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친 부부와 함께 했던 한 달
눈을 뜬 시간은 정오가 지나고 있었다. 아마 시장기 때문에 눈이 뜨였던 것 같다. 아래층도 조용하다. 친구 부부도 아직 자고 있나 보다. 옆 자리의 남편만 없다. 방에서 나와 보니 달걀 프라이에, 사과도 깎아 놓았고 커피도 내려져 있었다. 조심조심 내 방으로 와 컴퓨터를 켜고 앉았다. 인터넷 신문을 열어보고 이멜과 카톡 체크를 하려는데 아래층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났다. 친구 부부가 일어났나 보다. 위층으로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피곤하지?”
“아니, 괜찮은데”
간단히 아침을 먹자고 했다. 남편이 준비해 놓았던 것에 토스트 하나를 더 구웠다.
“너네 남편이 해 놓고 나가신 거야?”
그렇다고 대답하자, 너무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매일 이렇다고, 놀랠 것 없다고 하자, 고개를 끄덕인다. 그때 마침 남편이 들어왔다. 가게에 잠시 들려 둘러보고 왔단다. 별일이 없을 줄 알지만 혹시나 싶어서였단다. 넷이 앉아서 늦은 아점을 먹었다. 여행 이야기와 미국이 처음인 친구 남편의 감상 등을 들었다.
‘미국이 넓을 것이란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천혜의 땅일 줄은 몰랐단다. 땅 넓이와 그 땅이 가지고 있을 무궁무진한 자원과 스케일이 다르다는 것에 무척 놀랬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에 비하면 그 크기가 남한의 98배쯤 된다고 한다. 그때까지 전혀 신경을 안 쓰고 있었던 것을, 친구 남편이 물어보니 구글을 찾아서 알게 된 사실이다.
빨래 시간. 가방을 풀고 장리하며 이주일이 넘도록 넣고 다녔던 것들을 꺼내 세탁을 했다. 빨래가 돌아가는 사이 또 잠이 왔다. 졸리다는 말을 하자 친구도 그렇다며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긴 낮잠을 잤고, 빨래 한통이 다 돌리고 나서야 집 밖을 돌아보자며 나갔다.
다 같이 동네 한 바퀴. 동네의 집들을 쳐다보며 그 크기와 모양들에 또 놀라는 것 같았다. 우리 집이 이 동네에서 가장 작은 것이라고 아무리 강조를 해도, 이걸 어떻게 매일 쓸고 닦는냐며 걱정이 늘어졌다. 땅이 넓은 곳에 살다 보니 주거 환경도 따라서 넓은 것뿐이라고 강조를 했다. 가격으로 비교하자면 강남의 소형 아파트보다 싸다는 것도 알려주었다. 빨래를 꺼내 드라이기에 넣고 가게 구경을 가자고 했다. 집과 가게는 5분 거리.
가게에 들어서자 ‘와우~~를 연발한다. 가게를 한다고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렇게 큰 가게 일 줄을 몰랐단다. 그냥 웃으며 지하실로 내려갔다. 지하 창고에 쌓여 있는 물건을 보고 또 한 번 놀랜다. 친구 남편에게 우리 남편이 넌지시 말을 건넨다.
“허 선생. 술 마시고 싶은 것 모두 골라 봐요. 그건 얼마든지 해 줄 수 있거든… 하하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캔에 들어 있던 막걸리와 크루즈 안에서 마셨던 친구가 맛있다고 했던 마가리타를 들고 왔다. 조촐하게 저녁을 먹으며 낮에 들고 온 술들로 반주를 했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미국의 넒음과 그 스케일의 차이를 새삼 알게 되었다는 것을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이렇게 새로운 곳일 줄 몰랐다는 친구 남편의 말에 미국에 대한 나의 첫인상도 들려주었다.
‘저 땅 요만큼만 떼어다가 동해 안에 띠워주면 그곳에서 얼마나 많은 것들을 생산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며.
그리고 덧붙인다. ‘아직 더 크고 광활한 곳을 봐야 돼요. 가도 가도 이어지는 평원도 있고, 몇 시간을 운전해서 가야만 구경거리 하나가 나오는 곳이 미국이지요. 며칠 쉬고 또 떠나니 그때마저 놀라세요.’라며.
그러면서 울 엄마가 예전에 우리 집을 방문하셨을 때 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엄마 오늘은 가까워요, 하면 1시간 가고. 오늘은 조금 가야 돼요, 하면 두어 시간 가고. 엄마 오늘은 좀 멀어요 하면, 하루 종일 가더라.’하셨다고. 맞는 말이라며 함께 웃었다.
가벼운 술기운으로 적당히 기분은 좋고, 피곤은 많이 풀렸다. 마른빨래를 개며, 내일은 동네에서 갈 곳을 찾아보자며 일찍 잠을 청했다. 자고 또 자고, 그래야 밀렸던 피곤이 풀리고 또 다음 길을 떠날 수 있을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