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이 이런 곳이었어?

[위클리도서관] 논현문화마루도서관 (3) 종합 편

by 제리


[위클리도서관]은 국문과가 전하는 도서관 가이드입니다.
방방곡곡 도서관을 다니며 공간, 인간, 큐레이션(책)에 대한 인사이트를 나눕니다.
더 많은 이들이 도서관을, 책을 사랑하게 되길 바랍니다.


논현문화마루도서관

주소 서울특별시 강남구 논현로131길 40 4,5층

운영시간
성인자료실(5층) | 09:00~22:00 (화~금), 09:00~18:00 (토~일)
어린이자료실(4층) | 09:00~18:00 (화~금), 09:00~19:00 (토~일)
*일요일을 제외한 법정공휴일, 매주 월요일 휴관



도서관을 나가며

강남이 이런 곳이었어?


논현문화마루도서관을 둘러보며 가장 먼저 떠올랐던 생각은,
'아, 강남은 단순 부자 동네가 아니구나'라는 것이었다.


IMG_3032.jpg

이 지역에 속한 각 행정동 도서관의 사서들이 한 주제를 잡고 각자 하나씩 큐레이션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은 ‘예산이 많아서 가능한 일’이라기보다는 이 지역이 문화에 진심인 곳이라는 증거로 다가왔다.
각 도서관의 취향과 시선이 모여 한 장의 큰 지도를 이루는 그 작업은 생각보다 손도 많이 가고 공감대도 필요하다. 그걸 꾸준히 해낸다는 것 자체가 강남이 가진 문화적 역량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사실 나는 강남을 처음 특별하게 느낀 시점이 조금 독특하다. 초등학생 때, 지역에서 유일하게 인터넷 강의를 제공하던 ‘강남인강’을 보며 ‘아, 여긴 뭔가 다르다’는 막연한 감정이 있었다. 그때는 그냥 공부 잘하는 동네인가 보다 하고 넘겼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강남인강은 공교육의 확장성과 지식 접근성을 지역 차원에서 실험하는 문화적 움직임이었다.


그래서인지 강남의 도서관을 둘러보면 화려함이나 규모보다 먼저 보이는 것이 있다. 콘텐츠를 공유하는 방식의 성숙함, 그리고 지역 주민들이 ‘문화적 자산’을 어떻게 함께 누릴 수 있을지를 오랫동안 고민해온 흔적이다.

논현문화마루도서관에서 만난 큐레이션은 그런 강남의 일면을 가장 투명하게 드러내는 장면이었다. 부유함보다 앞서 문화적 ‘의지’가 있는 곳. 그게 내가 다시 본 강남이었다.




똑똑, 그 뒤에 누가 있습니까


앞의 앞의 글, 논현문화마루도서관 '공간' 편에서 기획자의 '센스'를 다룬 것과 마찬가지로 이곳 구석구석에서 '도서관 뒤에 있는 사람들의 손길'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예컨대 아래 같은 사진.

IMG_3033.jpg 책 전시대의 접합부를 고정하기 위해 점토를 붙여두었다. 간만에 보는 재료라 신선했다.



논현에서 만난 책


먼저 아래 사진에 써 있는 문구를 천천히 음미하길 바란다. 그 아래 글은 보지 말고 말이다.

IMG_3034.jpg 입속의 검은 잎, 기형도

블라인드 시집 큐레이션에서 발견한 문구이다.


'블라인드 시집' 이라는 베일에 가려, 기형도라는 시인의 이름과 「입속의 검은 잎」이 얻은 거대한 평가를 떠올리기 전에 이 문장을 먼저 만날 수 있어서 참 감사했다.


글을 쓸 때면, 특히 시처럼 많은 것이 압축된 글을 쓸 때면 가끔씩 나도 잘 모르겠는 말들을 뱉고 있다고 느낄 때가 있다. 멈춰 서서 조금 더 헤아려보아야겠다고 생각하다가도 결국 멈추지 않고 달린다. 그 이유는 보통 매우 중요한 마감시간 때문이고, 하찮고 시시한 나의 귀차니즘 때문이다. 그것이 '무책임'이다. 하지만 그 순간마다 더 나은 글쟁이로 도약하기 위해,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더 나은 생각을 하도록 만들기 위해 내가 했어야만 하는 행동이 있다. 그것이 ‘경계’이다. 이렇게 정리해보니, 시란 머릿 속을 스쳐가는 생각을 좋은 언어로 풀어내는 일임을 다시 뼛속 깊이 실감하게 된다.


이상 논현문화마루도서관에 대한 가이드를 마친다.

다 쓰고보니 제목에 너무 물음표를 남발했네.

글을 보는 독자 여러분의 너른 양해를 바란다.



| 지난 글 읽어보기

� 논현문화마루도서관 1탄 - 공간 편

https://brunch.co.kr/@5f46484af7c842d/12


� 논현문화마루도서관 2탄 - 큐레이션 편

https://brunch.co.kr/@5f46484af7c842d/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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