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인연이 불편해질 때

추억보다 지금이 더 중요하다는 걸 받아들이는 순간

by 노멀휴먼

한때는 참 좋았던 사람이 있다.

함께 웃고, 울고, 많은 시간을 공유했던 사이.

사진 속에선 여전히 우리가 나란히 서 있지만,

이제는 그 사람에게 어떤 말을 건네야 할지 모르겠다.


그럴 때가 있다.

아무 일도 없었는데도,

오래된 관계가 불편해지는 순간.


오래된 인연은 종종 ‘의리’라는 이름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관계는 시간이 쌓인다고 해서

무조건 깊어지는 게 아니다.


함께 보낸 시간이 많다고 해서

지금도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니다.


추억은 아름답지만

지금의 나와 맞지 않는다면,

그건 이제 기억 속의 장면으로 남겨야 할지도 모른다.


나는 한 친구와 그런 시간을 지나왔다.

고등학교 때부터 함께했던 친구.

서로의 가족까지 알던, 정말 가까운 사이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서로의 삶이 달라지면서

대화는 점점 피상적으로 바뀌었다.


예전에는 밤새 통화하며 고민을 나눴지만

요즘은 근황조차 어색하게 묻는다.

함께 있어도 휴대폰을 더 자주 보게 되는 자리,

그런 순간이 반복됐다.


예전의 좋았던 기억들 때문에

차마 먼저 연락을 끊을 수는 없었지만,

만날수록 마음이 공허해졌다.


관계는 살아 있는 생물 같다.

서로의 온도를 맞추지 않으면

천천히 식어가고, 멀어진다.


지금의 나는 책을 좋아하고,

느리게 사는 삶을 추구한다.

그 친구는 여전히 화려한 인간관계와

빠른 속도의 일상 안에 살고 있다.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

‘다름’의 문제였다.


그 다름을 받아들이고 나서야

마음이 편해졌다.

억지로 맞추지 않아도 괜찮다고,

이제는 추억은 추억으로 남겨두어도 괜찮다고

나 자신에게 허락하게 되었다.


우리는 종종

‘관계를 끝낸다’는 것에

죄책감을 느낀다.


하지만 멀어진다고 해서

그 인연이 소중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어떤 관계는

한 시기를 함께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고, 아름다웠다.


지금의 내가 더 편안하려면

과거의 좋았던 기억을

지금의 나에게 강요하지 않아야 한다.


오래된 인연이 불편해질 때,

나는 이제 이렇게 생각한다.


“그 사람을 미워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과 함께였던 내가

지금의 나와는 조금 다를 뿐이다.”


그렇게 스스로를 이해하고,

상대를 미워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거리를 둔다.


관계는, 때로는

잘 이어지는 것보다

잘 놓아주는 것이 더 어렵다.

그러나 그 놓음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


우리는 모두

인연을 맺고,

조금씩 멀어지고,

그리워하거나, 잊어가며 살아간다.


그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

어떤 관계는 추억으로 남고,

어떤 사람은 다시 곁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무엇이든 괜찮다.

중요한 건

지금의 나를 아끼고 있는가,

그 관계 안에서 내가 편안한가 하는 것이다.


이제는

과거보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과

조금 더 진심으로 웃고 싶다.


그게,

내 삶을 지켜내는

조용하고 따뜻한 선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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