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아침에 고백할 것이 있다고 거실로 나를 불렀다. 사랑고백은 아닐테고 무얼까 궁금해 하며 갔는데 이야기는 이렇다.
첫번째, 개인택시 운전을 하시는 장인어른이 승객이 놓고 간 블루투스 무선 이어폰을 쓸려면 가져가라 하셔서 딸에게 주었다. 그런데 이어폰을 집에 와서 켜니 소유자 이름과 전화번호까지 나왔다. 두번째, 오늘 수영을 하고 1층 까페에서 음료를 시켜 먹는데 어떤 아저씨가 주변 사람들을 다 사준다고 카드를 기계에 꼽고는 한참 있다가 빼셨는지 자기 음료도 계산이 된 것 같더라는 것이다. 카드 결제를 하면 문자가 와야 하는데 안 와서 뒤늦게 알게 되었다고 했다.
"어쩌지?"
나한테 물었다.
두번째 일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시간이 지나 집에 와 버렸으니 어쩔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데 첫번째 일은 원래 주인을 모르면 말지만 알게 되었는데 모른 척 할 수는 없지 않냐고 했다. 성경말씀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동족의 소나 양이 줄이 풀려 돌아다니는 것을 보거든, 못 본 척 고개를 돌리지 마십시오. 그 짐승을 본래 있던 자리로 즉시 돌려보내십시오. 여러분의 동족 이스라엘 사람이 가까이에 없거나 여러분이 그 짐승의 주인을 알지 못하겠거든, 그 짐승을 집으로 끌고 가서 잘 보살피십시오. 그러다가 여러분의 동족이 그 짐승에 대해 물어 오면, 그때 그에게 돌려주십시오. 그러다가 여러분의 동족 이스라엘 사람이 나귀든 옷가지든 그 무엇을 잃어버리든지, 그렇게 하십시오. 못 본 척 고개를 돌리지 마십시오.' (신명기, 메세지 성경)
성경의 다른 곳에는 심지어 원수에게도 그렇게 하라는 말씀이 있다.
그리고 생각을 해 보았다.
'만약 내가 그 물건을 잃어버렸다면 발견한 사람이 어떻게 해주기 원할까?'
연락해주길 바랄 것이다.
나도 지갑을 잃어버렸다가 누군가가 경찰서에 맡겨서 찾았던 경험이 있었다. 얼마나 고마웠던지.
우리는 딸이 외박을 나오면 우리의 고민을 이야기하고 어떻게 할지 나누기로 했다. 아마도 원래 주인에게 연락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생각하게 된 또 다른 이유는 자녀 때문이었다. 딸도 이것이 비록 잊고 택시에 놓고 간 물건이지만 원래 주인이 있는 것을 알고 있고 주인이 밝혀졌는데도 자신이 쓰는 것이 맞느냐의 질문에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가르쳐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기억나는 것이 하나 있다. 첫째 딸만 청소년증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던 때. 둘째와 셋째의 청소년증은 내가 가지고 있었다. 그 둘은 학교가 가까워서 청소년증을 쓸 일이 없었다. 어느 날, 같이 지하쳘을 타고 나가려 하는데 딸이 그랬다.
"아빠. 교통카드 없으면 동생꺼 청소년증으로 결제해"
순간, 잠간 고민이 되었다. 아무도 신경쓰지 않고 볼 수 없겠지...하지만 내가 안다. 그리고 딸도 보고 있다.
"아니야. 이건 옳은 선택이 아닌 것 같아. 그리고 아빠 카드 있어"
우리가 무너지는 순간은 '나 하나 그렇게 한다고 뭐 어떻게 되겠어?' 부터다. 하지만 우리는 지켜야 할 것이 있고 그것은 지켜져야만 한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런 가치를 다음세대에게 물려주어야만 했다. 별 일 아닌 것 같지만 별 일이었다. '정직'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 중요한 사건이 되었다.
누가 그랬다.
"내일 세상이 멸망하더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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