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기억만 있어서 다행이야
나의 이야기책 일곱 번째 모임
5월 7일, 내일은 어버이날이다. 4월에 엄마에 대해 시를 썼으니 어버이날을 맞아 오늘을 아버지를 기억해 보자 했다. 요즘 아이들은 거의 '아빠'라고 부르지만 나만 해도 아빠라고 한 번도 부르지 못했다. 역시나 할머니들에게도 아버지는 아버지였다. 다행인 것은 엄마에 비해 아버지에 대해서는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노할머니는 아버지가 작은집에서 보내셔서 많은 시간 함께하지는 못하셨고, 아버지의 사랑을 받은 기억은 별로 없다. 그래도 할머니에게 할아버지를 소개시켜 준 것은 아버지였다고 한다.
그밖의 할머니들과 아줌마들은 아버지에 대해 다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퇴근하면 같이 사시던 할머니방이 따뜻한가 확인하시고, 딸과 아들에게 맛있는 것 먹이려 애쓰신 아버지, 친척 조카들까지 많은 식솔을 먹이려 최선을 다해 성실하게 일하신 아버지, 보은 읍내에서 장갑까지 장독을 지게에 지고 구티고개를 오르시던 아버지를 기억하신다.
박0순 아줌마는 지난번에도 불효자식을 용서해 달라고 하시더니 아버지에게도 자신이 불효자식이라고 하신다. 세상에 자신이 효녀, 효자라고 생각할 사람이 있겠냐만은 우리 마을 할머니들은 자신이 부모님 봉양을 잘 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신다. 그때는 시부모님 모시고 사느라 친정부모님을 챙기지 못하던 시대였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던 시절이었다.
참 다행이다. 좋은 기억만 가지고 있어서....
지게에 장독을 메고 구티고개를 올라오시던 아버지를 기억하는 어린 소녀! 그 어리던 아버지의 딸들이, 그 어리던 소녀들이 기억하는 아버지의 사랑은 아직도 파랗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