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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외과와 현금박치기

현금매출과 탈세의 경계 사이에서

by 고니파더 Feb 06. 2025

오늘은 갑자기 그동안 과거 심사 대상들 중에서 부도난 업체들의 이름이 생각난 하루입니다.

사실 기업들 각각의 부도 사유는 다양하죠. 

제가 경험하고 담당했던 기업들의 부도 사유는 크게, 경영진 도덕적 해이 (도축업체, 김공장), 매크로 환경 (스티로폼 제조업), 경쟁업체의 출현 (산부인과), 그리고 무리한 사세 확장 (모텔업, 요양업) 등으로 구분되더군요.

그런데 기술적 부도 요인은 대부분 한 가지로 귀결됩니다. 

만기 도래하는 어음이나 대출을 막지 못한 것이 그것이죠. 

결과적으로 어떤 원인에 의하든 최종적으로는 유동성이 말라버려서 기업이 도산하는 것은 자명하다는 말.

이와 관련 예전에 이웃분 요청으로 '심사 실패 사례'라는 주제로 글을 올렸습니다.

심사 실패 사례 (1) (Feat. 담보가치에.. : 네이버 블로그


윗글에 다양한 원인이 존재하지만 결국 '유동성이 사라졌기' 때문에 회사가 무너진다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그런데 실제 필드에서는 진짜 '유동성'을 어떻게 파악하느냐가 핵심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숫자나 지표로 보이는 유동성 말고 실질 파악이 중요하다는 말.

관련해서 강남의 모 성형외과 심사 건이 떠오릅니다.


비록 승인하지 않았지만 부결 후 타 금융기관에서 거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 들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심사역이 유동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 진행하지 않았던 건이죠. 


부실이 난 것은 아니지만 저의 심사 실패 건 중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 봅니다.


심사 대상은 매출액 100억에 근접하는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는 압구정에 위치한 성형외과였습니다.


문제는 EBITDA를 아무리 봐도 도무지 상환력이 나오지 않았던 것.


더불어 차주와 배우자의 재무융통성, 심지어 대표의사 장모님의 (제 기억이 맞다면) 아파트 보유분까지 봤지만 도저히 현금 나올 구멍이 보이지 않더군요.


하지만 대표는 무리하게 사세 확장을 계획했습니다. 걱정이 되어 한마디.


"대표님 현금이 너무 말라가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유형자산을 추가로 매입하고자 하는 건 좀 위험해 보입니다."


"심사역님. 답답하네. 제가 다 보여줄 수는 없고 암튼 저 현금 많아요."


"그럼 보여주세요."


"그게 예전에도 이렇게 보여주다가 국세청에 신고 들어가서 저만 피해봤어요. 안돼요!"


결국 '현금을 보여주네, 안되네' 이야기하다 진행을 못했습니다.


그런데 그 의사분에게 현금이 뭉텅이로 있는 금고를 봤다는 지점장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역시나 안된다고 했죠.


여기에는 재미난 이유가 있는데 '현금 다발이 넘치는 걸 사진으로 찍어서 보내'는 구라를 치고 부산 지역에서 모텔 사업자에게 무리하게 대출을 승인해 준 B 지점장 사례가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그 사기꾼 B 지점장은 어디서 찍어왔는지 현금 다발이 금고에 들어있는 사진을 가지고 심사역들을 '협박'하였고, 

이에 넘어간 몇몇 심사역들이 승인해 주었으나, 결국 이자를 내지 못하다 타행으로 대환 시켰던 사례가 있었죠.


그런데 이후 다른 차주 승인을 올릴 때에도 똑같은 사진을 첨부해서 결국 걸렸습니다.


이때 이후로 아무리 현금 다발을 사진으로 찍어와도 제 눈으로 직접 보기 전까지는 승인을 내주지 않았던 것이죠.

그렇게 성형외과 의사 심사건을 부결한 후 어느 날. 아래와 같은 기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린피 현금결제 유도에 성형외과 현금할인까지…코로나19속 탈세 백태 | KBS 뉴스


현금 결제를 유도해서 매출을 급격하게 감추는 성형외과가 꽤 있다는 것이고 국세청이 냄새를 맡았다는 겁니다.

갑자기 당시 이상하게 생각했던 장면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더군요.

인터뷰 중에 캐치한 것으로 성형외과 안에는 특이한 것이 몇 개 있었습니다.

바로 간호사분들보다 상담 실장이라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

성형외과라 '원래 그런가보다' 라고 생각했는데 더 재밌던 것은 그분들의 입에서 일본어, 중국어가 거침없이 나오고 있다는 겁니다.

결국 국세청에서 지정한 현금 매출 누락 사업장의 대표격이었던 성형 관광 장소였지 않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본인 성형 관광 열풍…강남 언니, 흑자 전환 | 한국경제


돌이켜보니 그분 현금 매출이 엄청나긴 했던 것 같아요. 

물론 추정이긴 하지만 신고 매출액이 100억이었으니 두 배 이상이 현금 매출이지 않았을까?

결과론이지만 그때 제대로 유동성을 파악해서 '신규 지원을 해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물론 승인하고 나서 국세청 세무조사가 들어오게 되면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또 다른 위험이 있었겠지만...

최근에는 큰 기업들을 주로 보다 보니까 이런 심사를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심사를 하는 분들이라면 '현금 유동성 파악'에 초점을 두고 있어야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도, 큰 화를 면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

잊지 말라는 의미에서 다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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