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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고니파더
Oct 26. 2024
CEO는 생각보다 중요하다
김정주, 정운호, 그리고 CEO Risk
최근 넥슨 김정주 회장의 상속세 관련 기사를 보면서
'기업에서 CEO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한 테마가 떠올랐습니다.
故김정주 가족, 상속세로 NXC 지분 30% 내… 정부가 2대 주주로 (chosun.com)
물론 넥슨의 경우 김정주 회장 사후에도 그럭저럭 성과를 이어나가고 있지만, 'Next 김정주'에 대한 그림이 아직은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넥슨에 대한 투자한도를 줄이는 부분에 대해 검토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비록 제가 인터뷰했던 많은 CEO 분들은 넥슨과 같은 대기업을 이끌던 분들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의 경우 CEO 가 기업에 미치는 힘은 대기업보다 더 컸다고 생각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시스템으로 체계가 잡혀있는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의 경우 구석구석 대표이사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었으니까요. 일면 당연해 보입니다.
오늘은 CEO 리스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잘 나가는 기업이 CEO의 잘못된 판단으로 어떻게 한순간에 나락으로 빠지게 되는지,
그리고 이런 것들을 사전에 파악하고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그럼 시작.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린다는 속담과 매우 매칭이 잘 되는 아래 기사입니다.
[10년 전 오늘]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전 대표와 오너리스크방지법 (newsprime.co.kr)
CEO 개인의 일탈이 기업에 얼마나 큰 피해를 주는지,
더 나아가 우리 사회에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키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네이처리퍼블릭 CEO의 일탈입니다.
외부적인 환경요인도 있겠지만 어쨌든 기업이 무너진 출발점은 CEO 개인의 일탈부터였죠.
'그래도 회사는 잘 나가고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조금은 품었는데, 최근 실적은 처참한 수준이더군요.
역시 바람 잘날 없는 곳은 곳간도 쉽게 비는 것 같습니다.
‘CEO 리스크’ 한 방에 쫓겨나는 기업들 - 시사저널 (sisajournal.com)
시대가 변하면서 이제는 CEO 리스크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봐야 하는 시간이 되고 있는 듯합니다.
시스템이 고도화될수록 결국 사람이 하는 역할은 줄어들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반대가 되는 모습이랄까.
'
비재무적 요소에서 CEO 리스크를 파악하는 방법'이라고
거창한 타이틀을 달아봤지만,
사실 쉽게 말하면 '관상 제대로 보는 법'이 더 정확한 표현일지 모르겠네요.
여기에 대해
'심사역이 무슨 관상까지 보냐?'
라고 핀잔을 주시는 분들도 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이게 무시할 수가 없는데, '관상도 과학'이라는 생각이 경험이 쌓일수록 머릿속을 떠나질 않습니다.
신기한 것 하나 말씀드릴까요?
많은 사람을 만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람을 보는 눈이 생깁니다.
결국 '관상을 보는 능력도 훈련으로 점차 강화된다'라고 저는 생각하게 되었는데요,
많이 경험하다 보면 그렇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럼 어떻게 잘 볼 수 있느냐?
여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가장
첫 번째로 쉽게 저지르기 쉬운 잘못이 바로 '착한 사람이 좋은 CEO , 나쁜 사람이 나쁜 CEO'라는 이분법적인 생각을 갖는 것
입니다.
기업실사를 하다 보면 정말 나쁜 놈들이 많습니다. (저도 모르게 거친 말이 -.-;)
대부분 이런 사람들의 특색이 하나 있는데, 바로 이기적이라는 점.
대출조건에 대해 꼬치꼬치 따지거나 금리 0.1%에도 극렬하게 화를 내는 사람들.
자기는 절대 손해를 보지 않겠다고 이야기하는 CEO.
심사하는 입장에서는 인터뷰하기 정말 피곤한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신기하게 이 '꼴 보기 싫은 사람들'에 대한 여신이나 투자 지원 건들은, 디폴트가 잘 안 납니다.
아마도 '내 사업에, 내 일에 절대 손해 보는 일은 하지 않는다'라는 생각이,
인터뷰에서도 드러날 수밖에 없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 줍니다.
결국 자기 사업에 대해서 남에게 지지 않겠다는 믿음, 확신들이 기업을 제대로 경영하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와는 반대로 인터뷰 기간 동안 '매우 좋은 사람'이라는 인상을 준 CEO들이,
의외로 경영에 있어서는 제대로 된 Performance를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하긴... 기업을 경영한다는 것은 자선사업과는 다릅니다.
'좋은 게 좋은 것이 통하는 곳이 아닌' 살벌한 Sector.
이 점을 감안했을 때, 마냥 사람 좋아 보이는 사람이 우리들의 투자금을 제대로 관리해 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렇다고 나쁜 사람에게 투자나 대출 지원 더 많이 해줘라. 이런 건 아님)
두 번째로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자기 사업에 대해 세세한 부분까지 잘 알고 있는 CEO 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기업 경영을 잘할 수 있는 확률이 높다는 사실
입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모르는 산업의 CEO를 만날 때, 산업의 특색에 대해 물어볼 것들을 준비해 갑니다.
저의 질문에 제대로 된 대답을 한다면 긍정적인 시그널로,
반대의 경우에는 '자기 사업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우리가 돈을 투자해?'라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이죠.
5년도 더 된 이야기.
대구 산업공단 지역에 위치한 버티컬 제작업체 CEO 분과 인터뷰 하던 기억이 떠오르는데요.
당시 70대의 고령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버티컬의 제작 원리, 경쟁업체, 중국산 대비 국내산이 갖는 이점과 향후 사업계획에 대해서 막힘없이 이야기해 주시던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놀랐던 것은 세부적인 공정에 대해서도 역시나 설명이 가능하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때 아마도 염료를 선택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자기들 회사에서 어떻게 얼룩 없이 매끈하게 버티컬 색을 입히는지 자세히 설명해 주시더군요.
오래된 회사이고 그간 여러 가지 상황으로 인해 재무제표가 이뻐 보이지만은 않았지만,
CEO에 대한 믿음이 그러한 단점들을 충분히 커버해 준다고 판단해서 승인을 해줬습니다.
(이후 회사는 DIY 인테리어 열풍으로 더 좋아졌고 타 금융기관과의 금리 싸움에서 져서 거래은행을 옮겼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음)
물론 CEO 리스크에 대한 평가지표를 일원화시킬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의미에서 다뤄 봤습니다.
'공식처럼 딱 떨어지지 않는, 그래서 쉽지 않은 분야이기 때문에 더 매력적인 일'이 바로 심사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갑자기 문득 드는 하루입니다.
다들 감기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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