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친부부와 함께 헀던 한 달
아침부터 맛집 검색을 하다가, 우리가 제일 잘 아는 집으로 갔다. <이조 곰탕> 스트립에서는 좀 거리가 있었지만 우버나 택시를 타면 되는 거리이다. 족발, 순대, 곱창 매니아 이지만 수육도 엄청 좋아하는 우리 부부는 친구 부부에게 베가스 최고 맛집이라는 부연 설명을 잊지 않았다. 문제는 절친. 고기류를 썩 좋아하지 않아서 ‘거기 부침도 있고 김치도 엄청 맛있어’ 하는 말에 따라나섰다.
식당 오픈 시간은 아침 10시. 오픈 싸인이 아직 켜지지 않았는데도 들어갔다. 막 장사를 시작하려는 참이었다. 이조 곰탕 특별 수육을 주문하고 녹두 빈대떡에 면사리도 추가. 이렇게 좋은 안주에 소주 한 병을 우리 셋이 먹는 게 너무 맛있어 보였는지 친구도 고기 한점 집어서 매콤소스에 찍어 먹는다. ‘살살 녹지?’ 나의 한마디에 피식~ 웃는다. ‘마이 묵어라. 마이 못 먹는 죄로 내가 쏜다~’.
느긋한 식사가 끝나고 향한 곳은 라스 베가스의 다운 타운. 프리몬트 스트릿(Fremont Street)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옛 명성을 겨우 유지하는 작은 카지노들이 쭈욱 들어서 있다. 올드타운 답게 오래된 건물들이 주를 이루고 있으나 요즈음은 새로 리모델링을 하는 곳도 꽤 있어 거리는 복잡했다. 그곳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건물과 건물 사이를 있는 거리를 덮고 있는 전광판이다. 몇십 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대형 전광판은 한국의 LG에서 만든 것으로 그 로고도 선명하다. 그 바로 아래의 짚라인. 관광객들의 머리 위로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라인을 탄다. 구경을 하며 함께 소리를 지르는 재미. 그것이 바로 라스 베가스의 매력 아닐까. 남을 의식하지 않고 감정을 그대로 표출할 수 있는 곳. 누구나 다 그렇기에 좀 과하다 싶은 표현들도 이해가 되는 곳. 좀 걸으며 기웃거렸더니 술기운은 다 사라지고 ‘만보’ 목표도 채웠다.
우버를 불러 다시 돌아간 스트립, 서산으로 해는 넘어가며 다시 거리는 울긋불긋 야경을 자랑했다. 잠시 방에 들어가서 쉬고 난 후 갔던 곳은 라스 베가스에서 빼놓을 수 없는 쇼(Show) 관람. 우리가 묵고 있는 MGM호텔에서 공연되는 카(Ka) 쇼였다. 카쇼는 라스베가스 3대 쇼 중의 하나로 일본풍이 많이 섞여 있어서 아시안들이 좋아한다고 알려져 있다. 쇼의 내용은 남매가 전쟁을 일으킨 침략자들에게 복수를 하는 내용이다. 불을 많이 사용하고 있어 일본어로 ‘카(Ka)가 불을 의미한다’고 하여 쇼의 제목이 그렇게 붙여진 것 같기도 하다. 쇼에서는 말을 전혀 하지 않지만 매번 바뀌는 장면에서 그 내용을 충분히 알 수 있고 장면과 장면 사이에 양념처럼 들어 있는 고도의 서커스에서도 그 숙련도를 가늠할 수 있다. 모든 쇼가 다 그렇지만 공연 중에는 사진 촬영을 할 수 없어 서커스의 장면이나 쇼의 명장면을 한컷도 사진에 담을 수가 없었다. 구글 등에 나와 있는 명장면을 보며 그 시간을 다시 한번 기억해 본다. LA TIMES가 “미국 서부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호화로운 무대이며, 대단한 기술과 액션의 공연이다”라고 극찬을 할 만큼 무대는 다이내믹했다. 사람이 무대를 벗어나 관람객의 머리 위를 날아다니고, 객석과 객석 사이를 뛰어다니며 소통을 했다. 그 커다란 무대가 거의 수직으로 들리고 무대 꼭대기로 사람이 올라 가는가 하면, 모래가 폭포처럼 흘러내리고, 사방에서 펑펑 화염이 터지기도 한다. 1950석 좌석을 갖고 있고 음향 스피커만 해도 4000여 개가 넘는다고 하니 그 공연의 역동성은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겠다.
공연이 끝나고 가벼운 스낵으로 저녁을 때운 후 일찍 들어가 쉬기로 한 것은 다음날의 여정 때문이었다. 새벽 5시 반, 묵고 있는 호텔로 가이드가 오기로 되어 있었다. 흔히 라스 베가스를 처음 찾는 사람들에게는 비기너스 럭(Begninner's luck)이라는 게 있어, 운 좋게 도박에서 승산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절친부부에는 그런 행운은 도착하지 않았다. 카지노 마다의 규모와 각각 다른 특성과 화려한 것들에 놀라워하며 아쉬운 불야성으로로만 기억해야 했다. 우리 부부는 이번에도 마찬 가지로 그 번쩍이는 도시의 어느 부분에 조명하나를 더 밝혀주고 떠났다. 늘 마찬가지로 다음을 약속하며...도박과 환락, 역동의 도시로 대표되는 라스 베가스를 뒤로 하고 다음 날은 전혀 다른 풍경인 자연의 모습을 찾아 떠난다. 절친의 남편이 가장 보고 싶다고 했던 그곳을 향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