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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va! Las Vegas!!(비바!라스 베가스!!)

절친 부부와 함께했던 한 달

by 전지은


며칠 느린 걸음으로 동네 구경을 했으니 이제 다음 행선지로 향한다. 미국 최대의 도시가 뉴욕이라면 라스베가스(Las Vegas)는 명실상부 미서부의 가장 화려한 관광지 아닌가. 우리는 핑계만 있으면 가는 곳이기도 하다. 내 생일, 결혼기념일, 연말에 고생을 했으니까, 음력설 연휴니까, 한국에서 손님이 왔으니까, 친구들과 단체로 모이는 곳으로 등등 그 이유는 수도 없이 많다. 그러다 보니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가게 되었고 제법 지리에도 익숙하고 맛집 탐방도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관광지의 화려함을 보여주고 라스베가스와 가까이 있는 곳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더구나 친구의 남편은 미국에서 꼭 가보고 싶은 곳이 그랜드캐년(Grand Canyon)이라고 했다니 당연히 우리들의 여행 코스에 들어가야 하는 곳이었다. 새벽 비행기를 탔다. 도착한 시간은 현지 시간 아침 8시. 예약되어 있던 호텔에 짐을 맡기고 아침 공기를 마시며 거리로 나섰다. 어두움이 사라진 도심의 거리는 더러움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 냈지만 그 와중에도 아침 조깅을 하는 사람들도 간간이 보인다. 라스베가스는 카지노만 둘러보아도 하루가 짧다. 스트립(Strip)이라고 불리는 메인 거리. 약 6킬로미터쯤 된다고 하니, 한 여름철의 더위만 아니면 걷기에 적당한 거리이다. 각각 특색이 있는 거대한 건물들로 이어진 호텔들, 그 안에 자리 잡은 카지노. 쉬지 않고 기계음을 댕댕거리며 돌아가는 슬랏 머신뿐만 아니라, 딜러들이 쭈욱 정열하고 서서 카드 게임을 하러 온 손님들을 유혹한다. 슬랏 머신 앞에 앉아 시원한 맥주나 칵테일 한잔 시켜 마시며 시간을 보낸다. 옆사람 기계에서 화려한 불꽃 모양이 터지는 것을 곁눈질하기도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보며 지내는 시간. 아무 생각 없이 게임하는 재미, 그것도 나쁘지 않다. 기계를 두드리면 스트레스가 확 달아나는 듯하다. 나의 제한선은 200불이고, 남편은 500불 정도이다. 그 제한 선이 오면 미련 없이 방으로 올라간다. 또, 조금이라도 돈을 따는 경우가 생기면 그 순간을 놓지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돈 땄으니 내가 쏠게,라고 호기롭게 맛집으로 향한다. 물론 말처럼 잘 안된다고 혹자는 이야기하겠지만 오랫동안 라스베가스를 다니면서 얻은 우리들만의 노하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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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과 건물 사이에는 작은 열차 같이 생긴 트램(Trim)이 있어 이동이 쉽고 에스컬레이터 나 구름다리들로 이어져 다니기에 편하다. 다만 한여름은 너무 더워 걷는 일을 피하고 우버나 택시를 주로 이용한다. 택시요금은 20불 정도면 어디라도 갈 수 있고 우버는 10불 내외일 때도 있다. 즐비한 호텔 안의 카지노. 시즌에 따라 테마를 바꾸어 꾸며 놓는 실내 장식이 압권이다. 계절의 감각은 물론 음력 절기에 따른 것들로 장식된 것을 볼 수 있어 중국사람들이 얼마나 큰 손인지를 알게 되기도 한다. 그렇게 자주 가는데도 한 번도 같은 장식을 본 적이 없다면 나의 과장된 시선일까.


해가 지기 시작하면 거리는 온통 번쩍이며 무수한 빛을 쏟아 내며 호객 행위를 한다. 구름다리 위에서 만나는 라스베가스의 야경은 그야말로 불야성이다. 걸으면서 만나게 되는 구경거리들. 그 대표적인 것이 벨라지오 호텔의 분수 쑈이고 트레저 아일랜드 앞에서는 화산 쇼를 하기도 한다( 이 쇼는 조만간 없어진다고 한다. 너무 오래되어서…). 건너편 베네치안 리조트는 물의 도시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축소형으로 곤돌라를 저으며 이태리 가곡을 선사하기도 한다. 그리고 호텔 로비로 들어서면 천장에 그려져 있는 화려한 그림들이 우리들의 눈을 휘둥그레 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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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플라밍고(Flamingo)는 살아있는 플라밍고와 앵무새로 유명하고, 그 옆의 파리(Paris)는 에펠탑도 옮겨왔다. 전망대에 올라가면 라스베가스의 전경이 다 보인다. 또한 밤이 되면 30분마다 색깔이 바뀌는 라이트 쇼를 하고 있어 좋은 눈요기가 된다(여긴 사실 건너편의 호텔에서 봐야 더 멋있다). 조금 더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호텔 뉴욕 뉴욕(New York, New York)에서는 자유의 여신상도 놀러 와 우리와 함께 한다. 호텔 룩소(Luxor)는 스핑크스를 앞에 세우고 피라미드 모형을 따서 지었고, 호텔 윈(Wynn)은 아내의 생일 선물로 지어 주었다고 한다.( 그 이후에 이혼을 하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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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에 오픈한 콘래드(Conrad) 호텔은 스트립의 가장 북쪽에 자리하고 있고 말레지아계의 자본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이 현재까지는 제일 규모가 큰 카지노라고 하는데 실내는 쾌적했고 널찍했다. 아직 숙박을 해보지 못한 곳이므로 다음을 약속해 본다.


친구 부부는 카지노마다의 규모와 다른 테마에 좀 놀라는 듯했다. ‘미국 다른 데 갈 필요 없겠네. 여기 다 모여 있네, 아니 세계가 다 모여 있구먼. 이태리, 파리, 뉴욕, 만델라 베이, 이집트를 대표하는 피라미드까지, ㅎㅎ’ 그렇게 카지노 순례를 하며 하루가 갔다. 창으로 들어오는 조명들 때문에 두꺼운 커튼을 내리지 않으면 잠들 수 없는 곳. 24시간 휘황찬란한 조명으로 화려함을 대표하는 도시에서 곤한 잠을 청한다. 내일 또 이어질 카지노 순례를 생각하며 꿈속에서도 슬랏 버신들이 뱅뱅 거리며 돌아갈 것 같다. “ 삐용 삐용, 띵동 띵동, 딩딩 댕댕…” 그 현란한 색깔들도 함께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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