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 강이 흐르는 꿈을 꾸며 깊은 잠을 잤다. 이른 아침을 먹고 진한 커피 한잔 마시며 길을 떠난다. 오늘은 또 어떤 풍경이 친구 부부를 반겨줄까. 우리 부부는 예전에 가 보았던 곳이었지만 친구 부부에게는 꼭 이곳을 보여주고 싶었다. 몇 년 전에는 세도나에 머물며 미국에서 늘 만나는 4 부부가 시간을 함께 했는데 거의 비슷한 코스를 돌고 있다. 이번엔 동행하는 친구가 다르니 느낌도 참 다르다. 그때는 ‘함께 하는 시간’이었다면 지금은 ‘대접하는 기분’이라면 좀 과장된 표현일까.
호텔에서 멀지 않은 곳에 도착했다. 홀스 슈즈 밴드(Horseshoe bend). 콜로라도 강의 물줄기가 협곡 사이에서 굽어지며 만들어진 형태가 말발굽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해서 부쳐진 이름이다. 305m의 깊이와 270도 말발굽 모양의 밴드. 주차장에서 왕복 2.4Km의 거리, 한참을 걸어 들어 가야 만나는 곳, 콜로라도 강의 물줄기가 말발굽 모양으로 굽어진 홀스 슈즈 밴드를 만날 수 있다. 차를 세우고 들어 가는 길이 지난번보다 훨씬 넓어졌고 많이 정돈이 되어 있었다. 요즈음 뜨는 곳이구나 싶었다. 걷는 동안 애리조나의 햇볕을 고스란히 받을 수 있어 차양이 긴 모자나 선블록 로션은 필수다. 까마득히 보이는 계곡을 만나며 친구 부부는 어제에 이어 오늘도 계속 감탄이다. ‘와우~이렇게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는 미국은 참 복을 받은 나라야’…
다음 가는 곳은 앤텔롭 캐년(Antelope Canyon). 오랜 시간 물이 흐르면서 만들어낸 협곡은 모습도 색깔도압권이다. 물처럼 모래가 흐르는 곳, 빛이 들어오는 각도에 따라 색깔도 모양도 바뀐 것처럼 보인다. 처음 방문했을 때 그 매혹적인 색깔과 절경에 빠져 사진을 많이 찍었었다. 우연한 기회에 그림을 그리는 사촌 동생에게 주었더니, 그림의 좋은 모티브가 되겠다며 좋아했었다. 그리고 작품이 될 만한 사진들을 야심 차게 몇 개 골랐다. 확대해 벽에 장식처럼 걸자고 했지만 남편은 아직도 답을 하지 않고 있다.
앤텔롭 캐년은 애리조나 원주민 나바호(Navajo) 부족의 숨은 보석 같은 곳으로, 1931년경 양을 잃어버린 인디언 소녀가 양을 찾기위해 다니다가 발견한 곳이다. 그 아름다움은 입소문을 탔고 1980년 경부터 사진작가들의 명소가 되었다.
그러나 관광객들이 늘어나자 나바호 부족들은 인디언 보호구역 안에 있는 이곳을 관광하기 위해서는 부족의가이드들만 안내를 해야 하고 자신들 차량만이 그곳으로 들어갈 수 있게 정해 버렸다. 따라서 우리 한국인가이드는 밖에 차를 세우고 기다렸다. 우리들은 예약이 되어 있던 시간에 그들의 트럭을 타고 입구까지 옮겨갔다. 인디언 가이드가 15명 정도의 관광객을 안내하며 설명을 하고 사진을 찍어준다. 예약이 없는 자유 관람은 허락되지 않는 철저한 인디언 보호구역 내의 관광지이다.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앤델롭 캐년은 절벽 모양의 협곡이 원래는 좁게 있었다. 그 좁은 협곡에 갑작스러운 소나기 등으로 수량이 급격히 늘어나게 되면서협곡의 모양이 물결을 따라 만들어지게 된단다. 자연의 힘이 얼마나 신비한지 알 수 있게 되는 곳이 바로
앤텔롭 캐년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오전 11 시경의 햇빛이 협곡 사이로 들어오면 그 색감이 가장뛰어나다고 한다. 그래서 그 시간대에는 특별한 예약을 해야 한다. 또한 사진작가들 만을 위한 날에는 일반관광객은 전혀 받지 않는다. 좁은 협곡 안에서 물과 빛이 만들어 내는 비경. '꼭 봐야 하고 기억해야 했던 자연의 걸작’이라는 말로 표현하기에는 나의 문장이 너무 부족하다.
가벼운 점심을 하고 이동한 곳은 모뉴먼트 밸리(Monument valley). 9만 에이커 정도의 광활한 대지 위에 사암의 융기와 침식을 통해 만들어진 곳. 수 억년 동안 바람과 물 자연의 힘으로 분지인 고원을 깎아 내고 퇴적물이 쌓이며 만들어졌단다.
17 마일 순환 도로는 울퉁불퉁한 흙 길로 붉은 먼지를 일으키며 위험하게 흔들리며 가는 곳이었다. 이곳도 개인 차량은 특별한 허가를 받아만 들어갈 수 있고 일반 관광객은 나바호 인디언들이 운영하는 오픈카 모양의 지프차를 타야만 들어갈 수 있다. 예약제로만 운영되고 가이드는 물론 인디언들이다. 인디언 가이드는 순환 도로 곳곳에서 사진을 찍게 해 주고 설명을 해준다. 세 자매, 예수 상, 임금의 용상 등등 그럴듯한 사암 기둥과 거친 풍상을 이긴 석상들을 만났다. 돌아오며 들린 곳은 자연이 만들어낸 공연장. 병풍 같은 거대한 바위가 길게 펼쳐져 있고, 그 앞에서 가이드가 인디언 노래를 불러준다.
마침 이날은 남편의 생일, 축하 곡으로 대신했고. 그 아름다운 자연경관들은 아주 멋진 생일 선물이 되었다. 호텔로 돌아와 친구네 방에서 한잔 했다. 거의 해마다 상다리가 휘도록 차려 주었던 생일 상이니, 이쯤에서 여행을 핑계 삼아 한 번쯤 편하게 간다고 했지만 내심 미안했다. 내년을 약속하며 시원한 맥주잔을 들며 “치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