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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랑의 빛 Dec 20. 2023

마지막 풍경



마지막 풍경
                                       - 사랑의 빛 -

여린 가지 혼자서 외로울까
맑은 햇살 불러 보았더니
시작한 겨울이 꽁꽁 묶인 한파를 데려온다

놀이터 아이 혼자서 심심할까
진눈깨비 하얀 눈 불러 주었더니
시작된 눈길이 꽝꽝 붙는 썰매 빙판까지 놀러 온다

어머, 어머!
펑펑 내리는 함박눈이
앙상한 가지 위에 앉아 동무가 되고
조용한 놀이터 한가득 아이들 친구가 된다

마지막 12월
여기저기 룰루랄라

마지막 12월
이곳저곳 싱숭생숭


마지막 12월.

보름도 채 남지 않았다.

아홉 살 형님 배웅하는 등굣길엔 가로수가 나란히 서 있다. 봄, 여름, 가을은 계절의 옷을 보는 맛으로 다녔다. 겨울이 되니 추운 날씨 탓인지 앙상한 가지가 유난히 더 쓸쓸해 보였다.




아홉 살 형님과 대화를 나눈다.


"새힘아, 며칠 전까지만 해도 단풍잎이 색깔별로 달려 있어서 엄청 예뻤는데 벌써 다 떨어졌다, 그렇지?"


"응, 나무들이 그러데이션으로 진짜 멋졌는데"


"응? 그러데이션??"


"응~ 그러데이션~처럼~ 학교에 가까워질수록 색깔이 더 찐해졌잔아요~"


"아~~~ 그게 그러데이션처럼 보였구나. 새 힘이 마음이 그러데이션처럼 멋지네~"




아홉 살 형님과 나눈 등굣길 대화다.

대화가 짧았지만 아이의 눈에 그려진 풍경,

풍경을 담아낸 아이의 표현 언어에 마음이 따듯해졌다.


그러데이션 풍경은 지워졌다. 대신 그 자리에 곧은 나무의 우뚝 솟은 늠름함이 더 선명해졌다. 나무의 굽어진 형태가 그대로 보인다. 있는 모습 그대로도 충분히 멋있게 보인다.

꼭 곧은 나무만 좋다는 편견을 버린다. 밤새 내린 새하얀 눈이 가지마다 소복이 내려앉았다. 곧은 나무보다 굽어진 나무 풍경이 더 멋있다.


"엄마, 꼭 모든 나무가 반듯반듯할 필요는 없어요! 반듯한 것도 있고 휘어진 것도 있어요. 많이 휘어진 것도 괜찮아요"




내 편견을 버리면 조금은 더 멋진 세상을 볼 수 있다.

눈이 내리는 겨울.

아이들은 '눈싸움할 수 있겠다' 기대감 풍선이 부풀어 오른다.

'눈썰매 타고 싶다' 상상의 나라에서 환호성을 친다.


반면

어른들은 '수도, 세탁기 얼지 않게 해야지' 몸이 분주해진다.

'길 미끄러워서 운전하고 다니려면 위험해서 걱정이다', "아들아, 운전 조심해", "00 어미야~ 아비 잘 들어왔니?" 마음에 걱정이 쌓이고 온종일 안부전화가 쌓인다.


누군가는 룰루랄라~

누군가는 싱숭생숭~

누군가는 종일 심난~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올 겨울 나의 마지막 풍경, 어떻게 그려질까?


그래서 생각한다.

내 인생의 마지막 풍경은 어떻게 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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