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끝에서 배우는 것들
이별은 언제나 아프다.
예고 없이 찾아온 이별이든,
천천히 준비된 이별이든.
그 끝엔
늘 허전함과 후회,
때로는 분노와 미련이 따라붙는다.
하지만 가끔 생각한다.
언젠가, 이별조차
조금은 따뜻할 수 있을까?
살면서 수많은 관계를 만든다.
그중에는
가슴 벅찬 만남도 있었고,
차마 다시 꺼내기 힘든 관계도 있었다.
어떤 인연은
나를 웃게 만들었고,
어떤 인연은
나를 산산이 부서지게도 했다.
하지만 그런 관계들 덕분에
나는 조금씩 사람을 알아갔고,
조금씩 나를 배워갔다.
처음에는 몰랐다.
관계의 끝이 왜 이토록 아픈 건지.
이별이란
그 사람과의 '단절'이라기보다
그 안에서 함께했던
시간과 감정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인정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이별은,
사람을 잃는 일이기도 하지만
그 안에 있던 ‘내 일부’를 떠나보내는 일이기도 했다.
어릴 적엔
모든 이별을 막고 싶었다.
무언가를 더 잘했더라면,
조금만 더 참고 맞췄더라면
지킬 수 있었을 거란 생각에 사로잡혔다.
그래서 이별을 내 탓으로 돌렸고,
끝난 관계 앞에서
스스로를 자책하며 더 깊은 어둠에 빠졌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알겠다.
모든 관계가 평생을 가는 건 아니며,
끝난다는 것만으로 실패라고 말할 수는 없다는 걸.
이별은 때로
우리에게 ‘남겨진 것들’을 보여준다.
그 사람이 지나간 자리에
무엇이 남았는지,
그 관계가 내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그리고
그 인연 덕분에
나는 어떤 방향으로 자라났는지.
아픔을 지나고 나면
그 안에 있었던 감사와
마음 깊은 곳의 배움을
비로소 마주할 수 있다.
이별을 잘한다는 건
냉정해진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충분히 슬퍼하고,
충분히 후회하고,
충분히 애도하는 시간이다.
그 시간을 견뎌낸 뒤에야
비로소 관계의 끝에도
따뜻한 감정이 남을 수 있다.
“그때 너와 함께해서,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었어.”
그 한마디를 마음속으로라도 건넬 수 있다면
그 이별은 실패가 아니다.
언젠가 나도
누군가의 삶에서 조용히 물러나야 할 날이 올 것이다.
그때,
억지로 붙잡기보단
서로를 위한 작별을 할 수 있기를.
떠나는 사람이든,
남겨지는 사람이든,
마음 깊은 곳에서는
따뜻한 기억 하나쯤은 안고 있을 수 있기를.
이별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는 틈이다.
그 공백 속에서
내 마음을 돌보고,
새로운 인연을 위한 여백을 만들어간다.
그러니 우리는
이별을 두려워하기보단
더 진심으로,
더 솔직하게
지금의 관계를 살아가야 한다.
그래야 언젠가
이별조차
따뜻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