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와 거리를 두고 싶은 순간, 그건 이기심일까?
가끔은 정말,
아무에게도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전화도, 메시지도, 약속도
모두 멀리 밀어 두고
그저 조용히 혼자 있고 싶은 날.
누군가의 질문에 대답하는 것도,
괜찮은 척 웃는 것도
버거운 순간이 있다.
마치
내 마음의 문을 잠그고
‘오늘은 출입 금지’라고 써 붙이고 싶은 날처럼.
그럴 때마다
조금은 죄책감이 스며든다.
“이렇게 거리 두는 내가 너무 이기적인 건 아닐까?”
“상대는 서운하지 않을까?”
“내가 너무 민감한 걸까?”
머릿속엔 온갖 생각이 엉켜 있고,
마음은 점점 더 무거워진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런 감정이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사람은 누구나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세상을 향해 활짝 열려 있는 채로
매일을 살아가는 건
생각보다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일이다.
감정을 조절하고,
표정을 다듬고,
말의 끝을 조심하는 하루하루.
그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지쳐간다.
그래서
마음의 문을 닫고 싶은 순간이 찾아오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예전의 나는
늘 좋은 사람이고 싶었다.
상대의 마음을 먼저 배려하고,
나를 기다리는 사람에게
언제든 따뜻하게 반응해 주는 그런 사람.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알게 되었다.
누구에게나 친절한 사람보다
자기 마음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이
더 건강하다는 것을.
그리고 때로는,
관계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잠시 거리를 두는 것이
오히려 더 필요한 일이라는 걸.
가까운 사람에게조차
내 마음을 보여주기 싫은 날이 있다.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
혹은
상처 주고 싶지 않아서
그냥 조용히 물러서고 싶을 때.
그런 마음은 이기심이 아니라
자기 보호다.
나의 감정이
터지기 전에,
부러지기 전에
잠시 숨 고르기를 하는 시간이다.
거리를 둔다는 건
무언가를 끊어내겠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 이 관계를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이어가기 위해
마음을 정비하는 일이다.
가까워지고 싶다면
먼저 나 자신과 친해져야 한다는 걸
우리는 살아가며 배운다.
그러니
마음의 문을 잠시 닫는 그 순간마저
너무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중요한 건
문을 닫았다고 해서
그 안에서 나조차 외면하지 않는 것.
마음속 작은 목소리에
조금 더 귀 기울이고,
‘지금 이 감정은 왜 생긴 걸까’
물어보는 일.
그 속에서
나는 나에게 조금 더 가까워진다.
살다 보면
누군가와 거리를 두고 싶은 날도,
거리를 두는 사람이 되고 싶은 날도
반복해서 찾아온다.
그때마다
자책하지 말고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주면 좋겠다.
“지금 나는
잠시 쉬어가고 싶은 것뿐이야.
이기적인 게 아니라,
나를 지키고 싶은 거야.”
그러니 괜찮다.
조용히 숨을 고르는 하루.
세상과 약간의 간격을 두고
고요한 방 안에 앉아
나를 다독이는 시간.
그게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보이지 않는 쉼표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