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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니파더 Oct 20. 2024

이름만 비슷한 두 기업 (Feat. 본업 경쟁력)

글로벌 세아와 세아제강

최근 기사와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https://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302693

잘 나가던 의류회사 글로벌 세아, 세아상역이 계열사 적자에 흔들린다는 소식입니다.


역시나 일과 관련된 과거 일화가 떠오릅니다.


수석이라는 직책을 받은 후 은행에서 웬만해서는 보스와 싸우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안 그래도 깐깐한 심사역이라는 평을 듣고 있던 상황에 승진을 기대해야 하는 순간, 몸을 사렸던 것 같습니다. (물론 승진의 자리는 제 것이 아니었지만)


그 과정에서 '해도 너무 한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한 순간 폭발했던 대상이 있었으니 기사에 소개된 글로벌 세아 관련 인수금융 딜이 바로 그것입니다.


참고로 아시는 분은 알겠지만 글로벌 세아와 세아제강은 전혀 다른 기업입니다.


전자는 의류기업, 후자는 제강 및 특수강을 생산하는 기업임.


제가 글로벌 세아라는 기업을 알게 된 것 역시 인수금융 때문인데,


제 기억으로는 이제까지 봤던 인수금융 IM 자료 중 최악이라고 평가하는 바로 그 역대급 딜입니다.


IM을 작성한 주체도 '이걸 어떻게 포장해야 할지 몰라'주저했던 것이 의견서에 나와있던 걸로 기억합니다.


참고로 당시 저는 선배라는 죄(?) 때문에 후배 심사역들의 모든 딜을 봐줘야 했는데,


옆에서 정신 못 차리는 영업점을 위해 기업 히스토리부터 파악하기 시작했습니다.


글로벌 세아, 그러니까 세아상역은 작은 의류 기업으로 의류업의 한계를 벗어나고자 노력하는 중견기업이었습니다.


그러다가 2010년대 후반부터 잘하던 의류 사업에서 다른 영역으로 사업 확장을 도모하게 되죠.


이 과정에서 활발한 인수합병은 필수적.


처음에는 나름 조심스럽게 접근했는데 어느 순간 그들의 횡보는 거침이 없더군요.


이들이 이렇게 인수합병에 진심이 된 계기는 아마 IMM으로부터 사들인 태림포장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택배에 쓰이는 골판지 종이를 생산하는 이 업체는 과거 그저 그런 실적을 보여주다가, 2020년 코로나와 함께 물류시장 성장으로 큰 폭의 실적 개선세를 보여줍니다.


[특징주] 태림포장 11% 강세 '코로나 4차 대유행 우려' (tfmedia.co.kr)


해당 회사를 인수한 세아상역의 직원들은 '인수합병 성공'에 도취되기 시작하고 본업보다는 M&A를 통한 성장에 초점을 맞추죠.


여기서부터 문제가 시작되었습니다.


사실 태림포장의 실적 상승은 코로나라는 대외 이벤트에 의한 일시적인 것이었습니다.


결국 예상대로 1~2년 반짝하다가 아래와 같은 실적 하락을 맞이하게 되죠.


삼중고 시달리더니…적자 결국 우리가 떠안아 호소 | 한국경제 (hankyung.com)


하지만 이들에게는 단 한 번의 성공이 더 중요했습니다.


포스크 코로나 시대를 예측하지 못하고 본인들을 '인수합병의 전문가'로 치켜세우더니, 급기야는 본업과 무관한 M&A딜에까지 손을 뻗습니다.


바로 건설업 진출을 위해 쌍용건설을 인수하겠다는 결단을 내린 것.


글로벌세아그룹, 쌍용건설 인수 완료…1500억 규모 유상증자 추진 - 위키리크스한국 (wikileaks-kr.org)


참고로 일전에도 말했지만 건설업은 정말 재무분석이 쉽지 않은 산업분야입니다.


흔히 말하는 분양이라는 것도 자기 돈이 아닌 남의 돈이 들어와야 비로소 엑시트가 가능해지는 구조.


