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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 Yeo Dec 30. 2024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낼 준비는 어떻게 하는 것인가?

** 본 글은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과 관점을 바탕으로 작성된 것으로, 의학적 소견이나 전문적인 의료 정보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건강과 관련된 구체적인 증상이나 의학적 조언이 필요할 경우, 반드시 의료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아빠와 나는 때론 둘만 통하는 게 있는 친구 같았다.


“아빠! 나 남자친구랑 헤어졌어! 분명 나한테 문제가 있는 건가 봐! 내가 나쁜 사람 인가 봐!”


매우 창피하지만 불과 몇 년 전,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 엉엉 울며 내가 했던 말이다. 근무 중 밖에서 내 전화를 받은 아빠는 황당하기 짝이 없었을 것이다. 내일모레 서른 인 다 큰 딸이, 남자 문제로 그야말로 생떼를 부리며 전화를 걸었으니 말이다. 이미 끝난 관계를 두고 하는 아무 의미 없는 투정이었지만 아빠는 늘 그랬듯, 그날도 나의 시련과 고민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아빠는 그 누구보다 진지하게 나의 상처 입은 마음을 들여다 봐 주었다.


“남녀가 만나다 보면 헤어질 수도 있는 거지. 딸, 너도 어지간한 이유가 있어서 헤어진 것 아니야?”

“그건 그렇지...”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다고? 너만 문제 있는 사람이라서 헤어졌다는 것은 말이 안 돼. 앞으로 살아가며 이런 일도, 저런 일도 있을 거야. 만남이 있었다면 이별이 있는 관계도 있는 거고. 자책하지 말고 좋은 경험으로 삼아 버려. 아빠 퇴근하고 들어가면 술 한 잔 하던가.”


아빠에게 철없는 고민을 털어두며 함께 술잔을 부딪쳤던 일이 어제처럼 생생하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는 것.

그것이 나와 아빠 사이에 이리 빨리 적용될 줄은 정말 아무도 모르지 않았을까.





“마음의 준비를 이제는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담당 의사 선생님께서는 차갑게 식어가는 아빠를 보내드리기 위한 마음의 준비를 하라 말씀하셨다. 마음의 준비라. 대체,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낼 준비는 어떻게 하는 것인가? 이미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라 나의 뇌를 다그치면 되는 것인가? 아니면 한 번도 사랑하지 않았노라 나의 가슴을 속이면 되는 것인가? 불행히도 난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나의 아빠를 떠나보내는 준비를 어떻게 하는 것인지, 그 방법을 알지 못했다.


절망의 면담을 마친 나는 우선 큰 숨을 들이마시고 나 자신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빠에게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 빨리 병원으로 모여 달라, 동생들과 함께 한 시 빨리 이곳으로 오라고 전해 주었다. 아빠를 살려 달라 애꿎은 의사 선생님을 붙잡고 이미 실컷 울어서일까, 엄마에게 아빠의 죽음을 알리는 나의 목소리는 오히려 담담했다. 지금부터는 내가 눈물을 보여선 안 되었다. 케이 장녀인 나는 지금부터 강해져야 할 필요가 있었다. 아빠의 죽음을 받아들여야 할 나머지 가족들을 위해, 이제는 내가 단단하고 꼿꼿해져야 할 차례였다.




엄마, 나 그리고 동생들은 중환자실 앞에 서서 담당 의사 선생님의 지시를 기다렸다. 아빠가 완전히 우리의 곁을 떠나기 전,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해 주셨기 때문이다. 의사 선생님은 일렬로 선 우리 가족들을 마주 보신 채, 담담히 말씀하셨다.


“혈압이 많이 떨어지신 데다 약 기운 때문에 꼭 잠드신 것처럼 보일 겁니다. 그래도 가까이서 말씀하시면, 아버님께선 아마 가족 분들 목소리가 들리실 거예요.”


우리 가족은 눈물을 꼭 참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도 혈압이 빠르게 떨어지고 계셔서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 의사로서 최선을 다했지만... 유감스럽게도 아버님은 이제 보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너무... 죄송합니다.”


순간 담당 의사 선생님의 눈에서 눈물이 주룩 흘러내렸다.

대학 병원 교수님이 우시는 것을 내가 본 적이 있던가?

그 누구보다 프로페셔널하고 침착해 보이셨던 의사 선생님의 눈물에서 우리 가족은 환자를 살리고자 했던 그 진심을 전달받았다. 엄마는 눈물을 보이고 마신 의사 선생님의 손을 꼭 잡아 주시는 것으로 그 마음을 대신했다. 그래도 의사 선생님의 빠른 판단 덕분에, 우리 가족은 아빠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할 수 있었으므로.


“언니, 잠든 아빠가 너무 편안해 보여.”


나의 막내 동생이 아빠를 마지막으로 보고 건넨 말이다. 그렇다. 적어도 아빠는 이제 고통에서 벗어난 듯 보였다. 끔찍한 아픔에 갇혀 괴로워했던 아빠를 줄곧 봐왔던 나로서는 그나마 편히 잠든 아빠의 모습이 작은 위안이 되었다.


“엄마는... 아빠의 편히 잠든 모습을 마지막으로 기억하고 싶어...”

“언니, 나도. 그 이상은 너무 마음이 아플 것 같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잠시 뒤, 아빠의 병상 옆엔 나만 남았다. 공식 사망 선고를 의사 선생님께서 하고 나면, 아빠의 몸에 부착했던 의료기기를 모두 뺀다고 했다. 그 모습이 다소 충격적일 수 있다 언지를 해 주신 덕분에, 작별 인사를 마친 엄마와 동생들은 미리 나가 있기로 했던 것이다. 나는 차갑게 식어가는 아빠의 손을 잡고 마지막으로 아빠에게 말했다.


아빠 덕분에 너무너무 행복했노라고.

당신의 딸로 태어날 수 있어 참으로 운이 좋았더라고.

큰 딸 믿고 엄마와 동생들 걱정은 하지 마시라고.

고통에서 영원히 벗어나 아빠가 그토록 바랐던 초원의 부는 바람이 되시라고.

자유롭고 가볍게.

그렇게 훌훌 털어버리고 좋은 것만 가득한 여행을 떠나시라고.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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