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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랑의 빛 Nov 24. 2023

씨어게인.. 사랑이 늦어서 미안해....

https://youtu.be/c0AcogW3g9k?si=mncZjsNwT8hhDTBD


사랑이 늦어서 미안해 ______________________ 김조한


항상 곁에 있지만 언젠가는 스쳐갈 사람
금을 그어둔 채 그렇게 지냈어
이런 나를 알잖아 뭐든지 한 걸음 느린 거
가슴이 하는 말 모른 척했나 봐
금방 울 것 같은 널 바라보며
침묵으로 너를 난 밀쳐 냈었지
알 것 같아 내 마음 조금도 미안하지 않게
어깨 들썩임까지 마음 썼던 너
난 그런 너를 두고도 사랑이 온 지 몰랐어
너 떠나가는 순간도 사랑했는지 몰랐어
가슴 아픔이 너 때문이란 걸 이제야 알았어
사랑이 너무 늦어서 미안해


나의 마음도 알지 못하면서
사랑을 다 아는 듯 떠들었었지
나 힘들어 너무 생각나서 또 생각 안 나서
그 한 가지 생각에 또 눈물만 나..
난 그런 너를 두고도 사랑이 온 지 몰랐어
너 떠나가는 순간도 사랑했는지 몰랐어
가슴 아픔이 너 때문이란 걸 이제야 알았어
사랑이 너무 늦어서 미안해


자꾸만 나를 속이며 고개 돌렸나 봐
행복이 겁나서 나를 아프게 했나 봐
아직 날 잊진 않았지
니 미련도 느리잖아
더 기다리면 올 거지
이제 내가 아플 차롈테니까
이제 너에게 가장 좋은 사랑이 되어줄게
시작이 너보다 늦어서
너보다 더 오랫동안
너보다 많이 사랑.. 할게




유일한 낙이 되어주는 "싱어게인 3"

매주 목요일 밤을 기다린다.


그렇다고 뜨겁게 열광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미치게 좋아하지도 않지만

말로 다 할 수 없는 복잡한 생각

말로 하기엔 너무 무거워 가라앉은 미묘한 마음이

무명가수가 부르는 노랫말 어딘가에 살포시 얹혀

위로가 된다.


연인의 노랫말이

모녀의 노랫말로 불렸다.


좀 더 멋진 실력으로

훨씬 더 완성도 있는 무대를 보여줬으면 좋았겠다ㅡ

아쉬움도 있지만

무명가수 두 분의 아쉽고 부족한 노래가

서툴렀던 아빠와의 20년 인생 무대를 소환시켰다.



제법 자주 일어났던 가정 불화 현장에선

'아.. 이러다가 아빠, 엄마가 이혼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고


마지막 1~2년 동안은

'이러다 엄마 걱정처럼 아빠가 갑자기 돌아가실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그래도 그런 위태로운 생각은 잠시 스쳐 지나갔고

나는 늘 우리 아빠가 항상 같이 계실 거라고 생각했다.


부모에게 소중하지 않은 자식이 어디 있겠냐마는

인생의 요단강에서 돌아와 키워낸 딸이었기에

세상 무엇보다 나를 가장 귀하게 생각해 주신 아빠였다.


그 마음을 일찍 알아차리고

너무 사랑했고

너무 존경했지만

마음 한편에

그래도 아빠를 용서하지 못한 철장쌀 금을 그어두고 살았다.


한 번씩 심기가 틀어지는 날이면

엄마를 쥐 잡듯 잡는 폭력적인 언행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부부싸움이 성립이 되나..

작고 왜소한 우리 엄마는 일방적으로 당하다(?)

끝나는 걸...


큰 소리와 날카로운 분위기

나의 불안과 긴장감은 더 예민해졌고

그럴수록 내 철장쌀은 더 견고해졌다.


그래서 더 느렸나 보다...

그래서 잘 몰랐나 보다...


이제는..

더 오래..

더 많이..

사랑할 수 있는데..


이제야..

그런 아빠를 용서할 수 있게 되었는데..


내 곁에..

아빠가 없다.


아빠의 사랑 보폭에

항상 느렸던 나는..

결국 아주 늦어버렸다..

기회조차 없게 되었으니..




나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어요..

나를 얼마큼 아껴주고 계신지.. 알고 있었어요..


장애의 불편한 몸으로

나를 길러내기 위해

맨바닥 흙먼지도 기꺼이 뒤집어쓰고

날 선 빗물도 온몸으로 맞아가며 지켜내신 아빠의 자리에서

사랑이 꽃을 피우며 나라는 열매가 맺혔어요.


당신의 사랑만 남았습니다.

당신의 마음만 남았습니다.


당신의 삶이 남았습니다.

당신의 딸이 남았습니다.



아빠..

듣고 있죠.....?


사랑이 늦어서 미안해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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