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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랑의 빛 Dec 11. 2023

씨어게인_살아야지

https://youtu.be/p5KQYUNfxO0?si=rTvr9An1LnTQJXYB


아이들 재우느라 놓친 본방ㅡ

지나칠 수 없어 깊은 새벽 바로 보는 본방 사수!!


무대마다

기대 이상의 감동과

깊은 마음의 메시지를 전해주는 25호 가수님..


든든한 지원군 남편의 편곡으로 함께한 무대라

더 탄탄했을까......?


임재범 님의 원곡도 다시 듣게 된다




살아야지                                        원곡:임재범


산다는 건 참 고단한 일이지
지치고 지쳐서 걸을 수 없으니

어디쯤인지 무엇을 찾는지
헤매고 헤매다 어딜 가려는지

꿈은 버리고 두발은 딱 붙이고
세상과 어울려 살아가면 되는데

가끔씩 그리운 내 진짜 인생이
아프고 아파서 참을 수가 없는 나

살아야지 삶이 다 그렇지
춥고 아프고 위태로운 거지

꿈은 버리고 두발은 딱 붙이고
세상과 어울려 살아가면 되는데

날개 못 펴고 접어진 내 인생이
서럽고 서러워 자꾸 화가 나는 나

살아야지 삶이 다 그렇지
작고 외롭고 흔들리는 거지




노랫말에 마음을 기대어 학창 시절 나를 찾아가 보았다.


하다..

한마디로 표현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


성장하는 동안 어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잔병치레를 다 했다.


내 손과 발엔 4계절이 있었는데

덜 잠긴 수도꼭지처럼 줄줄 흐르는 물은 땀이었고

뜨거운 여름이면 뽀록뽀록 가려운 수포가 올라오고

건조해지면 논바닥처럼 쩍쩍 갈라지고

그러다 추워지면 갈라진 살갗에서 피가 터졌다.


성악을 공부하던 고3, 일 년 가까이

학교 계단을 네발로 기어오르며 다녔다.


담임 선생님께서 엄마 모시고 오라는데 답을 안 했더니

직접 전화로 엄마를 호출하셔서 말씀하셨다.


"지금 대학 진학이 문제가 아닙니다

대학은 못 가면 내년에 가도 되지만

건강은 잃으면 찾을 수가 없습니다

먼저 건강을 신경 써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내게는


"아침 보충 수업은 안 해도 되니까

이른 시간 힘드니

1교시 수업시간 맞춰서 와"


그렇게 병약한 나를 안타까워하시며 배려해 주셨다.


그러나 나는

단 한 번도 보충을 빠진 적이 없고

하루도 지각을 해본 적도 없다.




성실을 붙잡는 한 가지.. 내 건강 문제였다.


고소공포증이 심해

놀이기구는 물론 높은 곳도 오르지 못하는 겁쟁이였다.


작고 왜소한 체구에

약해서 늘 여기저기 아프기 일쑤였다.


생 손가락이 상처도 없는데 곪아 들어가

동네 병원부터 큰 병원까지 오가고


갑자기 턱관절이 어긋나 입도 안 벌어지고

씹는 저작 운동도 안되어서

물 말아서 밥 먹는 것도 힘든 시간을 몇 개월이나 보내고

그로 인해 수년을 대학병원 다니며 치료를 받아야 했다.


성적 스트레스가 극심했던 시기엔

음식을 씹어 삼킬 수 없어

남**업의 사과 음료 한팩을 빨아먹으며 지내기도 했다.



악바리..

작은 거인..


그토록 약한 나와는 정반대의 단어가 내 별명이 된 건

내 약함이 묻히도록 살아냈기 때문이고

내 약함을 밀어내며 살아냈기 때문이었다.


약한 건 명백한 팩트였는데

약하다는 소리는 절대 듣기 싫었고


약한 사람 배려하는 게 틀린 것도 아니었는데

약하다고 얻어지는 동정은 결코 받고 싶지 않았었다.


그래서

못할 게 무어냐ㅡ

무엇이든 주어진 일은 기필코 해내고야 마는

악바리로 살았다.


키도 작고

몸집도 작았지만

누가 봐도 "당차다"는 말을 할 수 있을 만큼

열심에 열심을 더하며 성실하게 살았다.




노래 가사처럼


'꿈은 버리고 두발은 딱 붙이고'

'세상과 어울려 살면 되는데'


그걸 못해

불혹을 넘긴 하프타임 출발선에서

아직도 서럽고 서러워

그 서러움이 복받쳐 화가 난다.

여전히 흔들리고 위태로워

혼자만 덩그러니 외로움에 파묻히기 일쑤다.




원래

그런 거래.


산다는 게..

삶이라는 게..

그렇다니까...


괜히 더 웅크리지 말고

괜히 더 동굴 속으로 들어가지 말고


흔들려도

흔들리며 살아내고


작고 외로워도

작은 만큼 외로운 만큼 충분히 살아보고


살아야지

살아가야지

살아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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