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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랑의 빛 Nov 24. 2023

무심코 들어간 편의점


홉 살 인생, 첫째 아들의 주 1회 루틴~
일요일마다 교회 가는 길 아침,

어느 날부터인지 갈 때마다 지하철 출구 앞 편의점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간식 하나 사도 되냐고 물어보는 아이에게

그러라고 대답했다.

그렇게
무심코 들어간 편의점 첫 방문기는 지금까지 몇 달째 진행 중이다^^

처음에는 젤리 간식 하나만 집어 들더니
그 뒤로 매주 참치마요 삼각김밥을 계산대에 놓고
내 눈치를 살펴 기분이 괜찮은 것 같으면 슬그머니 다른 간식도 얹어 놓는다.

"새힘아, 아침 먹었잖아"
"네, 그런데 배가 쫌 더 고픈 것 같아요"
"응~ 응?????"

헛웃음이 나온다.

분명히
집에서 나올 때 계란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우고 왔지만
평소 편식 심해 간식도 아무거나 잘 먹지 않는 아이라서
기분 좋게 사주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아홉 살 인생이 슬금슬금 머리를 굴린다.

평소에 젤리나 추잉 껌 같은 불량식품을 잘 사주지 않으니
일요일 교회 가는 길을 찬스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한 개는 지금 먹고 또 한 개는 집에 가서도 먹고 싶다면서 말이다.

B형 남자, 아홉 살 인생~ 우리 첫째는
흔쾌히 사준 간식을 양손에 들고 혀 짧은 발음으로 말한다.

"엄마, 사랑해요"
"엄마, 감사해요"

"이럴 때만???"

그래도 입가에 미소를 짓게 된다.

간식 하나 얻겠다고 엄마 기분을 살피면서
익숙해진 루틴에 모르는 척 간식을 하나두 개 늘려 올리는 아이의 순진함이
엄마인 내게는 참 사랑스러워 보인다.

무심코 들어간 편의점에서
우리 아이는 순수가 묻어 있는 즐거움을 누리고
덕분에 엄마인 나는

내 아이의 행복을 선물 받는 루틴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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