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여서 외로운 사람들

군중 속 고독, 관계 속 단절

by 노멀휴먼

사람들 틈에 있다.

대화가 오가고, 웃음소리가 가득하다.

모두가 연결되어 있는 것 같은 공간.


그런데

나는 문득,

혼자인 기분이 든다.


말을 하고 있지만

마음이 닿지 않는다.

웃고 있지만

내가 아닌 누군가처럼 느껴진다.


그럴 때면,

이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나만 따로 떨어져 있는 것 같아

묘한 외로움이 스민다.


어릴 적엔

외로움은 혼자 있을 때 느끼는 감정인 줄 알았다.


혼자 밥을 먹거나,

집에 불이 꺼진 채로 들어가거나,

주말 오후를 아무 말 없이 보내면

그게 외로운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살아보니

가장 외로운 순간은

오히려 누군가와 함께 있는 시간 속에

숨어 있기도 하다.


많은 대화 속에서

내 이야기는 어디에도 없을 때,

가까운 사이인데

진심을 꺼내기 어려울 때,

그제야 알게 된다.


외로움은 ‘부재’가 아니라

‘단절’에서 시작된다는 걸.


관계 속에서의 고독은

더 깊다.

더 복잡하고,

더 조용히 마음을 잠식해 온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임에도 느껴지는

이 낯선 거리.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았던 관계 속에서

더 이상 나를 설명할 수 없을 때.


그럴 땐 오히려

혼자일 때보다 더 외롭다.


왜냐면,

기대했던 만큼

실망도 크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가족 안에서,

오랜 친구들과의 대화 속에서도

이따금 그런 외로움을 느낀다.


겉으로는 잘 어울리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 속으로는

‘나는 왜 이 자리에 있는 걸까’

‘여기서 나를 진짜 이해해 주는 사람은 있을까’

하는 질문이 맴돈다.


그런 마음을 들킬까 봐

더 밝게 웃고,

더 많이 말하고,

더 열심히 맞춘다.


하지만 그럴수록

나는 점점 더 고립된다.

겉은 북적이는데

속은 더 조용해지는 느낌.


함께 있는 것과

연결되어 있는 건

다르다.


같은 공간에 있다고 해서

마음까지 이어지는 건 아니다.

표정은 웃고 있어도

속마음은 문을 닫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 문을 여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용기도 필요하다.


무리하게 맞추지 않아도 되고,

억지로 텐션을 끌어올리지 않아도 되는

그런 관계가 하나쯤 있었으면.


침묵도 편안하고,

다름도 존중해 주는 관계.

그런 연결 하나가

고독의 밀도를

조금은 낮춰줄 수 있다.


나는 이제,

함께라는 말에

너무 큰 기대를 걸지 않는다.


모든 사람과 깊은 유대를 맺을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그 대신

한 사람,

단 한 사람과라도

진심으로 연결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와 나 사이의 관계도

가장 먼저 살핀다.


스스로의 감정을 외면하지 않고,

내면의 외로움을 흘려보낼 수 있을 때,

타인과의 관계도

조금은 덜 기대하고,

덜 실망하게 된다.


우리는 모두,

때때로 외롭다.


그 외로움을 꼭 없애야 하는 건 아니다.

그저,

그 감정이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오늘도 북적이는 하루 속에서

혼자라고 느끼는 당신에게

말해주고 싶다.


“괜찮아요.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그리고 그 외로움,

지극히 인간적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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