. 특히 공정함이 말이죠.


언뜻 보면 해결책이 간단해 보이는데도 쉽게 도입되지 않는 걸 보면, 참 아쉬운 것 같아요.


sticker sticker


쓰다 보니 지금은 한 곳의 수장이 된 높은 분의 과거 대출 청탁 (?) 사건이 떠오릅니다.


난감한 것도 잠시 재밌는 것은 이분의 요청 액수였는데,


위 기사에 나온 것처럼 100억, 10억이 아닌 단돈 1억이었습니다.


1억이라는 적은 금액을 왜 심사에서 고민하냐고 되묻는 분이 있을 겁니다.


대출 요청 차주의 재정 상태를 보면 백만 원도 빌려줄 수 없을 만큼 암담했다고 이야기하면 이해가 갈까요?


자본 잠식인 중소기업 + 대표자 신용등급 8등급 (개인회생 이력 보유) + 보유 재산 전무 + 전년도 매출액 1억 내외...


최악의 조건들이었습니다.


sticker sticker

제 경험상 이런 경우일수록 심사 프로세스를 제대로 밟아야 합니다.


원칙대로 서류 검토하고 제대로 현장 실사도 해야 뒷말이 나오지 않아요.


저는 이때 모든 절차를 다 밟고 나서 부서장에게 이렇게 보고했습니다.


'해야 하는 대출이라는 거 알고 있다. 다만 부서 자존심은 지켰으면 좋겠다. 요청 금액보다 더 많은 금액을 승인해 주겠다. 단, 조건은 타이트하게 해서 나가겠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이건 승인 후 미취급 되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요청했던 승인 조건을 미충족 해서 알아서 떨어져 나간 거라고 저는 판단했었어요.


최근 tvN 신하균 주연의 '감사합니다'라는 프로그램을 운동하면서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외부에서 온 한 명의 감사팀장이 조직을 확 바꿔 놓는다는 이야기인데, 무엇보다 지금 병들어 가고 있는 조직에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오랜만에 TV 보면서 대리 만족을 느낀 듯합니다.


심사에도 이런 아웃소싱이 필요한 시기가 다가오는 건 아닐까요.


스스로 되묻게 되는 요즘입니다.






keyword
이전 19화회장님 대출 Part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