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다 마음이 앞설 때, 어색해지는 감정들
말 한마디가
이토록 어려운 날이 있다.
'고마워'라는 말을
목 끝까지 삼켜버린 날,
'미안해'라는 단어 대신
어설픈 농담으로 넘어간 날,
'사랑해'라는 감정을
그저 눈빛으로만 전했던 날.
전하고 싶은 마음은 분명한데,
말이 되지 못하고
어디선가 머뭇거린 채
뒤늦은 후회만 남는 날들이 있다.
나는 종종 생각한다.
왜 이렇게 간단한 세 마디가
때로는 가장 어려운 말이 되는 걸까?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일수록
이 세 단어는 더 조심스럽다.
"알아서 느끼겠지."
"지금 말해도 어색할 거야."
"나중에 기회가 오면…"
그렇게 타이밍을 놓치고,
그 사이 감정도 엉켜버린다.
고마운 마음을
곧장 말로 옮기지 못했던 적이 있다.
같이 살던 가족이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챙겨줬을 때,
피곤한 하루 끝에
묵묵히 말 없이 기다려준 친구가 있었을 때.
마음속으론
“정말 고마워” 하고 수백 번 말했지만,
막상 입 밖으로 꺼내려니
입술이 굳어버린다.
왜일까.
감정이 진할수록
그 표현은 더 어색해진다.
‘미안해’도 그렇다.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었던 적이 있다.
내가 먼저 상처를 준 줄 알면서도
자존심이 앞서서,
아니면 상황이 지나버렸다는 이유로
그 말 한마디를 끝내 전하지 못했다.
이후로도 몇 번이나 기회를 엿봤지만
상황은 이미 조용했고,
사람 사이의 거리는
생각보다 빠르게 멀어져 있었다.
‘사랑해’는 말할수록 쉽다고들 하지만
나는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말하기 어려워졌다.
관계가 깊어질수록,
그 무게가 더 커질수록,
그 감정을 말로 옮기는 게
왠지 모르게 조심스러워진다.
그저 함께 있는 시간으로,
작은 배려와 습관들로
내 사랑을 전하고 있다고 믿었지만,
상대는 그 말을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 세 단어는
짧지만 진심이 담기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하지만 진심이 너무 커지면
그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도리어 말이 망설여진다.
말보다 마음이 앞서버린 날.
나는 가끔 그 어긋남 앞에서
괜히 후회하고, 괜히 자신을 탓하곤 한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나 자신에게도
이해를 건네고 싶다.
말이 늦었다고,
감정이 무뎌진 건 아니다.
표현이 서툴렀다고,
마음이 없었던 건 더더욱 아니다.
그래서 오늘은
용기를 내어본다.
고맙다고,
미안하다고,
그리고 사랑한다고.
꼭 거창한 상황이 아니어도,
지금 이 순간에도,
그 말을 건넬 수 있다면
우리 사이엔
조금 더 따뜻한 온기가 머무를 것이다.
표현은 연습이고,
감정은 훈련이 아니다.
하지만 진심을 조금씩 꺼내어
마음의 벽을 허무는 건
지금 이 순간부터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 한마디가
늦더라도,
서툴더라도,
마음을 담고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