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해야 할 관계가 오히려 조심스러운 순간들
가장 편해야 할 관계가
가장 어렵게 느껴질 때가 있다.
말을 아껴야 할 것 같고,
상처를 주지 않으려 조심하다 보면
정작 내 감정은 뒷전으로 밀려난다.
사소한 말에도 눈치를 보고,
표정을 살피며 대화해야 하는 가족,
오랜 친구지만 꺼내지 못하는 이야기,
사랑하지만 자꾸 오해하게 되는 연인.
우리는 왜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가장 솔직하지 못할까?
거리가 먼 사람에게는
‘적당한 예의’가 있다.
그 예의는 우리를 지켜주고,
불필요한 충돌을 막아준다.
하지만 가까운 사람 앞에서는
그 예의가 종종 사라진다.
편하다는 이유로 상처를 주거나,
혹은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속마음을 감추게 된다.
가까워서 더 솔직하고 싶은 마음과
가까워서 더 상처 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
늘 충돌한다.
그래서 더 어렵다.
나는 가족과의 관계가 그런 시기였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줄 거라 믿었고,
때로는 내 감정보다 상대의 기대를 먼저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자꾸만 미루고, 덮다 보니
어느 날, 감정이 무너져버렸다.
친했던 친구에게 서운한 말을 들었을 때,
오랜 연인과 작은 오해가 반복될 때,
나는 늘 먼저 참는 쪽이 되곤 했다.
괜히 감정적이라는 말을 듣기 싫어서.
관계를 망치고 싶지 않아서.
하지만 지나고 나면 늘 후회했다.
‘그때 한 번 솔직했더라면 달라졌을까?’ 하고.
가까운 사이일수록
‘배려’는 더 섬세해야 하고,
‘솔직함’은 더 용기가 필요하다.
내 감정을 꺼낸다는 건
상대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뜻이 아니라,
우리 관계가 진짜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의 표현이다.
오래된 관계일수록
서로를 너무 잘 안다고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사람은 변하고, 감정도 바뀐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는 서로를 놓치기 시작한다.
편해야 할 관계가 조심스러울 때,
나는 이제 잠시 멈춰 서서 묻는다.
“내가 이 사람을 너무 가까이 두느라
나 자신과 멀어진 건 아닐까?”
“진짜 나를 보여줄 용기가
사라진 건 아닐까?”
관계란 늘 똑같은 자리에 머무르지 않는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자주,
더 솔직하게 마음을 묻고 나눠야 한다.
침묵이 쌓이기 전에,
억지로 웃기 전에,
기억의 틈이 멀어지기 전에.
가까운 사람과 잘 지내는 일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면서도
가장 어려운 숙제다.
그 숙제를 풀기 위해
우리는 오늘도,
서툴지만 마음을 꺼내본다.
말이 조금 어색해도,
표현이 서툴러도,
그 진심이 닿는다면
그 관계는 다시 따뜻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