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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맥주 한 잔

하루를 닫는 나만의 의식

by 노멀휴먼

출근길의 복잡한 지하철,

끝없이 이어지는 회의,

수많은 이메일과 메시지,

하루 종일 내 몸과 마음을 지치게 만든 모든 일들이

저 멀리 사라져가는 시간.


그 시간의 끝에는 언제나

차가운 맥주 한 캔이 기다리고 있다.


회사에서 문을 나서며 느끼는 묘한 해방감과 함께

내 안에 쌓였던 긴장감이 서서히 풀린다.

그리고 집에 도착해 냉장고 문을 여는 순간,

반짝이는 캔맥주가 내게 손짓한다.

‘오늘도 고생했어’라는 말 대신,

그 찬란한 은빛의 캔 하나가 내게 위로를 건넨다.


잔에 따르는 소리,

톡톡 튀는 기포가 올라오고,

처음 입 안에 닿는 쌉싸름한 맛과

톡 쏘는 탄산은

긴 하루를 견뎌낸 나에게 주는 작은 선물이다.


한 모금, 두 모금,

입 안 가득 퍼지는 시원함과 함께

오늘 하루의 무게가 조금씩 내려앉는다.

복잡했던 생각은 흐려지고,

어제와 다를 바 없던 하루가

어느새 소중한 순간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가끔은 베란다 문을 열고 나가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잎사귀를 바라보며,

가끔은 좋아하는 음악 한 곡을 켜놓고,

가끔은 조용한 거실 한편에 앉아

그저 캔을 비우는 이 시간이

내게는 최고의 힐링이다.


퇴근 후 마시는 맥주 한 잔은

단순한 음료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 안에는 오늘 하루를 잘 견뎌냈다는

스스로에 대한 칭찬이 담겨 있고,

내일을 향한 작은 희망과 다짐도 녹아 있다.


친구들과 모여 웃고 떠드는 술자리도 즐겁지만,

혼자만의 조용한 시간에 마시는 맥주는

내 마음의 깊은 곳까지 다독여준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 없이도,

그 쌉싸름한 맛과 탄산의 청량감이

내가 나를 위로하는 가장 솔직한 방법이 된다.


그리고 맥주와 함께하는 소소한 안주도

퇴근 후의 행복을 더한다.

바삭한 치킨 한 조각,

짭조름한 오징어 볶음,

혹은 달콤한 감자칩 한 봉지까지.

이 조합은 그날 하루의 피로를 잊게 만드는

작은 축제이자 의식이다.


하루가 끝날 때쯤,

캔을 들고 조용히 속삭인다.

“잘했어, 오늘도.”


그 말 한마디가

내일을 살아갈 힘이 되고,

다시 새로운 하루를 마주할 용기가 된다.


퇴근 후 맥주 한 잔은

나만의 작은 의식이자,

복잡한 일상 속에서 나를 지켜주는 따뜻한 안식처다.


오늘도 나는 그 의식 앞에 서서

잔잔한 위로와 함께

하루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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