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 집으로 보내는 편지

by 사랑의 빛

천국 집으로 보내는 편지

듣고 싶습니다
죽음의 문턱을 넘느라 놓쳐버린 미안함에 목매인 목소리라도
세상 그 어떤 연인의 달콤함보다 더 애틋한 목소리로 "아가~" 하고 불러주시던 아빠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생전 한 번도 서보지 못했던 아빠만을 위한 무대에서 아빠의 목소리를 듣고 싶고
이제는 아들 둘의 엄마가 되었지만 나만을 응원해 주는 아빠의 "아가~" 하고 부르는 세심한 아빠 목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보고 싶습니다
찌그러진 짝짝이 한쪽 눈이라도
아무 조건을 요구하지 않고 하염없이 사랑으로 보아주는 아빠 눈을 마주칠 수 있다면
희미할지언정 아빠 빈자리 가득 채우느라 눈물이 눈부셨던 결혼식 사진 한 장 크게 보여드리고
먼 거리 너무 작을지언정 만개한 웃음을 담아드리고 싶습니다

잡고 싶습니다
구부러진 짝짝이 한쪽 손이라도
무엇이든 거뜬한 오른손으로 멀쩡한 양손 아빠 부럽지 않도록 내밀어준 아빠 손을 맞잡을 수 있다면
체감온도 36도를 육박하는 불볕을 정면으로 마주 보며 마른 도리깨질에 퉁퉁 부은 엄마 손 슬며시 맞잡게 해 드리고
이제는 꿈에서도 희미해진 어린 시절에 언제든 자신 있게 뻗어준 검지 손가락을 두 손 꼭 모아 잡아 드리고 싶습니다

말하고 싶습니다
부끄러울지라도 용기를 내어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아빠
사랑합니다 아빠
충분했습니다 아빠
아빠가 내 아빠라서 나는 참 자랑스러웠습니다
다음 생에 한번 더 나의 아빠가 되어주세요
그리고 그때는 40을 너머 더 오래오래 나의 아빠로 살아주세요
아빠 사랑하며 살아가는 시간을 제게도 주세요
후회 없이 아빠를 사랑할게요

ps. 사명 따라왔다가 사명 따라 살다가 사명 따라 하늘 집으로 이사 가신 내 아빠..

아빠 없는 이 땅의 걸음은 하루하루 천근만근 무거워요
아빠의 부재로 뻥 뚫린 인생 지붕은 어떤 석가래로 기워도 광풍 같은 세상 로애를 막을 수 없어 참 외로워요

그래도..
비록 같은 하늘 아래서는 다시 볼 수 없지만
부를 수 있는 아빠가 있으니..
기억할 수 있는 아빠가 있으니..
매일의 오늘을 넉넉히 살아내볼 용기가 나요

아빠가 그토록 살고 싶었을 40 해 인생이 벌써 몇 해 전에 지났어요..
매일매일 아빠의 존재가 내 인생에 남겨주신 사명의 무게를 달아봅니다..

온전치 못한 신체의 결함에도 불구하고 죽음의 문턱이 될 줄 몰랐던 그날까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힘써 사랑하며 살아냈던 아빠의 매일이
또 다른 나의 오늘을 살게 해요..

남은 자의 사명 따라..
사명 다해 살다가 사명 위해 갈게요..

사랑해요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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