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왜 꽃이 좋아지는 걸까?
나의 이야기책 다섯 번째 이야기
4월 16일 여섯 번째 모임
우리 마을 할머니들은 꽃을 좋아하신다. 작년에 마을 소풍을 태안 튤립축제에 다녀왔는데 할머니들이 꽃 모종을 한두 개씩 사가지고 오셨다. 이름도 모를 꽃들을 사가지고 마당 한 귀퉁이에 곱게 심으셨겠지?
우리 마을엔 봄이면 수선화, 매화, 벚꽃, 제비꽃, 매발톱, 연산홍, 작약, 붓꽃, 황매화 등의 꽃들이 우리 마을 곳곳에 핀다. 우리 마을은 추워서 그런지 수국은 잘 죽는다. 그나마 라임라이트는 피는데 엔드리스 섬머는 실내에서는 피지만 야외에서는 잘 피지 못한다.
이 모임을 처음 시작할 때 할머니들이 자신을 꽃으로 여겼으면 했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나는 암것도 못햐" "나는 바보여"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는데 요즘엔 꽤나 자신감을 얻어서 아직도 잘 못한다고 엄살은 하지만 한번 시작하면 뚝딱이다.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바로 시가 된다. 그림도 어찌나 잘 그리시는지... 할머니들 자체가 꽃이어서 '나의 이야기책' 모임 주제가도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이다. 만날 때마다 이 동요를 부르곤 하는데 아직 할머니들에게 익숙하지는 않은 듯하다.
우리 모임의 최연소 참가자이신 70세 송명O 아줌마의 시다. 꽃만 바라봐도 가슴이 몽글몽글해지고, 눈물이 난다고 하신다. 마음에 슬픔이 가득차 있으신데 모임에 오셔서 조금씩 슬픔을 덜어내고 있다.
박O순 아줌마의 자화상이다. 실제로 초록바지를 입고 다니시던 멋쟁이 아줌마다. 한동안 우울증으로 누워 계셨는데 이야기책 모임을 하면서 개그맨이 되셨다. 우리 모임의 분위기를 살리신다.
팔순이 넘으신 권영O 할머니의 자화상이다. 할머니는 그림을 참 잘 그리신다. 수채화 물감도 잘 다루셔서 물을 적당히 잘 섞어 색칠하신다. 지금은 마르셨는데 젊었을 적엔 꽤 통통하셨다고 하신다.
매주 할머니들과 아줌마들의 글솜씨와 그림솜씨에 깜짝깜짝 놀란다. 이렇게 잘 쓰신다고? 이렇게 잘 그리신다고? 모쪼록 이 모임을 통해 할머니들과 아줌마들이 자신의 재능을 새로이 발견하고, 글과 그림을 잘 엮어 '나의 이야기책' 한 권으로 세상에 나오길 바란다.