또한 기성공사로 매출과 수익을 인식하기 때문에 재무제표에 나와 있는 수치를 그대로 믿기도 힘듭니다.


결국 일반적인 제조업과 다르다는 의미.


또한 도급공사라고 하는 것도 리스크가 상당합니다.


물론 관급공사인 경우 자금을 지급해 주는 곳의 신용이 확실하지만, 그만큼 수익이 적고 경쟁률이 치열합니다.


쌍용건설 같은 메인 건설사도 아니고 중소형 건설사도 아닌 어정쩡한 곳은 일거리가 적어질 수밖에 없죠.


결국 이들이 눈을 돌려 새롭게 생각해 낸 것이 바로 해외입니다.


그런데 이 해외건설공사에는 엄청난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큰 회사들이 괜히 안 하는 게 아님.


정치적인 이슈부터 시작해서 전쟁과 같은 대외변수, 그리고 공사대금의 재조정 요구까지.


'해외건설공사로 돈 벌었다는 기업은 다 거짓말이다'라는 현직 종사자의 이야기가 이때처럼 제 마음을 울리던 적도 없었습니다.


역시나 IM 자료를 뜯어보니 모든 수치가 '추정치'더군요.


변동성도 심하고 구조도 복잡하고 사업 간 시너지도 기대하기 어려운 건설사를 인수한다라니...


도저히 승인 낼 수 없었습니다.


그러자 높은 분과의 관계 운운하며 '승인이 아니면 사무실에 불을 지르겠다'는 부서장이 등판합니다.


'불을 지르는 건 괜찮지만 보험은 들고 가라'라고 퇴근하며 이야기하자,


'뭐 저런 싸가지 없는 놈이 다 있냐?'라고 부장에게 항의하던 부서장의 뒷모습이 지금도 기억납니다.


결론적으로 이 딜, 인수금융은 부결 되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플랜 B로 세아상역에 자금을 지원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결국 정치 논리에 져버린 건데 지금도 후회만 가득한 심사 건으로 기억합니다. (최대한 심사의 논리를 살리면서 부장의 기 역시 죽이지 않는 선에서 타협했다고 하죠. 휴우)


옷 장사와 건설사 시너지라는 것, 처음부터 기대할 수 없었던 건데 왜 이렇게 무리하게 딜을 추진하는 건지....


참고로 이렇게 눈에 보이는 결과가 뻔한 심사를 한 뒤,


얼마 되지 않아 기업이 망가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의외로 통쾌하기보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더 듭니다.


'왜 이렇게 눈앞의 단편적인 것만 보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죠.


이와는 다르게 비슷한 이름이지만 다른 행보를 보이는 곳도 있습니다.


바로 세아제강.


만나보니 이 회사 역시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는데 여념이 없었습니다.


솔직히 제강이나 알루미늄 강관이라는 것이 시장에서 한번 자리를 잡으면 이후에는 업체 간 원가 싸움이라 큰 성장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다만 차이점은 세아제강은 그들 본업과 관련이 있는 산업에 집중했다는 겁니다.


바로 특수 제강이 사용되는 해상풍력이 바로 그것.


https://m.sedaily.com/NewsView/29YIB6IMQZ#cb

당장 기대했던 성과는 나오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현재까지만 놓고 본다면 전망이 나쁘지는 않은 듯합니다.


본인들의 주업을 확대해서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기업을 인수한다는 발상과 현재 각광받고 있는 해상풍력업과의 시너지라...


더 지켜본다면 승자는 관련업으로 사업 확대를 도모한 세아제강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 봅니다.


“에너지·특수강으로 날개 편다” 철강 수난시대, 세아그룹의 생존전략은? < 항공·조선·철강·방산 < 산업 < 기사본문 - 이코노믹리뷰 (econovill.com)


이 두 기업의 사례를 보면서 결국 기업도 본업이 잘되야 한다는 걸 많이 느낍니다.


신사업이라는 것도 관련업에 대한 이해가 없는 경우에는 필패한다는 것.


겉보기 좋아 보이는 것보다 내실이 튼튼한 것이 오래간다는 건, 사람이나 기업이나 마찬가지인 듯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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