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상환력 파악하기
현금매출, 이자상환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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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 1. 2024
오래전에 재미나는 심사건을 경험하게 되면서 상환력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 계기가 하나 있었습니다. (사내교육 자료로 이용했던 사례라 글로 남깁니다.)
사례 1)
지방에 5층짜리 근생 건물을 준공한 A여사는 신협에서 대출 30억을 조달.
금차 준공 후 미지급공사비 지급과 타행대출 대환을 위해 대출 40억을 신규로 신청한 상태.
해당 건물은 현재 전층 공실상태.
그녀의 소득금액증명원상 소득금액은 0원.
법인은 최근 설립했고 보유부동산은 10억 수준, 임대보증금이 5억, 관련 여신이 3억.
재무여력은 없는 상태로 판단. 보유하고 있는 예금과 현금 수준도 전무.
사실 이런 심사가 일반 대기업 Credit Line 확정하는 것보다 더 어렵습니다.
재무지표가 기반이 되는 것들은 회계와 친해지기까지의 시간이 소요되어서 힘들 뿐이죠.
그걸 넘어서면 빛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적어도 제 경우에는 그랬던 것 같네요.
그런데 개인사업자에 대한 여신은 참 막막합니다.
핵심이 무엇인지에 대한 판단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죠.
심사를 하면 할수록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랄까.
비재무평가가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재무적인 측면만 생각한다면 대출을 진행할 수 없는 케이스가 있는데, 이건이 꼭 그랬던 걸로 기억합니다.
차주를 만나기 전 후배 심사역은 '공실이라서 힘들지 않겠냐?'는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그런 의견은 누구나 낼 수 있다고, 다른 포인트를 찾아보라고 지시했죠.
이 사례에서 제일 궁금한 점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후배는 고민했고 답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원하는 답은 아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사례의 핵심은 '상환력'에 있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심사역 스스로 생각해 보고 의문을 가져야 할 포인트가 있다면 바로 이거라고 생각했죠.
'소득이 0원인 차주가 기존 여신 33억의 이자는 어떻게 부담할 수 있었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절차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1. 먼저 타행의 이자납입내역을 확인한다.
문제없음.
2. 조력자 (배우자 혹은 가족)의 도움이 있는지 확인한다.
관련인의 보유재산 또한 보이지 않음.
3. 혹시 사채를?이라는 생각을 가졌지만, 부동산이나 기타 자산에 설정된 개인 채권도 보이지 않음.
사채도 없음.
4. 자 그렇다면 이자는 어떻게 납부했을까? 금융비용을 포함한 금융조달이었나?
시공사로 입금한 내역은 그게 아니란 걸 확인시켜 줌.
결국 풀리지 않은 의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거래상대방을 직접 만났습니다.
거의 2시간 가까이 이어지는 인터뷰 내용은 충격적이어서 중간에 끊어 내기가 힘들었습니다.
차주는 감정이 벅차오르는지 눈물도 보였지만 끝까지 이야기를 계속했고 저는 그녀의 이야기에 납득했습니다.
곧바로 이건을 처음부터 다시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이번에는 긍정적인 시각으로!
자세한 내용은 여기서 밝힐 수 없지만 간략하게 이야기하면 고객은 과외전문가였습니다.
결국 해당업 특성상 현금소득이 대부분이었고 그것이 상환력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었죠.
다만 누구나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심사역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라면 말이죠.
다만 말은 종이와 기억에 남는다고 생각해요.
뒷받침되지 않는 말들은 가볍지만, 페이퍼로 보강되는 말은 무겁습니다.
신뢰가 쌓이게 되는 것.
우리는 인터뷰 간에 메모했던 이야기들을 역추적할 수 있거나, 증빙해 줄 수 있는 추가적인 자료를 요청했습니다.
다행히 그녀가 보내온 자료들은 충분히 신빙성 있는 것들이었고 판단이 옳았다는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차주가 원하는 대로 여신을 지원해 좋게 마무리되었지만, 이런 심사가 생각해 보면 참 어렵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